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 - 7. 7 조형갤러리 (T.02-736-4804, 인사동)
잃을 수 없는 꿈
손두형 개인전
글 :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예술감독)
접시꽃 45.5x33.4cm Oil on canvas 2018
꽃은 피고 지고, 10P, OIL ON CANVAS, 2019
은퇴하고 난 뒤에 이따금 들려오는 친구들 소식 가운데는 전혀 뜻밖의 것들이 종종 있다. 아무개는 뒤늦은 성악가의 꿈에 도전하기로 했고 아무개는 맘만 먹어오던 소설 쓰기에 빠져들었고... 아, 그 친구가 그런 취미가 있었던가? 그래, 나도 사실 그런 꿈이 없진 않지만 게으른 탓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 누구나의 마음 속에 지난 날의 꿈은 여전히 잠들지 않고 있으리라.
봄이 오는 소리, 10P, OIL ON CANVAS, 2018
일전에 손두형 화백을 만났다. 첫 개인전을 연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렇다. 꿈을 언제까지나 잠재워둘 수는 없는 법. 고3 때 같은 반 급우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린 뒤 한 마디씩 정겨운 인물평까지 곁들였던 그가, 미술대학을 다니고도 졸업 후 줄곧 직장생활에 바빴던 그가, 마침내 자신만의 전시회를 준비중이라는 말에 반갑고 숙연해졌다. 40여 년 만에 다시 잡은 붓으로 그려낸 그의 그림들은 바람 소리, 물 소리를 가득 담은 풍경과 꽃, 여인의 모습을 따뜻한 느낌으로 띄워 올린다.
문외한인 내가 그의 소중한 첫 개인전에 무슨 췌언을 늘어놓겠는가마는, 그의 그림들은 한 마디로 밝고 따뜻하다. 자연의 느낌을 가능한 한 밝은 채색과 분위기로 담아 옮겼다. 때로는 현란한 터치와 색감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항상 새로운 소재와 기법, 색감으로 또다른 풍경과 느낌을 표출하고 싶다는 그는 이번에 선 보이는 60여 점의 세계를 넘어설 미래의 변신을 이미 꿈꾸고 있는 듯하다.
배꽃, 8P, OIL ON CANVAS, 2020
한편 그는 다시 시작한 그림과 함께 캘리그라피에도 열중하고 있다. 감성적인 손글씨와 자신의 회화 작품을 접목, 보는 이로 하여금 연계된 감성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걸 도록이 아닌 데스크 캘린더로 제작한 이유는 아마도 좋은 문구와 글꼴로 깊이 있게 표현된 작품들을 서가에 꽂아 두기보다는 자주 들여다보며 느껴 보라는 의중이리라.
이번 전시회에 선 보일 그의 그림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한글의 오묘한 글씨체를 그림과 감성 글씨로 엮어가면서 지난 시간 터득해온 깊은 속내를 조금씩 터트리기 시작할 것이다. 하물며 몸과 마음 속에 예술과 비예술(직장생활)을 오랜 세월 동시저장, 동시진행시켜 온 독특하고 만만찮은 그의 삶이 아닌가. 그러니 이건 진짜로 첫 전시회에 불과하다.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전시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