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집들 - 통영음식의 진수
지금은 시장 사람들과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찾지만 통영에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독특한 맛을 가진 죽집들이 많이 있다. 시간이 나면 통영의 죽들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수집하여 본 홈에 소개할 예정이며, 우선 간략하게나마 필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
빼때기죽 빼때기. 아, 빼때기… 세상이 급히 변하면서 우리 곁을 너무 쉽게 떠나버린 통영인들의 먹거리. 아직도 어릴 적에 통영에서 먹던 그 달콤한 빼때기죽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본 홈에 소개된 필자의 에세이 “드럼통의 빼때기”를 읽고 추억이 떠 오른다는 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약간 생소한 이름이지만 불과 이십여 년 전만하더라도 통영, 특히 미륵도 일대에서 겨울철 점심식사 대용으로 먹던 주식이었다. 욕지도를 비롯한 미륵도의 고구마는 당도가 매우 높고 수분이 알맞게 함유되어 있다. 고구마 밭이 평지가 아닌 언덕배기에 만들어져 있어서 수분이 잘 빠지며 일조량이 풍부하고 해풍이 적당히 불어서 고구마를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기후조건 때문인지 모른다. 게다가 통영사람들의 독특한 요리방식이 고구마를 주식으로 가능케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 음식만큼이나 독특한 “빼때기”라는 어원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필자는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였고 나이 드신 분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해 보았지만 그 해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통영에서 자라온 필자의 정서로 짐작을 해 보건대, “빼”자는 빚다(사투리로 뺒다) 라는 말의 사투리로 그 첫 자를 딴 것으로 보인다. 즉 대나무를 빚어서 엮은 멸치 운반할 때 사용되는 도구를 “빼따까리”라고 부르므로 그 의미를 짐작할 수가 있다. 그리고 빼때기의 “때기”란 의미는 납작한 딱지모양을 지칭하는 통영의 사투리로 짐작이 된다. 즉, 고구마 빼때기는 고구마를 때기처럼 빚은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순전히 필자의 생각).
어쨌거나 팥을 듬뿍 넣은 빼때기죽은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최고의 영양식으로 손꼽힌다. 최근에 일본에는 비타민이 풍부한 고구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데 이 빼때기야 말로 고구마의 영양식에 맛과 향을 더한 걸작품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빼때기죽은 주로 가정에서 해 먹는 음식이므로 식당에서 맛보기는 쉽지가 않다.
<요리 방법> 납작하게 썰어서 말린 그냥 “빼때기”라 부르는 것과 채로 썰어서 말린 “채빼때기”가 있는데 요리 방법도 다르다. 채빼때기는 밥에다 넣어 먹은 별식이었다. 쌀이 귀했던 통영에서는 약간의 쌀에 미리 삶아놓은 보리쌀(일명 보쌀)을 넣어서 밥을 하는데 가끔씩 보리 대신에 이 채빼때기를 넣어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채빼때기는 품질 좋은 고구마를 엄선하여 채로 썰고 정성을 다해서 말려야 하므로 머슴을 둔 어장애비집에서나 먹었을 뿐 서민들에게는 사치스런 음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점심으로 먹던 빼때기죽은 주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요리 방법은, 빼때기와 팥을 넣은 솥에 물을 조그만 넣고 삶는다. 다 끓고 나면 식힌 후에 다시 찬물을 둘러서 한번 더 끓이면 딱딱하던 빼때기가 잘 퍼지게 된다. 빼때기를 요리하기 전에 물에 넣고 미리 불리게 되면 단맛이 빠지게 된다. 빼때기가 다 퍼지고 나면 마지막으로 조를 넣고 한번 더 끓이면 빼때기죽이 완성된다. 즉 세번에 걸쳐서 끓여야 하므로 정성이 많이 들어 가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먹을 때는 설탕을 약간 넣어서 먹으면 더욱더 감칠 맛이 난다. 빼때기죽은 정성을 다하는 요리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구마가 맛이 있어야 한다. 통영 고구마가 아니면 도저히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빼때기에 대한 필자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살며 생각하며 -> 바닷가아이들 -> 빼때기"에 실려 있다. (바로 가기)
팥죽, 녹두죽, 밀장국 통영에서 죽을 팔기 시작한 것은 그 역사가 "충무 김밥"이나 "우짜" 보다도 오래되었다. 서호시장에서 테이블도 없이 긴 나무 의자를 디귿자로 놓고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팔았다. 시장 음식으로 출발을 하였지만 다른 지역에서 죽이란 환자용이나 보조 음식 정도로 쓰인 것에 비해 통영의 죽들은 식사를 대신하였다. 그러므로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도록 담백하게 요리를 한다. 지금도 필자는 가끔씩 서호시장 앞에서 죽을 사 먹기도 한다. 그 중에 녹두죽이 가장 맛이 있었다. 서호시장 안 우짜식당 주위에 오래된 죽집들이 많이 있다.
깨죽 시장의 노상에서 팔기 보다는 식당을 가지고 제법 번듯하게 팔던 고급 음식이다. 통영은 해양도시이지만 일조량이 높고 땅은 수분 흡수가 잘 되어서 마늘, 시금치, 참깨, 고구마, 보리 등 농산물의 작황이 좋았다. 특히 참깨는 기름이 많이 나와서 고소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이 미륵도에서 생산된 참깨와 쌀을 갈아서 만든 깨죽은 몸이 아픈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자주 사 먹기도 한다. 서호시장 안 어시장(말린 생선 파는 곳)의 2층에 깨죽을 잘하는 곳이 있는데 다음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시장에서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음. 깨죽 3,000원.
(통영에서 가장 유명한 새터 죽집은 2005년 3월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건물이 불탔습니다. 당분간은 서호상가아파트 야채전(고깃전 옆)으로 장소를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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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진 방은 참말로 오진 사람들만 모여있네요. "구경꾼"이 이 정도니...아~~농부님... 농부 오라버니..농부 옵빠...농부 헹님...죽 끓이는 법 갈케달랬던 말씀..후회하시꺼여... 저 이번 주에 그 동네 가꺼여...ㅎㅎㅎ죽 얻어 먹으러.죽 죽~~~
지역에 따라 쪼까니 다르기도 허네~! 우리 동내서는 퐅허고 밤이랑 호박꼬지들을 여서 과 묵었는디... 글고 여그 맹키로 물컹허니 죽을 맹근 거시 아니라 국물을 뽀똣허니 맹글아 묵었는디... 암튼 잘만 배와 갖고 맹글먼 나도 테레비에 나와 보것네... 귀헌 자료를 챙기다 조서 고마우이~! ^^
저도 국물 없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가 언제였던가...아~~~옛날이여!
저는 이런 죽이 있는지도 몰랐는디.....
뭔 죽이 짱깨 같어 보인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