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성, 영원한 화두_ 국립경주박물관

[MIT]

📍신라역사관(고고관)_
1975년에 건축가 이희태(1925~1981)에 의해 설계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은 ‘고전건축어휘의 현대화 추구‘라는 범주에서 전통의 차용과 현대적 재해석의 고민이 상당히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기둥의 윗부분은 불상이나 석등의 좌대로 주로 사용하는 연화무늬를 현대적으로 변형하였으며, 회랑의 난간은 이조시대의 도자기 형태를 줄지어 늘어선 기둥은 경회루를 연상하게 한다.
정방형의 평면은 중앙의 로비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기둥의 그리드에 의해 규격화되고 있으며, 외부에서 진입하는 4면의 계단을 통해 중심성을 획득하고 있고, 이러한 규격화와 중심성은 격식과 질서감을 부여한다. 1층 부분은 필로티로 처리해 2층에 위치한 전시공간은 마치 정자를 연상시키며, 탑파건축의 이미지를 차용해 기둥하부의 처마 아래의 서까래를 몇 줄의 선으로 단순화시켰으며 주초석과 기둥이 만나는 부분에 보를 돌출시켜 철근콘크리트구조이나 마치 가구식 목구조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월지관(안압지관)_
<월지관>은 1982년에 지상 1층, 지하 2층의 단순한 직사각형태 외관에 검은 전벽돌과 목재로 된 벽에 기와를 올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설계로 지어졌다. 전시관의 면적은 300평으로 자연채광과 조망문, 관망창 그리고 내부에 많은 계단을 둔 복잡하고도 역동적인 설계로 현대식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인 건물이었다 한다. 이후 2004년에 환경개선공사로 내부천장을 높이고 중층을 만들었다.

📍신라천년서고_
박물관 마당한쪽에 수장고로 쓰이던 서별관(건축가미상)을 신라역사문헌을 아카이브 하는 장소로 최근에 김현대(이화여자대학교)와 텍토닉스랩 건축사사무소(김수경)에 의해 <신라천년서고>로 리모델링되었다. 2022년 한국실내건축가협회 KOSID 골든스케일베스트어워드 당선작이기도 하며, 과거의 문화유산의 형태 모방에만 국한했던 전통성의 개념을, 물성과 조인트의 정서적 효과로 확장해 재해석하는 새로운 역사성으로의 전환을 상기시키는 공간이기도 하다.

📍신라역사관 로비와 신라미술관 로비_
2020년 환경개선사업을 하면서 신라역사관과 미술관의 로비를 한국 고유의 미학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태오양스튜디오에게 <신라역사관 로비>와 <신라미술관 로비> 설계를 의뢰했다. <신라역사관 로비>는 감상의 연결, 감성적 휴식, 유물과의 새로운 만남에 초점을 맞추고 <신라미술관 로비> 2층은 신라 불상 특유의 멋을 간직하고 있는 약사여래불과 승화산 반가사유상을 설치하여 로비 또한 유물관 못지않은 중요한 공간으로 비중을 두어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과 방식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인간적인 가치를 수집하고 보존하고 또 전시하고 연구하며 그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고 인류와 공유하고 나아가 후대에 전하는 역할은 결국 인간가치의 발전 역사가 아닐까 싶다. 박물관 건축형식은 다른 기능의 건물과는 달리 공간적인 연계나 전시의 기능보다 기념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일반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희태 건축가의 <신라역사관>은 현대건축의 전통계승에 대한 대안으로 전통건축의 여러 형태적 요소들을 차용시키고 변형시켜 형태가 우선시되는 건물이며, 김수근 건축가의 <월지관>은 내부에서 창 너머 외부의 차경을 즐기며 동선처리가 비교적 잘 되어있어 전통에 대한 한국성의 표현을 고민해온 두 거장의 작품으로 한국 근현대 박물관 건축의 아카이브로 기능해 왔다. 또한 시대적으로 가장 오래된 장경판전의 공간 미학을 현재 시점으로 재해석해 서고를 구현하고자 한 <신라천년서고>와 휴식과 관람의 경험을 한데 섞은 <신라역사관 로비>, <신라미술관 로비>도 새로운 역사성으로의 전환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다.

깊어가는 겨울, 국립경주박물관을 출발점으로 신라 천년의 역사문화와 함께 건축과 만나는 여행을 떠나 보길 바란다.

*MIT에서는 우리 주변의 건축과 실내공간, 디자인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로의 지식과 경험,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피드였으면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국립경주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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