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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잘못들었나?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유리의 말에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지호
오빠를 바라보면,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냥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는 지호오빠. 별로 믿고 싶
지 않지만. 아니 믿을 수가 없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였다. 그래도 난 절대 믿을 수가 없어서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진짜냐고 물으면.
"미안..."
아니라는 말대신 미안하다고 말하는 지호 오빠.
"뭐가요...?"
"방금 유리가 한 말... 사실이야."
말도 안 돼. 거짓말..... 아니잖아.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 이런 여자 아니잖아.
"미안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런 말이 아닌데 왜 자꾸 미안하다고만 하는 건지, 결국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등을 보이는 지호
오빠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건 아닌데.... 진짜 아닌데.
"못믿겠지만 사실이에요. 지호랑 나 고등학교 때부터 꽤 유명했거든요. 벌써 7년 됐죠 아마?"
나한테 뭔가 더 할말이 남았는지, 지호 오빠를 바로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 정유리. 그런데 둘이 벌써 7년이나
사겼다니.....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얘긴 한 번도
못들었는데. 그저 애틋한 짝사랑인 줄만 알았는데.
"뭐, 지호가 일본에 가있는 동안 잠깐 헤어져있긴 했지만요."
아......
"근데, 지금 이런 얘길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에요?"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그쪽이 하는 말 못믿겠어요."
"그 맘 충분히 이해해요. 나라도 그럴 테니까. 근데 곧 들통날 거짓말을 내가 왜 하겠어요? 어차피 믿고 말고는 지애씨 마
음이지만,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더 지나보면 알겠죠."
이 여자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내 옆을 지나치는 정유리. 정유리 말
대로 방금 내가 들은 말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더 지나보면 알겠지만 아직까진 잘 믿겨지지가 않는다. 내가 봤던 지호 오
빠의 눈빛은 그게 아니였는데. 좋아하는 사람의 얘기를 할 때와 정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나도 달랐는데, 왜... 도대
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동안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닌데.... 좋아하긴 커녕 싫어하는 눈치였는데.
"후우.... 나도 모르겠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서 머리 속이 무지 복잡했지만 지호오빠가 맞다고 하는 이상 혼자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였다.
솔직히 그 말을 그냥 믿어버리기엔 아직도 이해 안 가고 지호오빠의 상대가 정유리라서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
도 지호 오빠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내가 본 모습이 전부가 아닐 거란 생각에 애써 그동안의 이미지를 다 지워
버리고 축하문자를 보내고는 아로하네 회사로 향한 나.
"오빠아..."
"태양이 만나러 간다더니."
"약속 취소됐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고 처음엔 조금 놀란듯 싶더니, 이내 반색하며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오는 아로하를 꼭
끌어안았다. 그럼 한참 동안 아무말 없이 꼬옥 안아주다가 갑자기 나를 번쩍 안아들고서 쇼파로 향하는 아로하. 나를 자신
의 무릎 위에 앉히는 아로하의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 앉았다. 왠지 계속 축축 쳐지는 기분 탓에 양쪽 볼에 바람을 잔뜩 불
어넣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검지손가락으로 쿡 찌르는 아로하 때문에 피슈슉 빠져버린 바람.
"오빠. 어제 그 두 사람있잖아~ 약혼한데."
"누구?"
"지호 오빠랑 정유리. 방금 길에서 만났는데 그러더라? 근데 쫌 이상해."
"뭐가?"
"그냥 쫌 이상해. 그 여자 말로는 둘이 고등학교 때부터 만났다는데 난 한 번도 그 여자 얘기 들은 적이 없어."
"그 지호라는 애가 그냥 말을 안 했을 수도 있지."
"그런가?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랬는데 왜 하필 그 여자야...?"
"유리도 나름 매력있어~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지마 알고보면 착한 애야."
하!!!! 착해?? 누가. 정유리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걔가 그렇게 매력 있으면 진짜로 사귀지 그랬냐!?"
정유리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멍청이.
"뭐야. 질투야?"
"아니거든!?"
"맞구만."
"아니라고!!!"
"응. 예쁘다."
얼굴까지 빨개져서 소리치는 나를 약올리듯이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입술에 쪽- 하고 가볍게 입맞추는 아로하. 지호 오빠
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랑 약혼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죽겠는데 아로하까지 그 여자 편을 드니까 괜히 분해서 씩씩대며
눈을 부릅뜨고 있으면, 베시시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클이더니 그래도 난 너 밖에 없어 라는 말과 함께 꼭 껴안아주는 아로
하.
"꼴통. 나 지금 되게 행복해."
"어쩌라고."
"그럴 땐 '오빠 나도' 라고 하는 거야 꼴통."
"행복하다 말았는데 무슨."
"이제 그만 좀 튕기고 나도 사랑해주라~ 응? 너 아쉬울 때만 오빠 사랑해 하지 말고 평소에도 좀 예뻐해달라구."
"예쁜 짓을 해야 예뻐해주지."
"원래 사랑하면 다 예뻐 보이는 법인데..."
"그건 니 생각이고~"
"하아.... 그래 알았어! 오빠가 더 잘 할께. 됐지?"
"으응."
"뽀뽀해줘."
"시러. 미워..."
아로하 어깨에 턱을 받치고서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다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아무 말 없이 내 뒷통
수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따뜻한 손길에 나도 모르게 풀려버린 마음. 잠시동안 아로하 어깨에 편히 기대있었다. 그리고 천천
히 아로하의 품에서 벗어나 살며시 입맞추면 너무나도 예쁜 미소를 내 앞에서 지어보이는 아로하.
갑자기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어제까지만해도 우리, 다시 등 돌려야 하는게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처럼 멀리에 있었는데, 하루 사이에 이만큼 솔직해진 서로의 모습에 나조차도 놀라울 따름. 이래서 한치 앞도 모
르는게 인생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너무 꿈 같은 현실. 소중한 걸 알면서도 자꾸만 틱틱대는게 문제지만.
"엄마아!! 왜 이렇게 빨리 왔어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로하와 부둥켜 안고 있다가 슬슬 덥다고 느껴질 때쯤 아로하만 회사에 남겨두고 먼저 집으로 왔다.
늦는다고 얘기하고 나갔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들어온 나를 보고 반가운 듯 다다닥- 뛰어오는 라희를 번쩍 안아들고 리준
이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아예 내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뿔난 얼굴로 계속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 리준이. 오늘부터 아로
하랑 같이 살 거라고 했더니 그게 무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침부터 계속 저기압.
"리준아~ 아직도 삐졌어?"
"...."
"엄마랑 말 안 할 거야??"
"...."
"그래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아야지~ 엄마 외롭단 말이야."
"내가 있는데 모가 외로어? 나 하나론 부족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얘기하는 리준이 때문에 순간 흠칫 했지만.
"리준아. 리준인 엄마 아들이고, 아빠는 엄마 남편이잖아."
"그게 모가 달라? 나도 똑가튼 남잔데!?"
남자?? 남자라..... 하하하. 그래, 너도 남자긴 남자지. 근데 리준아, 엄마한텐 아빠가 필요해!! 아들도 좋지만, 꼬마 왕자
님 말고 진짜 왕자님이 필요하다구. 지금은 니가 너무 어려서 잘 모르 것 같은데, 너도 조금만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세상
의 반이 여자라는 거. 유치원에 들어가는 순간 이제 엄마는 여자로 안 보이겠지. 하아....
"엄마 나 안 머싯써?"
"아들!!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 해? 멋있어. 완전 멋있어!!"
"끄치? 그러니까 나만 바."
"리준이도 보고 아빠도 보면 안 될까...? 하하."
"안대."
"리준아아~ 아빠랑 같이 살자. 응??"
"안대. 도둑이야. 여자만 조아해."
"응??"
"걔가 자꾸 내꺼 빼서가자나!!! 누나랑 엄마랑 다 걔만 조아해. 시러!"
"리....준아."
아들이 아빠를 질투한다는 거 어떻게 보면 참 재미있고 웃긴 상황이지만,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싫다고 말하는 리준이의 모
습에 웃음은 커녕 가슴이 시렸다. 그동안 둘이 빨리 친해지길 바랬으면서도 정작 내가 둘을 위해서 해준게 뭐가 있나 라는
생각에 부족한 엄마라는 걸 확실히 느껴버린 순간. 가족은 우리 셋 뿐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알고 있던 리준이한테 아로
하는 분명 아직 낯선 사람인데 말로만 '아빠' 라고 친해질 기회도 충분히 주지 않고 억지로 인정하게 하려 했으니 더 거부
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
게다가 아빠라면 환장하는 누나와 갑자기 아빠 얘기를 부쩍 많이 하는 엄마까지. 평소에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해도 넷이 있
으면 자기한테 있던 관심이 다 아로하한테 쏠려버리니, 그게 어린 마음에 상처도 되고 소외감도 많이 느껴지는 모양. 이런
리준이의 마음을 조금만 더 빨리 헤아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도 참 문제지.... 엄마가 되가지고.
"아들. 아빠 너무 미워하지마~ 엄마한텐 우리 아들이 최고야."
안쓰러운 마음에 리준이를 번쩍 안아들고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지만, 마치 거짓말 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그냥 꿍하게 나를
바라보는 리준이. 손에 꼭 쥐고있는 파워레인져 로봇 장난감마저 날 비웃고 있는 느낌이였다.
"엄마 말 못 믿어? 진짠데~ 엄만 아빠보다 우리 아들이 더 좋은데!?"
"....."
"사랑해 아ㄷ.....악!!"
사랑한다는 내 말에 감동했는지, 이제 오해따위 하지 않는다는 감격에 찬 얼굴로 안기는 것 까진 좋은데. 그래, 거기까진
좋은데. 너무 감격에 찬 나머지 갑자기 손에 들고있던 로봇 장난감을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그대로 내 발등에 찍힌 파워레
인저의 간지나는 어깨.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더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봉변이야. 하악... 왜 하필 모서리에 찍혀
가지고는.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원래는 '사랑해 아들' 로 시작해서 해줄 말도 많고 라스트로 찐하게 뽀뽀까지 해주려고
했는데 뽀뽀는 커녕 말도 다 못하고 주저앉아서 빨갛게 부어오른 발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 살짝 들어난 속살에
서 짓물이 나는 걸 보니 괜히 더 아프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그래도 이깟일로 창피하게 애들 앞에서 울 순 없었기에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있는데, 살포시 내 앞
에 쪼그리고 앉아서 내 발등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아파...?' 하며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쿡- 찔러보는 리준이. 순간 나
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호들갑을 떤 탓에, 놀란 토끼눈을 하고서 내 발등과 내 얼굴을 몇 번씩 번갈아 보다가 점점 눈
동자가 슬퍼지더니.
"미야네...."
개미 같은 목소리로 작게 얘기하고는 내 발등을 호오 불어주는 착한 우리 아들. 아, 진짜..... 이 맛에 산다 내가. 도대체
누구 아들이야???? 진짜 자식 농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단 말이지.
"아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갑자기 기운이 쑥쑥 솟아, 다시 리준이를 번쩍 들어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 원래는 아로하가 오기 전에 아로하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려 했는데 급 계획 변경. 아로하한테는 쪼끔 미안하지만, 리준이가 나에게 감동의 쓰나
미를 선물해주었으니 난 엄마 된 도리로써 일용할 양식을 바쳐 줄 차례.
룰루랄라 기쁜 맘으로 간만에 식탁이 꽉 차도록 저녁 준비를 했다. 우리 리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뽀드득 쏘세지를 메인메뉴
로 하고 또 우리 리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뽀드득 쏘세지로 부메뉴를. 같은 재료로만 다섯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리준이 앞에
선보이면, 곱게 차려입은 잠옷에 새하얀 턱받이를 하고 양손에 포크를 쥔 채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리준이. 그리고 때
마침 퇴근하고 돌아 온 아로하가 한상 거하게 차려진 식탁을 보고.
"이게 다 뭐야? 왠 비엔나 소세지가 이렇게 많아??"
"리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야."
"아... 근데 이거 다 니가 한 거야?"
"응!! 나 이제 요리 잘해~ 애들 엄마잖아."
어깨를 으쓱거리며 얘기하는 내 머리를 살짝 헝클이며 귓가에 속삭이는 아로하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를 보고 재밌어하는 아로하.
"아빠. 엄마랑 무슨 얘기 했어? 나도 알려조!!"
"라희야. 엄마 섹시하지? 앞치마 두르고 있으니까 매력있다. 그치?"
앞치마 입고 있는 모습이 도대체 뭐가 섹시하다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마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으음...' 하며 진지
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라희. 한참동안 그렇다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쩜 저렇게 쿵짝이 잘 맞는지 둘 다 진짜 웃겨
죽겠다.
"그만해! 애들 앞에서 뭐하는 거야 진짜."
"왜에~ 뭐가~"
"빨리 앉아서 밥이나 먹어. 라희도."
"응, 엄마."
"나 손 안 씻겨줘??"
"뭐?"
"손."
"오빠가 애야? 먹기 싫음 먹지마."
진짜 애도 아니고, 나이 서른에 어린 마누라한테 손이나 씻겨달라고 하고. 도대체 언제 철들래?? 아로하를 싱크대로 밀어버
리고 리준이를 무릎 위에 앉혔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살짝 돌아보며 '엄마. 나도 손.' 이라고 말하는 리준이.
"맞다. 그러고 보니까 엄마가 리준이 손을 안 씻겨줬네? 가자~"
로봇트 사건 이후로 갑자기 효자가 된 말썽쟁이 꼬마 왕자님을 가볍게 안아들고 아로하가 있는 싱크대로 향했다. 그리고 손
을 다 씻은 후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려던 리준이가 혼자 손 씻고 있는 아로하를 보며 대놓고 피식 웃더니 아주 당당한 표정
과 말투로.
"밨지? 나 이런 사람이야."
갑자기..... DJ DOC의 노래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하하하. 리준아! 밥 먹고 아빠랑 같이 나갔다 올까!?"
"시러. 내가 왜?"
"리준이 아이스크림 좋아하지? 밥 먹고 아빠랑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알았지?"
"아스크림...?"
"응, 아이스크림."
"생각해보께."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 한박자 느리게 말하는게 이미 넘어간 것 같은데도 일단 한 번 생각해보겠다며 끝까지 튕기는 리준이.
말은 안 해도 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 생각에 벌서부터 굉장히 들뜬 모양이다. 내 아들이지만 단순하단 말이야...??
어쨌든, 내 사랑 덕분에 아로하와 함께 있어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지 가끔 웃어주기도 했던 리준이는 정말로 밥을 다 먹자
마자 빨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며 졸라댔고 자꾸만 보채는 리준이 때문에 소화시킬 틈도 없이 밖으로 나온 우리.
리준이의 걸음은 평소보다 더 빨랐다. 혼자서 발을 동동 굴려가며 앞장서 뛰어가다가, 조금 거리가 멀어졌다 싶으면 돌아서
빨리 오라고 소리치고. 아로하는 같이 가자며 열심히 리준이의 뒤를 쫓지만, 리준이는 그런 아로하를 피해 도망가고. 썩 좋
은 사이는 아니지만 그리 나빠 보이지도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느긋하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풀
렸다고 하는 라희 때문에 잠깐 서서 머리를 다시 묶어주고 있는 동안, 따라오지마!! 하며 아로하를 피해 도망가던 리준이가
아주 빠른 걸음으로 혼자 대문을 뛰어 넘었고. 바로 그때, 끼익- 하며 귓가를 파고드는 마찰음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
은 나.
"리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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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너무 바쁘네요. ㅠ
[업쪽=숫자]
겸댕이 ㅋㅋㅋ 감사합니다~~
26 잘봣어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