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남아공월드컵 중계권 문제로 SBS를 고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방송사간 중계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KBS가 SBS 사주의 문제점을 캐는 등 '보복성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KBS는 보도국내에 정은창 해설위원을 팀장으로 하는 '보편적 시청권 대책 TF팀'을 구성하긴 했으나 "중계권 문제의 사회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뿐 뒷조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
|
|
|
▲ MB특보출신 김인규 KBS 사장은 3월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된 '한국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강연회에서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공동중계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KBS |
|
|
최근 KBS는 'SBS 지주회사 전환 3년 평가' 토론회를 준비했던 언론개혁시민연대에 'SBS 대주주 전횡의 구체적 사례' 'SBS 재허가에서 문제될 법한 사항'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취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토론회가 연기됐음에도 'SBS와 SBS홀딩스 관계의 문제점'을 짚은 발제문을 보내달라고 하는 등 여러명의 KBS기자들이 SBS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며 "KBS가 월드컵 단독중계와 관련해서 대응팀을 구성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직적이었다"고 밝혔다.
추 활동가는 "대주주전횡 등 SBS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은 좋지만 특정 목적 의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한 상황이다. KBS가 보도기능을 사유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언론단체, 스포츠전문가 "보도기능 사유화인가?"
<"아! '제발' 올림픽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등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SBS의 행태를 비판해온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8일 정 교수는 "한달여 전에 KBS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SBS의 모기업인 태영건설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관계와 자세한 내막에 대해 물어왔다. 과거에 SBS를 비판한 글을 낸 적이 있는데 이걸 보고 전화한 것 같다"며 "웬일로 KBS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나 했더니 일종의 뒷조사였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좀 심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9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김연아 싹쓸이'에 '월드컵 싹쓸이'? "KBS, MBC 쌤통!">에서 관련 사실을 공개하며 "그(KBS기자)는 사실(fact)을 가지고 의견을 묻는 취재를 하기 보다는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은가'를 계속 캐물었다"며 "열이 오를대로 오른 KBS가 택한 방식"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최근 KBS TF팀 측에서는 SBS 측에 '윤세영 회장 선산'에 관한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SBS "KBS, 비즈니스 위해 저널리즘 이용하나?"
SBS 관계자는 "KBS TF팀 소속 기자가 회장 비서실로 분묘의 크기, 봉분의 높이 등 선산의 불법성에 관해 취재하는 질의서를 보내왔다. KBS가 SBS 독점중계에 대응하기 위해 보도국 내에 TF를 구성했다는 것은 언론에만 보도되지 않았을 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라며 "부장급이 TF팀 팀장으로 나섰고, 각 부에서 기자 8명을 차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도국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나섰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KBS가 비즈니스를 위해 저널리즘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초기에 SBS에서도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TF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만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회장 선산 문제까지 공격하는 마당에 '계속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
|
|
▲ 3월 9일 열린 문화연대의 '스포츠 중계권 토론회'에 관한 KBS 보도 캡처. KBS는 3월 9일 '뉴스9'에서 SBS의 단독중계에 대해 비판 코멘트만을 편집한 '아전인수식' 보도를 내보냈다. |
|
|
하지만 KBS는 '뒷조사' 의혹에 대해 '일상적 취재'라고 일축했다.
9일, 정은창 KBS 보편적시청권 대책TF 팀장은 "중계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팀일 뿐"이라며 "(TF팀은) SBS 뒷조사를 하는 흥신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KBS "중계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방안 마련하기 위한 팀일 뿐"
정 팀장은 '중계권을 놓고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SBS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것이 보복성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그분들의 시각일 뿐"이라며 "미디어스는 SBS를 대변하는 곳인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팀장은 "(선산 취재 등은) 제보가 들어오면 당연히 취재가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선을 그었다.
'윤세영 회장 선산'에 관한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KBS 모 기자는 9일 '보편적 시청권 대책 TF팀 소속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SBS에서 관련 내용을 흘린 것 같은데, SBS가 왜 그런 정보를 흘리는지 의도를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방송사들 사이의 건강한 상호 비판은 환영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당장 벌어지고 있는 MBC 파업이나 김우룡 쪼인트 파문에 대해서는 보도하지도 않고 SBS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캐고 다니는 것은 오해를 사기 쉽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보편적 시청권 대책팀'인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