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원작 영화(1978)에서 대악당 조드 장군 역을 맡은 영국 배우 테런스 스탬프가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BBC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60년에 걸친 경력 동안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배우는 '프리실라'(The Adventures of Priscilla, Queen of the Desert 1993),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Far From the Madding Crowd 1967), '작전명 발퀴리'(Valkyrie 2008)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스탬프가 이날 아침 눈을 감았다고 그의 가족이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밝혔다. 가족은 "그는 배우이자 작가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특별한 작품을 남겼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망 원인과 장소, 유족 관계, 장례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1938년 7월 22일 런던 동부 스테프니에서 노동계급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스탬프는 광고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전에 문법 학교에 다녔다. 연극 학교 장학금을 받은 후 1960년대 명성을 얻었고 18세기의 순진한 젊은 선원에 관한 영화인 '빌리 버드'(1962) 주연을 맡아 데뷔했다. 오스카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 글로브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슈퍼맨'과 '슈퍼맨 II'(1980)에서 조드 장군 역, '편집광'(The Collector 1965)의 납치범 프레디 클레그,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트로이 상사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악당으로 이름 을 알렸다.
1960년대 전성기에 스탬프는 잘생긴 외모, 패션 감각, 나중에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에 함께 출연한 여배우 줄리 크리스티, 슈퍼모델 진 쉬림튼을 비롯한 여자친구들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크리스티와의 관계는 일 년 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킹크스의 노래 '워털루 선셋' 가운데 "테리가 줄리를 만난다"는 가사로 둘의 교제를 다뤄 영원히 기억된다.
스탬프는 숀 코너리가 제임스 본드 역을 포기했을 때 그를 대신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급진적인 그의 생각 때문에 프로듀서 해리 살츠먼은 결정을 미뤘다.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이 해리가 겁 먹게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에게서 두 번째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얼마 동안 시간을 보냈지만 1960년대 말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별'이 희미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나중에 BBC 라디오 4의 'Desert Island Discs'에 출연했을 때 "1960년대가 끝났을 때, 나는 너무 정체돼 있었기에 끝난 것 같았다"면서 "내가 잘생기고,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난 많은 재미가 있었지만 실제적이고 깊은 내적 만족은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동안 연기를 멀리 하고 세계 일주 티켓을 구입해 인도로 가서 요가를 공부하고 영적 피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 결정을 "서사시"라고 묘사하고도 스탬프는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 Desert Island Discs'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나는 항상 6개월 정도 지나면 어떤 훌륭한 부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렌스 스탬프: '음울한 침묵의 대가'였던 1960년대 아이콘
그 기회는 마침내 조드 장군 역을 제안받았던 1976년 찾아왔다. 은막으로 돌아온 후 수십 년 동안 '스타워즈: 에피소드 I - 보이지 않는 위험'(Star Wars: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 '송 포 유'(A Song for Marion 2012), '월스트리트', '컨트롤러'(The Adjustment Bureau 2011) ,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2) 등 수십 편의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다.
"내 유일한 후회는 내가 두려워 놓친 영화들"이라고 그는 'Desert Island Discs'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오드리 헵번과 함께 카멜롯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언급하면서 "내 포탑에 그 영화를 포함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가장 유명하고 주목할 만한 연기 중 하나는 '프리실라'에서의 트랜스젠더 여성 버나뎃 역이었는데 영국아카데미(BAFTA)와 골든 글로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스탬프는 이 영화 속편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티븐 엘리엇 감독은 지난해 이를 확인해줬다. 엘리엇은 당시 85세였던 스탬프를 "술을 마신 적이 없고 기본적으로 풀을 먹는 내 인생에서 만난 가장 건강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스탬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는 내게 '그거 알아? 당신이 옳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얘기는 아직 할 것이 많아'라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 (Une saison en enfer 1971)의 아르튀르 랭보 역을 맡았고, '홀로도모르 우크라이나 대학살'(Bitter Harvest 2017)에 이반 역으로 출연했는데 두 영화 모두 보고 싶다. 필모그래피를 훑어 봐도 주류의 길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닥치는 대로 출연하는 그런 배우는 아니었고, 나름 소신있고 강단있게 '인디 스피릿'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른 인터뷰를 통해 "나는 어떤 야망도 없다"면서 "때때로 집 렌트비를 낼 돈이 없었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작품을 했지만, 렌트비가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젊은 시절 염문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2002년 64세의 나이에 35살 연하의 여성 엘리자베스 오루크와 결혼했다가 6년 뒤 이혼했다. 고인에게 자녀는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