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1 – 7. 1 양평군립미술관 (T.031-775-8515, 양평)
NEWRUN 2020
심상+α전
글 : 이형옥 (한국미술협회 평론분과위원장)
최근, 서울과 뉴욕에서 함께하는 화합의 세상(Starting NEWRUN for Harmony)을 테마로 한 전시와 2019년도 베를린미술관 초대전을 개최하면서 NEWRUN회가 본격적인 단체로서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동안 회원들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해오면서 회원전이란 하나의 구심점을 바탕으로 응집과 해체를 번갈아가면서 하나의 NEWRUN회란 명칭으로 발표를 해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다양한 장르가 하나로 통합을 이루는 문화공동체로서 위상을 높여 나가는 것은 출품된 작품에서 시사한 바와 같이 의미 있다.
NEWRUN회원들은 글로컬 사회와의 연관된 공간개념을 하나의 테크닉실험으로 계속하는 데는 지나간 것과 새로운 것들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작가들의 자세는 늘 진취적인 것이 많으나 이들 진취적인 태도와 행동이 역사적인 것, 전통적인 것들의 배경에서 변화된 현대사회의 상황이란 사실도 함께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와 대중 속에서의 활동은 보편적인 작가들보다 배가된 창작의 고통을 감수하게 되는 것은 전통과 현대적인 것이 일으키는 가치의 충돌에서 어떻게 예술을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입지의 정리가 작가들에게는 큰 관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의 차용(借用)과수용(收用)의 문제는 창작의 단계에서 매우 신선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필연적인 과정에 존재한다.
이번 NEWRUN회가 마련한 양평군립미술관에서의 전시는 회원 각자의 다른 표현형식과 탈 장르 수용은 서로 다른 견해와 개념들을 독자적 감성의 소통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창작세계의 근원적 의미와 지적 사유를 갖게 한다. 출품된 작가들은 순수미술에서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가 포함되며 향후 다양한 복합매체를 수용 할 계획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은 개인별 작품의 특징이 드러나는 아이덴티티가 지역문화와 결합하면서 복합성이, 그대로 닮아 나오게 되지만 독자적 그대로의 전형적 패턴과는 차이가 있다.
김은_Untitled(219-Ld13BRB) 100x80cm, Mixed media 2019
김철성_decorum 2017-36 130x97cm, ,oil on canvas
특히 괄목한 것은 NEWRUN회원들의 작업내용이 순수미학을 넘어 가치미학 등 이른바 전통회화경향이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며 한국회화 장르에서도 색다른 형식의 개념미학(槪念美學)이 내재된 새로운 모습이 발견된다.
이러한 정황들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먼저, 김 은 작가는 우리의 한지 죽을 활용하여 무질서와 질서 혹은 혼돈과 질서가 공존(Coexistence)하는 화면의 특수성을 통해 生成과 消滅처럼 반복되는 과정을 새로운 탄생이라는 희망 속에 즐거움을 나타내고자 했다. 주로 작품들은 꼴라쥬 된 오브제가 작품의 여백과 깊이를 자아내어 마치 시에서 얻어낸 강한 통일성을 창의적으로 구현하여 관조자의 위치에 따라 형(形)과 색(色)이 다르게 보이도록 융합시킨 창작세계를 보여주고 있고, 김철성 작가의 Decorum은 절제와 균제를 통한 여백미를 자아낸다. 극명하게 요약된 화면 속에 등장한 대상들은 미니멀아트의 전형을 보여준 경영위치(經營位置)가 매우 정갈하면서도 단정하여 신선함이 현대미(現代美)의 경지를 만들어낸다. 작품에서 나타난 여백은 그냥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관념과 사유가 머물고 떠나가는 흔적의 공간으로서 비가시적인 여운과 함께 비움의 관념을 시각화했다.
백종환_어우실사계 II 162X112cm, 2020
신현대_꿈이 현실이 되다 91x116.8cm, Acrylic on korea paper, 2020
백종환 작가는 흙의 물성을 이용하여 형태를 재해석하는 초현실적인 구성작업을 보여준다. 800˚로로 구운 도기용 흙가루는 자연에서 채취하는 흙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갖는다. 초기에는 작은 장방형(長方形) 형태의 도편을 구워 캔버스에 붙이는 방식의 기하학적인 추상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작업들에서는 비교적 균질한 화면 즉, 소지를 만들어놓고 그 위에 물감을 입혀 형상을 묘사한 것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조형적 세련미와 형식미에서 기운생동(氣韻生動)하며 속도감 있게 화면을 장악하여 현실적인 공감대를 초월한 회화적 의미를 찾는가 하면, 신현대 작가는 물속 여행기를 회화적으로 나타내어 공간을 초월한다. 화면의 기지 선(氣志 線)은 주된 대상들이 화폭 안에서 가장 편안함으로 다가서고자한 의도가 엿보이며 무한적 공간을 가르는 자연생물(自然生物) 즉, 물고기나 동물 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나비들이 물속 공간 안에서 유영(遊泳)하는 모습을 담아내고자하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범우주안에 존재하는 공생적 자아를 발견하고 상호 소통하며 살아가는 자연의 참 진리 앞에서 스스로 존재적 가치관등을 역발상적으로 표현하여 흥미를 더해준다.
신정옥 Swaying Flowers 91x117cm, Acrylic on canvas, 2019
우명애_The thirteenth embroider in May 59x51.5cm, Yarn on Korean paper, 2020
신정옥 작가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 또는 우연적으로 흔들린다. 작가의 작품 Swaying Flowers는 가변적이고 우연적인 꽃의 형상을 포착하여 시각적 상황으로 전환하여 보여준다. 이들 작품들은 살아있다는 존재를 꽃에 비유하여 현대 산업사회의 다변화, 정보화 다양한 메커니즘에 이입하여 자연의 극점인 꽃 이미지를 통해 매 순간 긴장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채움과 비움의 경계를 넘어 살아가는 시선을 반영하듯 스스로 존재적 가치와 생명력을 표현했고, 우명애 작가의 작업은 움직이는 Movement로 부터 시작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쉼 없는 움직임의 프레임 속에서 미묘한 움직임을 끄집어내어 형상화하고자 했다. 특히 작품에서 인체이미지는 한지의 얇은 막으로 구성하여 나열하거나 겹쳐서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이 가운데 연속된 몸동작 중에서 특정 구간만의 움직임을 집합으로 펼쳐놓아 물음표, 타원, 하트 등으로 나타내어 또 다른 무언가를 연상되도록 하는 현상학적 기억까지 더듬어 현재에 풀어놓는 몸, 경험과 습성, 시간의 흐름을 표상하는 존재로서의 몸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이군우_월.죽. 매화 - 20-18 20호, 장지+황토+야광채색, 2020
이인경_2020-1 KAIROS 62.2x112cm, Coloring on hangi, 2020
이군우 작가는 작품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료활용이다. 표현어법으로는 순지, 장지 및 천을 사용하여 흙, 먹, 칠보, 야광채색 등으로 채색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재료변용과 수용에 있어서는 조개껍질을 이용하여 수묵과 채색이라는 전통적 회화에 이입함으로써 단순히 혼합매제의 수용이 아니라 작업의 깊이를 이루는 작업관이 내재된 창작정신에 있다. 그러므로 전통문화의 가치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작품은 인간본연의 인간애(人間愛)에 있으며 예술적 심미안은 경이로움의 완성이자 정신성이라 생각하는 독창적 화법으로 구성하고, 이인경 작가는 Kairos를 한지에 채색으로 나타내어 현대미술의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계속되는 영겁(永劫)과 같은 것이자 찰나이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을 하나로 통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간다. 이 작품들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시간임을 자아내고, 최고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스스로 시간이 다가오기를 소망하는 자전적(自傳的) 시간에 존재하는 일상 속에서 기쁨, 감사, 행복, 외로움, 고독, 사랑 등이 반복되는 일상 속 성찰의 시간을 담아낸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지수_Colors 117x91cm, Oil on canvas, 2020
전주희_반영된 풍경 136x128cm 장지에 채색 2020
이지수 작가는 빛의 위대함을 화폭에 담아내는 여류작가이다. 빛은 만물을 비추는 태양과 같다. 도시의 어둠을 밝혀주는 빛, 어두운 방안의 촛불, 실내의 조명 빛 등, 이들 빛들은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빛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빛을 작품에 반영하여 빛의 의미를 As Shown 란 메시지를 캔버스위에 나타내고자 했다. 특히 작가의 작품에서 빛은 어둠의 경계 속에서 빛으로 인해 생기는 사물의 왜곡을 현상학적(現象學的)인 측면에서 몽환적 형상을 특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하였고, 전주희 작가는 시간의 문이라는 주제를 통해 작품발표를 해온 여류작가이다. 작품들은 한지에 채색으로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의 메타포로써 존재하는 순환성을 가지고 발표해왔는데 여기에는 생성과 소멸의 고리 안에서 반복, 시간, 생명, 관계성, 두려움, 동경, 경외감,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은유적 시각예술로서 표현이다. 이들 작품들은 익숙한 듯 낯선 풍경에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삭막한 도시환경을 벗어나 인간의 본래모습인 자연에 대한 성찰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처럼 이번전시에서 강한 에스프리(Esprit)가 느껴지는 것은 회원 작가들이 그동안 창작활동에서 내실이 강한 작품을 엄선하여 출품한 것으로 볼 때 제한된 소수인원이지만 개개인의 독자적 역량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앞으로도 NEWRUN 회원들처럼 국내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다양한 곳에서 지역과 하나 되는 문화행동으로 다양하게 활동해 가게 되면 우리문화의 허리도 그만큼 튼튼해지고 건강해진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