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19. 6. 8(토) ~ 2019. 9. 15(일), 11:00 ~ 20:00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2)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F
3) 작품 수 : 오리지널 유화 작품 92점
4) 입장료 : 일반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5) 전시해설 : 평일 11:30, 14:00, 16:00, 18:00
Tip. 베르나르 뷔페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라 관련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국내에 출간된 관련 서적도 없으니 보다 완성도 있는 관람을 위해 전시해설을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6) 기타 : 재입장이 불가하며, 전시장 내 카메라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휴대폰 통화도 금지입니다.
한가람미술관 전경
'베르나르 뷔페' 인물 탐구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베르나르 뷔페' - <자상화>, <정물>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는 1928년 7월 10일에 프랑스 파리의 말제르브시에서 태어났습니다. 15살이 되던 1943년에 파리에서 처음으로 그림 수업을 받았고, 17살이던 1945년에 학업을 중단하고 집에서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요. 16살이던 1948년에 이미지 <방 안의 두 남자>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당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적은 물감으로 전쟁 후 무너진 파리와 파리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고, 그림에 주로 등장하는 것은 빈 잔과 마른 채소와 과일, 어딘지 피곤해 보이는 주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각이 진 선으로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공간을 그렸고, 연필이나 그라피티로 그려진 선을 물감으로 다시 재현해내는 방식을 구사했는데요. 주로 사용한 색감은 흰색, 회색, 황토색이었습니다.
1950년대에 뷔페의 작품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1955년에 이미 프랑스의 전통적인 미술잡지인 <꼬네상스 데쟈르>가 기획한 전후의 화가 10인 중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는 절정에 오르고 1958년에는 미모의 여인인 아나벨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사랑과 명예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까지 두루 갖추게 된 그의 작품에는 더 많은 색이 등장하고, 물감도 더 두꺼워집니다. 그리고 그림 속 사물들도 더욱 다채롭고 부유해지는데요. 평생을 사랑한 아내 아나벨도 그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그는 1950년대 중반 이후로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오마주 작업을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렘브란트와 엘 그레코 그리고 프란스 할스의 작품을 그렸는데요. 팝 아트나 만화에 근접한 현대적인 그림도 그렸는데,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모간 1950, 자동차: 부가티 타입 50-1935, 자동차: 시트로앵 2CV1950>입니다. 여행 후 풍경도 그렸는데, 1950년대에 그린 도시는 좀 더 엄숙하고 우울했다면, 1980년대의 작품들은 훨씬 밝고 명랑해집니다. 1970년대 이후로 그는 그림 스타일을 바꿔서 정확한 원근감과 안정감을 구사합니다. 프랑스 명예 훈장을 받고, 많은 이들의 힐난에서 해방되어 그림도 편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늘 삶의 어두운 면을 보는 화가였습니다. 어릴 적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브르타뉴 해변이라던가, 미쳐가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만화 스타일을 통해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음악광대들> 등이 이를 나타냅니다. 특히 파킨슨병에 걸린 뒤로 몸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죽음에 대한 그림을 빈번하게 그리기 시작합니다. 1998년 그는 <드래그 퀸>과 <복장 도착 해골>을 그렸고, 1999년에는 <죽음>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24점 그렸습니다. 그리고 1999년 10월 4일, 그는 작업실에서 끝내 스스로 목숨을 거둡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아나벨과 함께였지만, 자살할 무렵에는 파킨슨병이 악화되어 그림을 그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베르나르 뷔페는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그와 관련된 한국어 서적도 없지만, 해외에서는 많은 관심을 받은 화가입니다. 비록 추상화가 유행하던 시기에 인상화를 그렸지만, 현재 예술계에서 추상화와 구상화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그는 상업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앤디 워홀과 데미안 허슨트가 사랑받은 걸 보면 상업화가가 비판받은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뷔페가 비난받았던 두 가지 이유를 지우고 그를 바라보면 주목받기에 충분한 화가입니다. 앤디 워홀이 자신이 인정하는 프랑스 회화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말한 베르나르 뷔페. 그의 예술가 인생은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집니다.
<베르나르 뷔페 展> 전시 구성
<베르나르 뷔페 展> 로비
예술의 전당에 있는 한가람 미술관 1층에서 진행되는 <베르나르 뷔페 展>은 다수의 전시회가 그렇듯 입구에서 시작하여 한 바퀴 돌아 출구로 끝을 맺는 구조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평일 낮에 전시를 관람하여 여유롭게 볼 수 있었지만, 주말에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또한 도슨트는 평일에만 진행되므로, 평일에 관람하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국내에는 베르나르 뷔페와 관련된 정보가 많이 않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때문에 화가의 작품들을 이해할 방법이 적기 때문에 도슨트 설명을 50분 동안 들으면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확 올릴 수 있습니다.
베르나르 뷔페의 'Les Clowns Musiciens'
전시는 크게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이 시대 순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때때로 그의 팝 아트적인 자동차 그림이나 풍경 그림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전시 순서대로 뷔페의 그림 스타일이 변해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① 스타의 탄생
뷔페 초기의 작품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뷔페는 이 시기에 대해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다녀야 했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작품 속 정물화는 텅 비어있고, 사람들은 비쩍 마르고 퀭합니다. 놀라운 것은 당시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 "자신인 줄 알았다"라며 공감했다는 것입니다. 그림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외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물감이 부족해 캔버스를 그은 흔적도 많이 보입니다.
② 새로운 시작
그의 작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됩니다. 캔버스에 물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색감이 다채로워지고 그림이 두꺼워집니다. 저는 이 파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 <유언장 정물화>입니다. 뷔페는 부인인 아나벨에게 무엇을 남길지 <유언장 정물화>를 통해 유언을 남깁니다.
③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Ⅰ
뷔페는 어릴 적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대가들의 작품을 오마주 하기 시작합니다. 대가들에게 영감을 받는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렘브란트, 엘 그레코, 프란스 할스 등의 작품을 개성 넘치게 표현합니다.
④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Ⅱ
뷔페는 그림 판매를 통해 부를 얻게 된 뒤, 멋진 자동차를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앤디 워홀이 발전시킨 미국식 팝 아트 스타일로 자동차 시리즈를 완성시킨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파트에는 그의 자화상도 전시되어 있으며, 그가 여행을 다니며 마주한 풍경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의 그림 중에는 어머니와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브르타뉴 해변과 (그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안정을 느끼게 된다는) 바다 위의 배도 있습니다.
⑤ 오디세이 신화와 해저 2만 리
뷔페는 돈키오테, 해저 2만 리, 오디세이에 영감을 받아 대형 작품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는 만화적인 스타일로 이러한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해저 2만 리-노틸러스호의 거대한 현창>에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져온 해부학 관점에서 바라본 곤충 등이 총집합해 있습니다.
⑥ 찬란한 피날레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에 표현적인 면에서는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주제는 오히려 매우 현실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그는 광대와 해골을 많이 그렸는데, 특히 삶의 마지막 시기에 죽음에 대한 그림을 빈번하게 그립니다. 전시의 마지막은 그가 이때 그렸던 해골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배경 음악은 한국인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베르나르 뷔페를 위하여'입니다.
기념품 숍의 엽서들
<베르나르 뷔페 展>은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 에르미타주 박물관, 푸슈킨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이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단독 대규모 회고전입니다. 뷔페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대형 작품들을 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본인도 작품 활동을 하며 대형 작품을 그리길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의 마음이 담긴 3~4m 크기의 대형 작품 또한 이번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유화 92점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베르나르 뷔페는 여러모로 불운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술계의 힙 플레이스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면서, 파리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가 구상 회화의 끝을 선언하고 추상회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자연스레 구상 회화 작가였던 뷔페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궁핍했던 어릴 적에서 벗어나 단순히 아름답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구입해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사치한다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의 이유였던 그림조차 제대로 그릴 수 없는 파킨슨병에 걸려 결국 자살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한가람미술관을 채우고 있는 그의 그림들은 생명력이 넘칩니다.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해골들의 심장만큼은 빨갛게 뛰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를 만나기 쉽지 않은 기회이니만큼, 한국교직원공제회 회원들이 이번 전시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만화적이면서 기괴하고 밝은 톤이면서 우울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갖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