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3일 플랫폼 쪽에서 바라본 함백역. 옛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함백역 복원공사가 벽체 벽돌쌓기를 마무리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공사는 당초 지난 6월 초 함백역 기공식이 끝난 후 시작하려했으나 시멘트 원자재 공급 운송업체의 파업과 레미콘업체의 파업에 따라 보름 정도 차질을 빚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복원 공사를 맡은 정선건설(대표 이형만)에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공사를 착착 시행해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기초를 튼튼히 했습니다. 부지를 파다가 드러난 1957년 당시의 콘크리트 기초 위에 철근을 잔뜩 넣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앞으로 100년이 가도 꿈쩍하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했습니다. 기초를 다지고 벽돌이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의지로 다시 세워지는 함백역의 모습이 드러나 감개무량했습니다.
관심과 온정이 소중하다는 사실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얼굴이 그을린 조동8리 오경호 이장님은 농사일이 한창 바쁜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현장을 둘러봅니다. 엄주용 신동읍 체육회장님도 한없이 들어가는 벽돌을 대면서도 말없이 현장을 다녀갑니다. 레드캡의 이형만 대표님은 연실 현장에 붙어 한치의 오차라도 생길까 분주합니다. 마을 주민들도 시시때때로 복원 현장을 둘러보면서 흐믓해 하십니다. “오늘은 많이 올라갔네” 하는 말씀이 요즘의 화두입니다. 멀리 계셔도 힘든 일로 통화할 때마다, 댓글마다 느끼는 함백중고 동문회 박만영 선배님의 관심과 온정은 초지일관입니다. 모두가 함백역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 함백역 복원을 바라보는 마음은 하나인듯 합니다.
앞으로 전기공사, 창호공사 등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8월중에는 사라진 함백역의 외형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예전과 똑같은 외형의 함백역을 만드는 고민을 합니다. 똑같은 함백역 역명판을 제작하기 위해 태백선 곳곳을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꿈속에서도 함백역이 보였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판박이를 손톱으로 힘주어 문질렀는데... 예전 눈에 선한 함백역의 모습이었죠.
함백역 공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신동읍을 알리는데도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잊고 지내온 동창들과 후배들도 연락이 닿는 역할을 합니다. 전국에 흩어져 사시는 함백광업소 선탄과 출신의 친목회인 함선회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셨는가하면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백역 복원현장을 찾는 분들도 계십니다. 8월중에는 일본 오사카의 문화단체에서도 문화유산 복원 사례 조사를 위해 함백을 찾는다고 합니다. 어제와 오늘은 함백중고 동문 분들과 대학생들도 방문해 의미 있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가기도 했습니다.
간혹 자초지종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다시 지을 역을 왜 부쉈냐고 말합니다. 부수지 않았으면 사서 고생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말씀일 겁니다. 그러나 함백역이 사라진 것은 함백에서 살아가는 어느 누구의 손길에 의해서도 행해진 것은 아닙니다. 정선군의 도움을 마다하고 힘겹게 복원 기금을 만들고, 자재 기부를 받아 복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서 고생도 전화위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함백역 복원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주민의 자발적인 역량으로 산업화 현장, 주민의 삶이 녹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튼튼한 기초위에 튼실한 함백역을 복원해 소중한 마을의 자산으로 가꾸어 가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복원을 위해 애쓰는 분들과 시원한 막국수를 함께하려고 합니다. 서로 바쁜 탓에 제각각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도 마음만 온전했는데, 모처럼 모여 고생하는 얘기도 듣고, 계산기도 두드려보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렵니다.
* 함백역복원공사 날짜별 사진보기 http://cafe.daum.net/hambaek-station
첫댓글 함백역 빠른 복원 을 축하합니다, 완공되면 한번 가 볼렵니다,
너무 성급하게 복원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옛 모습을 갖추어 복원을 했으면 좋겠군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바람직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조언으로 옛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끝까지 관심의 끈 놓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튼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