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 '벨베데레'의 토르소 / 아테네의 조각가 아폴로니오스(Apollonios) 作
두 개의 토르소가 있는 방
문 저 온 (1973~)
가슴에 손이 돋기를
악수를 하고 네 뺨을 치기를
가까이 가까이서 너를 만지기를
볼을 쓸고 목을 조르기를
다리라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네가 오기를
없는 다리로 굴러오기를
없는 손발로 차렷하기를
네 가슴을 가르고 손을 꺼내기를
꺼낸 손을 가슴팍에 붙여 주기를
실수失手를 부디 만회하기를
피 묻은 악수를 하고 손을 뽑아 던지기를
- 문예지〈문학과의식〉2020 여름호 -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6.20. -
토르소는 이탈리아어로 ‘몸통’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스 로마의 고대 유적지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미술계가 이 훼손된 조각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지만, 토르소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19세기에 와서는 조각의 한 형태로, 토르소라는 용어가 자리매김되었다.
시인은 두 개의 토르소가 있는 방에서 시적 아름다움을 뽑아내고 있다. ‘그러니 네가 오기를/없는 다리로 굴러오기를 /없는 손발로 차렷하기를’에서처럼 토르소에서 얻은 그로테스크한 문장들엔 이 몸통의 형태처럼 서술 문장들이 생략돼 있다. 좋은 시는 생략에서 오는 것. 시를 기다리는 일 또한 ‘없는 손발로 차렷하기’ 아닌가.
〈성윤석 시인〉
Reverse your diamonds (feat. Jacob Bellens) - Peder
그는 보이고 싶은 곳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거기를 보는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는 거기를 보이는 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서혜(鼠蹊). 저 이상한 이름이 붙은 곳을 그는 애처로워한다.
쥐 한 마리가 달음박질할 것 같은 곳. 쥐의 작은 발이 재게 디뎌 간지럼 탈 것 같은 곳. 샅고랑을 달려 쥐는 어디로 가나. 쥐는 갈 수 있나. 쥐는 어디서 왔나.
그는 그의 쥐를 애처로워한다.
어깨를 꺼내 보이고 싶은 적 있었다. 네게.
고개 돌려 내려다보면 동그란 곳. 무릎도 팔꿈치도 몸의 관절은 죄다 잔주름투성이인데, 어깨는 펼친 채로 태어나고 접힐 일이란 없다는 듯 둥글고 팽팽하다.
그 벼랑에 내려앉아 본다. 입술을 대본다. 어떤 안도감. 둥근 알을 볼 때의 온전함. 둥근 알을 만질 때의 평온함. 그 비알에는 거칠고 모난 게 없어서 나는 비바람 먼지가 오래 찌든 것 같은 내 손이 내 발이 내 영혼이 수줍다. 이 둥근 낭떠러지. 나의 측면. 내 국경의 전망대.
정면으로 부닥치지 않고 등 뒤에서 찔리지 않을 것 같은 곳. 비껴 온전한 둥글고 윤나는 거기에 입술을 붙이고 싶었던 적 있었다. 어깨의 말. 어깨의 노래. 노래는 귀를 감아 타오를 것이다. 너의 측면. 네 국경의 전망대. 네 둥근 낭떠러지. 거기에 입술을 붙이고 싶었던 적 있었다.
너는 너의 보이고 싶은 곳을 지니고, 나는 그때 알아보았을까? 한 사람이 실없이 어여삐 여기는 생의 잡동사니. 애착해도 애착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고 빛바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