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서비스화란 제조업 공정에 서비스적 요소를 첨가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는 반도체와 가전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및 신흥국들의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하여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기술격차가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란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하고 생산과정에서 서비스 중간재를 투입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조혁신 전략을 의미한다. 본 글에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에 대해 생산 단계별로 알아보고, 2020년 실측 산업연관표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제조업의 서비스화의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최근 들어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생산 단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그 과정에 따라 생산 전방, 생산 공정, 생산 후방 단계로 분류할 수 있고 각 단계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서비스들이 중간재로 투입되고 있다. 우선 생산 전방 단계는 본격적인 생산 이전에 수행되는 기획 및 시장조사 단계를 의미한다. 이때 사용되는 중간재 서비스로는 시장조사 및 경영지원 서비스 등이 있다. 가령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자사의 제품들에 AI 기술을 접목하여 고객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제품들을 기획하고 있다.
다음으로 생산 공정 단계는 상품이 실제로 제조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생산 공정 단계에서는 공학서비스, IT서비스 등이 중간재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는 생산과정에서 전후 공정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연계하게끔 하여 지금까지 각각의 공정 단위로만 자동화가 이루어져 생산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극복하였다.
마지막으로 생산 후방 단계는 재화의 생산이 완료된 이후를 의미한다. 도소매 및 상품중개서비스나 운송서비스가 생산 후방 단계에서의 대표적인 중간재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애플스토어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하여 제품을 체험하고 상담을 받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제품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지난 10년간 진전되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서비스화 진전 모습은 산업연관표[1]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다. 한 산업의 생산액은 중간투입과 부가가치로 나눌 수 있고, 중간투입은 다시 재화 투입과 서비스 투입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부품 구매에 70원,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20원을 사용하여 스마트폰을 만든 다음 소비자에게 100원에 판매한다면 생산액, 재화 투입, 서비스 투입, 부가가치는 각각 100원, 70원, 20원, 10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의 서비스화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재화, 서비스의 투입액 비중 증감률은 <그림 1>과 같다. <그림 1>을 보면 2010년 이후 국내 제조업에서 생산액 대비 재화 투입 비중의 증감률은 지속적으로 음(-)의 흐름을 보이는 반면, 생산액 대비 서비스 투입 비중의 증감률은 줄곧 양(+)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 간 국내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국내 제조업의 투입구조 증감률
자료: 한국은행, 저자 계산
그림 2. 생산단계별 서비스투입 증가율[2]
자료: 한국은행, 저자 계산
이에 대해 생산 단계별로 세분화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2010년 초반에는 생산 후방 단계 위주로 서비스화가 진행되었던 반면 2020년에는 생산 전방 및 생산 공정 단계에서 서비스화 진전이 두드러졌다. <그림 2>의 생산 단계별 서비스 투입 증가율을 보면 2010년 대비 2015년에는 생산 후방 단계에서 12.7%로 그 값이 가장 높은 반면, 2015년 대비 2020년에는 생산 전방 및 생산 공정 단계에서 각각 21.4%와 28.7%로 생산 후방 단계의 15.8%를 상회했다. 따라서 과거에는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주로 생산 후방 단계에서 머물렀지만, 지금은 생산 단계 전반으로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서비스 종류별로 중간투입액 증가율이 상이했다. 예컨대 정보제공서비스가 서비스 중간투입액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는 이용도가 급격히 증가한 포털서비스를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의 활용도가 늘어난 점에 기인한다. 이외에도 증가율이 두드러진 주요 중간재 서비스들이 <그림 3>에 나타나 있다. 서비스들마다 확산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모두 AI,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화 진전과 IT서비스 발전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가속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 서비스 종류별 중간투입액 증가율
자료: 한국은행, 저자 계산
그림 4. 제조업의 서비스 유발계수 추이[3]
자료: 한국은행
제조업의 서비스 생산유발계수 및 부가가치유발계수는 꾸준히 상승하였으나,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 상품에 대하여 소비, 투자, 수출 등 최종수요가 한 단위 증가하였을 때, 최종재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중간재가 함께 생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간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다른 중간재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한 산업에 대한 최종수요의 변동은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러한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계수가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이다.[4] <그림 4>에는 제조업의 서비스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가 연도별로 제시되어 있다. 지난 10년 간 이 둘 모두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를 통해 제조업 생산이 서비스업에 미치는 영향은 생산액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모두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지난 10년 간 꾸준히 진전되었음에도 아직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 수준이 모두 낮다. 이를 <그림 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국가 전체 생산량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주요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서비스 생산량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제조업의 서비스 유발계수를 주요 국가들 수준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 5. 주요 5개국의 제조업의 서비스 유발계수
자료: 한국은행, ICIO
그림 6. 서비스 유형별 제조업 유발계수
자료: 한국은행, 저자 계산
성장성이 크고 제조업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촉진하여 제조업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어떠한 서비스가 제조업의 생산과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클 것인가? 성장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제조업 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앞서 <그림 3>에 제시된 서비스들은 디지털 인프라의 발전으로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 서비스 중 시장조사 및 경영지원서비스, IT서비스, 공학서비스는 생산유발계수가 높을 뿐 아니라 부가가치유발계수가 여타 서비스업 대비 높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 등 민간주체가 이들 서비스를 제조업과 융합시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제조업 확장 파트너십을 통하여 중소 제조기업이 서비스 및 기술 연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R&D 예산 확충,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 지원 등을 통해 서비스의 제조업 유발계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서비스 부문의 투자 및 연구는 최근 둔화되고 있는 제조업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1] 투입산출표 중 생산자가격 총거래표를 사용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2] 시장조사, 정보통신서비스, 금융 및 보험서비스 등을 생산 전방 투입 서비스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과학기술서비스 등을 생산 공정 투입 서비스로, 도소매 및 상품중개서비스, 운송서비스 등을 생산 후방 투입 서비스로 활용하여 계산하였다.
[3] 투입산출표를 7부문(농림수산품, 광산품, 공산품,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건설, 서비스, 기타)으로 부문통합 후 유발계수를 도출하였다.
[4] 생산유발계수란 최종수요가 한 단위 발생하였을 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생산액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유발계수란 최종수요가 한 단위 발생하였을 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각 산업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부가가치를 의미한다. 유발계수의 도출 방법 등 자세한 설명은 『산업연관분석해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