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니까 사람입니다! 맞아요.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실수나
실패의 순간은 유쾌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과의 무게가 중할수록
마음의 무게 또한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과정입니다.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삶의 걸음을 계속 내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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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이 오기와 이기심을 똘똘 뭉쳐지게 했고 뾰쪽한
해글러 핵주먹으로 나와 맞서는 모든 이들에게 휘둘렀습니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누가복음의 쓰리 아웃 베드로를 반면교사로 어느덧 괴물이
된 자신을 질책하고 있습니다. 후~다 털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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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끝내고 종종걸음으로 3호선5번 출구-강남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책가방 대신 보스턴백을 들긴 했지만 괴나리봇짐을 싸매고 상경한 촌닭이
따로 없네요. 고속버스 컬러가 화이트인 걸 보니 그레이하운드 중앙고속
입니다. 물어물어 영동, 경부선을 찾아 티켓 팅을 했어요, 그것도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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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막차를 말입니다. 싸이의 노래' 오빤 강남스타일'
의 그 강남스타일은 무엇일까요? 비주얼은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입고
나온 반짝이 추리닝처럼 명품 자킷에 슬리퍼 차림 정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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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 고속버스의 추억은 방학 때마다 차표 한 장으로 어머니와 인
서울을 한 기억이 있고, 그녀에게 싱싱한 장미100송이를 배달하기 위해
찾아왔던 꽃상가의 추억이 가장 강열 합니다. 또한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
상가는 각시가 단골로 쇼핑하는 공간이고 대를 이어 패션이스트 예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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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옷 사러가는 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캘빈클라인 뜰 때 마지막으로
왔으니 아이 쇼핑으로는 20년 만입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탔던 고속
버스는 늘 멀미 봉투를 챙겨야 했어요, 어머니는 멀미를 그치게 하려고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는데 당시는 100원 짜리 ‘부라보 콘’을 두 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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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걸 아실려나 몰라. 지하상가들이 언제 새 단장을
했던지 백화점처럼 고급 집니다. 구간별 티켓 팅 부스도 웬만한 공항 보다
하이 클래스입니다. 처음으로 백화점이라는 것을 보던 날(1980)이렇게 큰
슈퍼마켓 주인은 누구일까? 하며 저절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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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내리락 했을 것입니다. 그때 받았던 문화 충격의 대부분이 '낯 섬'과
'놀라움'이었다면 지금은 클래스가 다른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강남 터미널 리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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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김 응용 감독도 박 회장도 갔고, 아시아나 까지 주인이 다 바뀌었지만
길고 긴 세월 동안 땅 덩어리와 함께 버텨준 상가들이 고맙습니다.
담배가 심하게 몰려 흡연 구역을 찾다가 넓은 구역을 한 바퀴 돌았어요.
나 같으면 끊겠네. 오빤 강남스타일 아닌가,
2021.3.29.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