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사진리 대설』 삼척에서 돌아오며

   
삼척에서 돌아오며

                                 고형렬


이태만에 돌아오는 연어를 보러
일년 만에 섬척을 일부루 갔다가
물이 차서 세수를 할 수가 없는
오십천에 온 검은 연어를 보고
대관령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

사십 년 동안 이 골의 아이들도
공부해서 서울로 서울로 가더니
제 할애비 뼈가 묻히고 살이 흐르는
이 삼척 고향에다가도 밤낮이 없는
죽음의 공장을 기어이 세운단다
새들에게 주민에게 정기를 빼앗는
전국토원전화의 참회를 버려두고
대진항에 내리는 조용한 겨울비는
살가웁기만 하고 걱정이 없단다
절벽에 붙은 그 작은 애기항에도
시누대를 붙잡는 비의 뜻을 누가 알까
날을 저물리며 북쪽으로 날아가는
부녀 갈매기가 어둠속에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 눈 녹은 검은 물소리
연어를 보고 돌아오는 지난 겨울
파란 하늘 한 구멍을 찾을 권리가
정말 우리에게 없는 까닭을 안다
그 까닥을 어머님의 고향에서 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