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었던 소녀가 무대와 연기에 눈을 뜨고 연극계의 스타로 성장해가기까지의 대 서사 네버 엔딩 스토리 「유리가면」. 왕년의 대스타 츠키가케의 눈에 들어 생애 최대의 걸작 「홍천녀」의 여주인공이 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은 마치 무협 소설의 스토리라인을 연상시킨다. 자신의 숨겨진 내공을 중원의 숨은 고수가 발견하여 적들을 만나며 차례로 물리치고, 주인공의 내공은 점점 깊어간다. 무협 같은 스토리라인에 좀 더 연예계의 진실성을 드러내는 「하루카 세븐틴」같은 작품도 있다. 술수와 비리가 난무하는 곳에 하루카는 의지를 갖고 싸워나간다.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소년 진화론」 그리고 「니코니코 일기」와 「T.R.Y」 와 같은 성장 드라마의 라인을 따르는 작품들도 있다.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가식적이고 비열한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그들을 감화시키는 똑 부러진 어린이 탤런트의 충고는 심한 가분수형 신체비례로 표현된 그림이지만 또래 독자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킨다. 가수 김현정이 쓴 스토리로 화제가 된 「T.R.Y」는 인기 가수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과 연예계의 현황 이전에 그 안에 들어서는 소녀의 성장에 섬세한 시선을 맞춘다. 예민한 열세 살 니코를 돌보게 된 전직 매니저 케이의 이야기는, 니코와의 섬세한 감정교류를 통해 ‘어른 애’ 케이의 성장 이야기를 나지막하게 들려준다.
한편 만화 속의 연예인들은 그 나름대로의 엇비슷한 코드들을 갖고 있다. 여러 작품들 사이에 녹아 있는 코드들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키워드1 ★ 너는 남들과 달라
만화 속 스타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렇기에 스타가 되기 마련이겠으나, 처음부터 스타는 아니었다. 그 비범함도 누군가 비춰주지 않으면 별이 되지 못한다. 일찍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굴한 사람은 주인공을 스타로 발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맞게 된다. 오디션의 네 소년들을 일찍이 발굴한 송송의 사장처럼, 「드림키스」의 캐스팅매니저 아즈키처럼. 「하루카 세븐틴」의 사야카 사장처럼. 또, 「유리가면」의 츠기가케 선생님처럼. 이들은 또 어린 별들의 역할모델이자 멘토가 된다.
<오디션>의 재활용밴드 멤버
천계영의 「오디션」에서 아이들은, 그들의 진가를 한눈에 알아 본 사장의 유언이 있었기에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일상 속에서 넘치는 개성을 주체 못하면서도 기회가 없어 평이하게 살던 달봉, 국철, 미끼, 래용은 그렇게 천천히 스타 등용문에 발을 내딛는다. 「드림키스」에서 10대 중심의 연예기획사 ‘로미오 학원’의 아즈키 또한 연예계라는 험한 중원에 들어가 기량을 연마하지만 싸움이 쉽지 않다. 갈수록 힘 센 상대가 나타나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그 때마다 아이들은 불굴의 의지로 바닥을 짚고 일어선다. 마치 무협 소설을 읽는 듯, 주인공들은 하나하나 모험을 겪고 상대를 이겨가며 조금씩 성장한다.
키워드2 ★ 네 시작은 엉뚱하나 네 나중은 화려하리라
매니저의 혜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잘 하는 것 하나 없고 눈에 띄지도 않는 마야는 그냥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갔을 것이고, 「하루카 세븐틴」의 하루카 또한 어리바리한 취업 준비생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이다. 「힙합」의 성태하도, 「T.R.Y」의 송미진도, 슈팅스타의 이하이도, 평범하거나 핀잔 듣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미운오리새끼였다. 이들의 못난이 시절은 백조로 탈바꿈하는 극적인 순간을 더 눈부시게 빛 내준다.
<하루카 세븐틴>의 하루카 : 취직을 하지 못해 난감해 하는 하루카
스물 두 살의 하루카는 촌스러운 정장, 두꺼운 안경의 평범한 외모였다. 더구나 동경의 일류대를 졸업한 후 취업이 안 돼 부모로부터 핀잔을 받던 처지였다. 그러나 이들이 얇은 한 꺼풀의 겉옷을 벗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사로 변한다. 「스킵비트」, 「오디션」, 「슈팅스타」처럼 한 걸음씩 변해가기도 하지만 하루카처럼 메이크업 하나로 느닷없는 변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유리가면」의 기타지마 마야는 무대에 서면 설수록 본능적인 배우 감각이 살아난다. 때로 2페이지 이상을 할애하는 주인공의 등장 장면은 독자마저 무대 위의 주인공을 보는듯한 환상을 준다.
키워드3 ★ 연예계는 폭약이 설치된 부비트랩
어렵게 진출한 연예계. 그러나 그 곳은 권력과 술수가 난무하는 전쟁터다. 상상도 못할 만큼 복잡하고 살벌한 세계다. 「T.R.Y」의 송미진은 쇼 프로에서, 라이벌 그룹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다. 「하루카 세븐틴」의 하루카는 작은 기획사 사장이 파인프로와의 협박에 갈등하는 내용이 나온다. 라이벌의 방해공작에도 주인공들은 정공법으로 달린다. 그런데 연예계란 곳이 본래 쉽지 않아서 주인공들조차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막 신고식을 마친 이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아슬아슬하게 이들을 괴롭힌다. 「하루카 세븐틴」은 22세의 나이를 속이고 ‘17세의 상큼한 미소녀’ 컨셉을 밀어붙인다. 「소년 진화론」의 미즈키는 무려 13년이나 나이를 속이고 16살의 아이돌 스타로 존재한다. 「슈팅스타」에 등장하는 ‘moon의 멤버들을 두고 한 매니저는 이렇게 설명한다.
<슈팅스타>의 moon 멤버
“바람둥이 시권이도 컨셉은 지고지순이야”. 「슈팅스타」의 쥰은 사실 16살의 여자아이고, 그룹 내의 유일한 여자아이로 나오는 ’신수아‘는 사실 ’신수록‘이라는 남학생이었다. 화려한 연예계에 존재하는 비밀. 이들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비밀이라는 폭약을 안고 사는 존재다. 그러한 존재감이 만화 속 이야기의 긴장감을 부풀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스릴과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안고 있는 비밀 자체가 주인공의 갈등이자 상처를 수반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니코니코 일기」의 케이는 과거 자신이 매니저로 일했던 유명 여배우의 숨겨진 딸 ’니코‘를 돌보게 된다. 「소년 진화론」의 미즈키 역시 15년 전 사랑했던 연인 미즈키 때문에, 마음은 15년 전의 그 시절에 머물러있다.
키워드4 ★ 순수할 것! 투명할 것!
만화 속 스타이야기는 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모습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오히려 보통 사람들만큼 평범하고 상처도 잘 받는다는 점.
<스킵비트>의 주인공 쿄코 연예계 데뷔전 순수한 소녀의 모습(오른쪽) 연예계 데뷔후 카라스마 넘치는 모습 (왼쪽)
「유리가면」의 기타지마 마야를 비롯해 「HUSH」의 이규화, 「스킵비트」의 쿄코 등도 알고 보면 한 결 같이 순수한 소년소녀에 불과하다. 하물며 하루카는 신인 모델 오디션장에서 “불안해서 사람 인 자를 손바닥에 세 개 써서 삼키면 된다기에 그렇게 했다”고 고백해 웃음바다를 만들 정도다. 이들은 순수하다. 조명이 켜지면, 막이 오르면, 카메라를 들이대면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광채를 내뿜지만,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터질 것 같이 여리고, 한없이 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