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참 하느님을 아는 기쁨
첫 사람들이 선악과를 따 먹은 이유는 그것을 먹으면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창세 3,5). 그때 그들이 되고 싶었던 그 신은 자기 뜻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였을 거다. 지금은 예수님을 통해 참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됐으니 그 열매를 먹으라고 해도 안 먹을 거다. 죄인을 살리려고 외아들을 희생시키고, 억울한 죽음까지 받아들일 정도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그런 하느님은 되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럴 자신이 없다. 그 대신 그런 사랑을 영원히 받고 싶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그분은 무한한 사랑과 끝없는 자비다. 내가 그런 분을 알고 그분에게 속하게 된 건 참으로 기쁜 일이다. 사람은 반쪽을 잃어버린 것 같은 존재라서 그것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고 혼인하고 가정을 이루고 어느 단체엔가 소속된다. 소속감은 사랑받음의 표현이라고 한다. 좋은 사람 좋은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도 좋지만 초월적인 존재인 하느님과 연결되고 그분에게 속하게 되는 건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바라는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초월의 끝에 완전한 사랑의 하느님이 계신다.
그런데 하느님을 엄격하고 무서운 재판관으로 알고 있다면 그 소속감은 참으로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그분은 내가 소속되기보다는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일 거다. 첫 남자와 여자가 하느님 앞을 피해 나무 사이에 숨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상은 참으로 두렵고 끔찍한 상징물이다. 하느님이 저렇게까지 하셨는데도 죄를 지으면 나는 도대체 얼마나 큰 벌을 받게 된단 말인가?
아이들은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 그릇을 떨어뜨려 깨고 물을 엎지르고 해도 큰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다 용서받는다. 아이는 잘 모르고 잘 못하니까. 우리는 하느님 앞에 알몸으로 다니는 아이다. 내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고, 안다고 해도 잘 안되는 하느님의 아이다. 그릇을 깨고 놀라고 무서워 우는 아이다. 우리는 용서받는다. 십자고상이 그걸 보증하는 징표다. 그걸 믿으니 제대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거다. 예수님이 귀먹고 말 더듬는 그를 고쳐 주신 거처럼 내 귀도 열려서 하느님 사랑을 알아듣고 그것을 자신 있게 전하게 되기를 바란다.
예수님, 하느님을 무서워하는 마음이 늘 있는데, 그 무서운 하느님은 가짜입니다. 주님과 친해질수록 참 하느님을 더 잘 알게 된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하느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 느끼고 알게 도와주소서. 아멘.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