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체 거래를 쓸 생각이 있는 걸까..
혼자 나름대로 자문해 보았으나,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매미 울음소리가 유난히 거세다.
잠을 자다가 누군가의 전화에 의해 잠이 깨고 살짝 비몽사몽한 지금,
매미 울음소리마저 신경을 긁는다.
이건 내 성격이 나쁜 탓인가.
내 글을 읽는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또한, 내 글의 나도 행복하길 바라며,
이 글을 쓰는 나도 행복했으면 한다.
그럼 글 시작합니다.
###세잎클로버###
No.5 [시베리안허스키]
저건...시베리안허스키네.
귀엽다.
아직은 강아지라서 옆에 있는 공과 크기가 엇비슷한데, 그게 더욱 귀여워 보인다.
난 강아지라던가, 개라던가, 고양이라던가, 새라던가, 물고기라던가
동물이라는 동물은 사람 빼고 죄다 싫어한다.
물론, 파충류도 곤충도 모두.
하지만, 보는 건 좋아한다.
특히 강아지는.
그 중에서도 태어난 지 얼마안되는 조그마한 시베리안허스키를 가장 좋아한다.
역시 민현이의 영향을 받은 거지만.
민현이는 유난히 개를 좋아했는데, 그게 내게는 상당히 고달팠다.
난 개를 싫어하는 데 민현이는 개를 좋아하고,
직접 키우기도 했던데다가 심심하면 데리고 다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내게 개를 친숙하게 만들도록 하려고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다.
물론, 민현이도 나중에는 두손두발 들고 포기해버렸지만.
"소민아?"
무심코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건우다.
"아, 안녕."
별 생각 없이 인사를 건네 본다.
그러자 건우는 환하게 웃어보인다.
민현이와 똑같은 웃음이다.
"너 혹시 시베리안허스키 좋아해?"
"응?...응."
보기만 하는 거라면 말이지만.
"음, 그럼 나랑 안에서 구경하고 갈래?"
"아니, 됐어. 난 그냥 구경하는 게 좋은 거거든. 사실은 개를 무서워해서..."
내 어정쩡한 변명에 건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내 손목을 잡고 애완숍 안으로 들어간다.
난 차마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끌려 들어간다.
안에는 온통 개천지 였다.
그게 상당히 나를 위축시켜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웃겨 보일지 몰라도
내게는 상당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니 말이다.
"난 그냥 갈래."
조심히 내 뜻을 비춰보인다.
하지만, 건우는 더욱 내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줄 뿐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게 기쁘면서도 주변 상황 때문에 두려워진다.
"개는 말이야. 두려운 게 아냐. 사람하고 가장 친한 동물이거든."
'개는 사람과 가장 친한 동물이야.'
예전에 민현이가 내게 해줬던 말과 지금 건우가 내게 한 말이 겹쳐들렸다.
어떻게 민현이와 건우는 말하는 것 까지 똑같을 수가 있는 건지...
잠깐 민현이의 생각에 씁쓸해졌다.
"하지만, 난 정말 무서워. 어렸을 때 커다란 개한테 물렸었거든. 그 때 이후로 공포증 같은 게 생겨서. 개는 그냥 보기만 해."
"하하, 나도 어렸을 때 물렸었어. 하지만, 난 괜찮잖아. 그러니까 너도 괜찮아. 아, 저기요. 여기 안에 있는 시베리안허스키 좀 봐요 되요?"
어떻게 해서든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나와는 달리 건우는 그 자리에서 한 술 더 떠서는 이젠 아예 개를 꺼내달라고 한다.
그 말에 나는 더욱 당황해 버린다.
건우는 애완숍 종업원에게 강아지를 건네 받고선 조심히 안아들어보인다.
그러고선 내 손을 들어 강아지의 등을 한 번 슬쩍 쓸어낸다.
난 아무런 생각없이 건우에게 손을 맡겼다가 움찔해버린다.
"따뜻하고...아무튼 이상해.."
기운 없이 툭 말을 내뱉고 잽싸게 손을 빼낸다.
그걸 건우는 말 없이 보더니 내 눈앞에 자신의 팔뚝을 들이댄다.
나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건우의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 만져봐."
명령하듯, 부탁하듯 말하는 건우의 말에 난 건우의 팔뚝을 한 번 잡아 보였다.
그러자 건우가 묻는다.
"어때? 따뜻하지?"
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건우가 계속 말을 한다.
"따뜻하단 건 살아 있다는 거야. 난 살아 있어. 그래서, 따뜻한거야."
따뜻하단거. 살아 있다는 거.
어쩌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그 무언가를 대변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이 자리에 있어보기로 했다.
건우를 향해 알 수 없는 기대를 잔뜩 걸고서.
"얘도 그래. 살아있기 때문에 따뜻한거야. 게다가 아직 어려서 상당히 부드럽지. 그걸 이상하다고 하는 건 살아있는 것에 대해 모독하는 거야. 음, 말이 좀 심했나? 하하."
건우는 말을 하면서 멋쩍게 웃어보인다.
"오히려 차가운 게 이상한거야. 그건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거니까 말야."
'따뜻한 건 살아있다는 증거야.'
아, 또다. 지금 내게 건우가 해주는 얘기도 전에 민현이가 해줬던 말이다.
신기하고, 기쁘고...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무서워하지마. 너도 살아있고, 얘도 살아있어. 살아있는 시간은 생각외로 짧아서 살아있는 동안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건 모두 아껴보고 사랑해봐야 하는 거야."
살아있는 시간이 생각외로 짧다는 말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아서,
너무나도 깊이 동감해버려서,
가슴 아플 정도로 그 말이 슬프게 들려서,
그래서 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자 민현이는 갑작스런 내 눈물에 당황한 채
강아지를 원래 있던 곳에 넣어두고선 나를 달래기 시작한다.
"미안. 울 정도로 무서워 할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
울고 있는 나보다 더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달래는 건우의 모습에 난 그만 웃고 말았다. 그게 어찌나 민현이를 닮았던지..
너무나도 그리운 모습에...
그게 너무도 반가워서
결국 웃어버렸다.
"괜찮아. 그냥..갑자기 옛날이 생각이 났어. 신경쓰지마."
"그래도 눈물까지 흘리는 거 보면 보통일이 아닌 모양인데. 우리 엄마가 하는 말이 여자가 울 때는 무조건 남자가 한 수 접고 달래주라고 했었는데, 그러니까..그게..음."
나 때문에 당황하는 그 모습이 이제는 차라리 슬퍼보이기에
난 그만 그 자리를 피하기로 결심했다.
이 모습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니까.
건우는 한빛이의 남자친구니까...
아무리 이 아이가 내게 위로를 해주고, 민현이와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데도,
나도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어서...
건우와 민현이가 다른 사람이란 건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한빛이가 내 후배라는 것도. 건우가 한빛이의 남자친구란 것도..
가슴이 아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조절이 안된다.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계속 겹쳐 보인다.
"건우야, 나 그냥 가볼게. 너도 한빛이랑 약속 있는 거 아니야? 난 그만 가볼테니까 둘이 잘 놀아."
"응? 그럼, 그래...아차, 너 핸드폰 번호 좀 입력해줘."
건우가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내민다.
신기하게도 나와 같은 기종이다.
"응."
영문도 모른 채 그냥 내 번호를 찍어준다.
다시 연락할 생각인건가?
그렇다면 나야 기쁘지만..
그럼, 한빛이는?
"조심해서 들어가. 그럼 난 간다."
건우가 그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배웅한다.
난 조용히 손을 흔들며 나름껏 웃어보인다.
그런 내 모습에 건우는 안심한 듯 뒤돌아 선다.
그렇게 난 언제나 건우의 뒷모습만을 쫓는다.
첫댓글 차가워도 살아있는 것 있다!!바로 나!![쓸데없는 개쏘리를.....;;] 글 잘쓰시네요!!저 시베리안 허스키 무지 좋아해요!!>ㅁ< 이모네 집에 시베리안 허스키 한마리 있는데 그 개 이름이 '백호'예요-_-;
여기까지는 미리 봤으니..다음 얼렁 써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