내겐 아주 특별한 친구가 둘 있다.
한 친구는 부여에
한 친구는 예천에 산다.
우린 2010년 Daum의 모 카페에서 만났다.
(모 카페에 '오늘의 일기'라는 방에서 만났는데 그 카페의 카페지기 여인이 몹시 모난 사람이라서
여러 명이 이리로 이사 와서 안착했음)
부여에 사는 친구가 글을 쓰면 그 글에 댓글을 달면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응원을 하고
예천에 사는 친구가 글을 쓰면 깔깔 웃다가 언제 또 그녀가 글을 쓰나 기다리기도 하면서
오래도록 글을 읽다 보니 그녀들이 지방에 산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녀들 또한 내가 서울에 살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이도 파악되고
자신의 얘기를 글로 풀어쓰고 그 글에 댓글을 달면서
그녀의 애환이랄까 그런 것도 알게 되고 자녀가 몇 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과 부여와 예천에 살면서도
친자매 이상으로 속 얘기를 꺼내놓고 글로, 댓글로 소통하는 그런 친구사이로 발전했다.
카페라는 공간이
숨기려 들면 많은 것을 숨길 수 있는 익명의 공간이지만
맘을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별 시시콜콜한 것을 다 공개하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친해졌다 하여 서로의 생활을 방해하면서
전화를 붙잡고 수다를 떠는 그런 사이는 아니고
오직 글로만 통하는... 전화번호도 본명도 알려하지 않고 그렇게
글과 댓글로만 친하게 지냈는데
이 '삶의 이야기' 방에 오래 머물다 보니
글로 통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친구 외에도 우리 셋을 눈여겨보는
두 세명의 언니들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2013년 여름날
맘이 통하는 아줌마들이 만나
예천에 사는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의기투합했음이다.
우리가 만나러 가는 그녀는
시골에서 농기구 수리점을 하면서 어찌나 재미나게 글을 쓰는지
삶방에서 그녀의 닉네임을 모르면 글 읽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그녀의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 또한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고 두 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딸내미 이름까지도 다 꿰고 있어야
스토리 전개가 이어질 정도였다.
사실
그녀를 만나러 가기 전에 서울근교에 사는 사람들끼리 한 번 뭉쳤었는데
그렇게 얘기가 잘 통할줄 정말 몰랐다.
나보다 나이 많은 경기 및 서울에 사는 언니들 세명과 함께
부여에 사는 친구를 서울과 충남의 중간쯤에서 만나 회포를 푼 적 있었는데
이미 글로써 친해져서 처음 보는데도 하나도 낯설지 않고
늘 보던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편안함에 온종일 깔깔거리면 얘기하고 웃다가
다음에는 예천 사는 마녀도 같이 꼭 보자며 헤어졌었다.
서울근교의 사람들은 그날 글 속의 사람과 실제 사람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며
나의 상상이 그리 다르지 않았음에 놀라며
연신 즐거워하고 좋았는데...
정작 우리를 늘 재밌게 해주는 그 주인공인 그녀는
먼 지방에 살고 있고
농한기인 겨울에나 시간이 난다 하며 먼 외출이 불가하다 하기에
그녀의 생일을 빌미 삼아 그녀의 생일날 미리 통보도 안 하고
각각 충남과 서울에서 출발하여 경북으로 향했음이다.
그날은 2013년 8월 24일 토요일
예천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마녀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야 세수했어?"
"아니 안 했어!"
"그럼 얼른 세수해
우리가 생일 축하하러 예천으로 가고 있어.
30분 후 도착해!"
그날 얼마나 반갑고 재미있었는지
무슨 얘기에 웃었는지 지금도 생각날 정도다.
그날 그자리에 참석한 이는
앙마와 마녀, 천상의 별, 호맘, 그리고 지니와 나.
소로리님은 집안 제삿날이라 같이 하지 못했었다.
그날 마녀는 집에 들어서는 우리들을 맞이하고
고깃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 전에
어딘가 바쁘게 전화를 하기에
일이 바쁜 것으로 생각했는데
우리가 고깃집에서 회룡포로 돌다가 용궁순댓국집에 들러 순댓국에 닭발양념구이까지 먹고
다시 마녀의 집으로 왔을 때
그녀가 무엇 때문에 바빴는지 알 수 있었다.
떡집에 떡을 주문하고
기름집에 전화해 참기름을 짜라 해서
콩 넣어 노랗게 찐 설기떡 봉지와
참기름 한 병씩을 모두에게 안기고
운전해 준 내 조카도 줬다.
마녀를 아는 우리 큰언니 주라고 내 것 외에 더 챙겨주고
내 기름은 일반적인 참기름병이 아닌 커다란 페트병에 담아줬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김치냉장고에서 김치한통을 꺼내어 차에 실어주던 그녀.
그 김치통은 내 것이 되어 있다.
사람 떠나면 원래 좋은 것만 기억한다 했던가?
뭐 나빴던 게 있어야 말이지...
그녀의 넉넉한 마음을
영영 못 갚게 되었을 뿐이다.
2019.11월에는 의성에 출장 갔다가 마녀 얼굴이나 보려고 갔더니
커다란 다라에 갓김치와 무김치를 하고 있더니
그 김치 모두 차에 실어주던 그녀.
운전해 준 우리 회사 동료에게는 고구마를 박스채로 실어주고.
맨 얻어먹기만 해서
그래서 마녀가 없음이 아쉽냐고?
뭐 그것도 맞는 말인데
촌으로 이사한 이후로는 마녀가 더 바빠져서
그녀의 오밀조밀한 택배는 끊어졌고
내가 뜬 가방이나 수세미 그리고 예쁜 그릇들을 그녀가 받으면
"나 그릇 많아
자꾸 사서 보내지 마
수세미도 여기저기서 받아서 많으니 나한테는 안 보내도 돼"...하던 그녀.
네이버 MYBOX에 들어있는 2013년의 사진을 꺼내어 보며
오늘도 추억에 잠긴다
이때 참 좋았는데...
그러나 저러나
'앙마와 마녀' 두 분은 상봉했을까?
내게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그녀.
마녀.
참고운 마녀!
20230914 오늘의 남은 시간도 '눈이 부시게' 살아보려는 커퓌
첫댓글
한참을 읽어 내려 오면서
카페에서 의 만남 이 아니더라도
그녀님들은 진국 같으실 분들이라는 걸 알것 같습니다
먼저 커피 마니아 라서 닉네임에 커피는 눈에 띄었답니다
먼저 지금 글의 주인공 이신 분의 글을 읽어서 인지
아하!!
그렇게 알게 되신 분들이셨구나 하고 생각을 합니다
카페든 사회든 우린 모두 사람들과의 만남 이잖아요
물론 천층 만층 구만층 이라는 사람들 그안에서의 만남
그렇게 먼저 가느라 세상에 정을 쏟아 부으셨나 봅니다
그만큼 가신 그곳에서는 아마 몃 곱배기로 그 사랑을 받을 겁니다
삶의 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가면 모든게 추억 이지요 ~~
별이 되신 분....
아마 빛날것 같습니다
환절기 건강 유념 하시기를 바랍니다
북앤커피님 ^^
그렇게 먼저 가느라...
그랬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소 담님.^^
커피님 글
올만에. 보네요
언제나 지루하지 않은
글 솜씨.
그래서 다 끼리끼리
만난다 하나봐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와우~
칭찬이닷
ㅎ~
끼리끼리라...
ㅎ~
마녀님도 커피님도
큰마음 씀씀이는 똑 같네요.
글을 잘 쓰시는 것도 같고요.
늘 접하지 않아도 마음 밭이 같으니
깊은 우정을 나누셨음을 알겠네요.
자주 들려주세요~
마음 밭이 같다.
고맙습니다.^^
마녀님이나 커피님 그리고
지니님의 진솔한 삶을
글에서 볼수 있었는데~~
마녀님은 좋은곳에
가셨을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익어갈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커피님 만낫던 생각도
나구요
건강하세요
맞아요.
구리 코스모스 밭.
그날도 참 좋았는데...
비은님도 건강하세요.^^
이젠 글도 애환이 없어서
안 나와진다는 이야기
참 사연도 많고
사는 방법도 달랐던
우리네의 삶 이야기
지금은 살다보니
그런시절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그런데 지금은 그냥 그런삶이구나
별이야기도 없이 나이만
먹어가네
그 회룡포에서ᆢ
쨘하넹
그러게
얘깃거리가 없네.
회룡포
어느 연인 얘기도
슬펐지.
잘 봤어요
처음 뵙는 분이시네요.^^
몇해전 내가 글을 가끔아나마 올릴때 드물게 커피님의 글에 댓글을 쓰셔서 참 앙마와 마녀라는 닉네임을 보고 재미있는 분이네 하였지요. 남편분의 건강검진 결과도 허심탄회하게 쓰신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두분 하늘나라에서 만나서 영원히 함께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커피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