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합니다
예.
나라는 사람은 이토록 질기고도 꿋꿋하였습니다.
또 다시 올리는 세잎이란 겁니다.
한 가지 결심한 게 있습니다.
소설방에서는 절대로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기.
나는 이모티콘을 굉장히 열심히 썼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고정적으로.
그래서, 이 이모티콘은 내 대명사가 되기도 했으나...
소설방에서만큼은 관두기로 했습니다.
주저리를 옛날처럼 앞에 달기로 했습니다.
왠지 이게 더 나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지처냥의 리플도 잘 봤고,
엄태현님의 변함없는 꼬리말도 잘 보고 있으며,
그 외 제 글을 읽어주시고, 꼬리말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분명 제가 잘 보고 있음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럼 글 시작합니다.
###세잎 클로버###
No.4 [건우와의 짧은 만남]
『하이, 오랜만』
『오랜만ㅡㅡ』
중략..
『음.. 저기 말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은 데..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같은 학교?ㅡㅡ?』
『아니-ㅂ-; 그냥 길거리에서 우연히;;보게 된 사람-ㅂ-;』
『무슨 소리야ㅡㅡ?』
『그러니까..그게 음-ㅂ-; 후배씨의 애인이랄까(먼산)』
『얼씨구.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가 아니라 밥탱이가 자기 후배의 애인을 넘보네를 연출하게?』
『-ㅂ-;;;;그게 아니라..첫 눈에 반한 다는 거 말야. 그런 거 있잖아-ㅂ-; 딱 그거 였단 말이지』
『그럼 후배랑 애인이랑 깨질 때까지 기다려』
『그게 언젠 줄 알고-ㅂ-;』
『언젠가는』
『-ㅂ-;;;;나 정말로 진지하단 말야』
『그런 건 진지해지지 마 이건 진심으로 하는 충고다 이 오빠 말 들어』
『머시기 오빠; 음음-ㅂ-...나도 알기는 알지만 말야. 사람일이란 게 생각처럼 되면 더 이상 사람일이 아니지. 안 그래?』
『정말로 진심인거야?..그럼 그 후배한테는 안 된 일 이지만...그 남자애한테 니가 접근해서 친해지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친해져?』
『그래. 일단 안면은 트고 봐야 뭐든 하지』
『응』
한 동안 더 민우와 버디를 하고선 생각을 정리하며 컴퓨터를 껐다.
친해진다라..
그렇구나.
친해진다..
어떻게?
난 가만히 누워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요새 갑자기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터지는 바람에 잠을 잘 못 잤던 탓인지 자꾸만 잠이 쏟아져 와서 결국 별다른 결론 없이 낮잠을 자버리고 말았지만.
다음 날,
동아리 모임에서 한빛이에게 슬쩍 운을 띄워본다.
"너 남자친구..학교 어디야?"
"성안이요. 근데 왜요?"
한빛이가 의아하다는 눈길로 날 쳐다본다.
이러다간 내 속마음을 들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순간적인 핑계를 댄다.
"아, 그냥 낯이 좀 익어서.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확인 좀 해보려고."
"그래요?"
"응. 근데 다른 사람인가 보네. 학교가 다르다."
"네에."
열심히 변명은 해봤지만 내 말을 그리 믿는 투는 아니다.
한빛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 이번만은 후회하고 싶지 않아.
이번만은 절대로 그 아이를 놓치고 싶지 않아.
괜히 성안고등학교 앞을 서성여 본다.
혹시라도 그 애 얼굴을 보게 될까
혹시라도 내 얼굴을 기억하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내 기억 속 민현이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이어폰을 꽂고 할 일없이 근처를 서성이고만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짐을 느꼈다.
곧장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니 보충이 끝났는지 성안고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그 번잡함 속에서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주변을 살핀다.
아, 그 애다.
반가움에 내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그 애의 뒤를 조금 따라가보았다.
버스에 타길래 나도 덩달아 탄다.
꼭 변태 스토커라도 된 기분이다.
중앙초등학교 앞에서 버스가 서자 그 아이가 내리는 것이 보인다.
나도 급하게 따라 내리려고 하다가 그만 그 아이의 등에 부딪혀 버렸다.
"아, 미안합.."
"....어, 넌?"
습관적으로 사과를 하려고 하는 데 그 쪽이 먼저 나를 알아본다.
기쁘다.
아주 많이.
"....아, 한빛이 남자 친구?"
"응. 이름이...음..."
"진소민. 진소민이야."
무심결에 다른 이름을 대버렸다.
하하,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진소민이라니...진소민이라니...
내 머릿속 복잡함은 아무것도 모른 채 건우는 밝게 웃어 보인다.
"아아, 소민이구나. 남자 이름 같네."
그리고 또 웃어 보인다.
그 웃음이 민현이와 너무도 닮아서 그만 눈물이 나올 뻔했다.
"장건우, 누구야?"
가만히 건우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건우의 친구가 건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묻는다.
건우는 씨익 웃으며 답한다.
"내 여친의 선배. 우리랑 동갑이다."
"흐음..그래? 안녕."
건우의 친구가 나를 보며 끄덕 인사한다.
나도 무심결에 인사를 해 보인다.
그러자 그 친구는 씨익 웃어 보인다.
건우와 비슷한 웃음이다.
"아, 난 약속이 있어서 가 볼게."
"응."
"잘가아∼"
내 말에 건우가 짧게 답하고, 그 친구가 조금은 오바스러운 느낌으로 마구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난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는 점점 작아지는 건우와 건우의 친구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계속 심하게 뛰던 심장이 천천히 진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많이 긴장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좋다.
이제는 내 눈앞에 있는 것이 민현이든 건우든 상관없다는 느낌이다.
그냥 좋다.
내 눈앞에서 숨쉬고 움직이고 내게 말을 걸어주는 그 사람이 좋다.
진심으로.
첫댓글 꼬리말 안 달려고 했는데, 이모티콘? 안 쓴댔지, 그런데 처음에 그건 뭐지? 내 눈이 잘못된건가?...
아아-ㅂ-;나도내글에는꼬리말안다는주의인데-ㅂ-..그건버디의대화를재현하기위한나름의노력이있었어-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