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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 가스누출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언덕의 나무들이 모두 붉은 갈색으로 말랐다. 왼쪽 상단에 마른 소나무가 보인다. ⓒ신종호 |
게다가 구미국가산업단지 4공단 안에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 불산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에서 530m 떨어진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옥계성당 사목회 회장 이영석 씨는 “두통, 기침,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고 80여명의 직원들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목과 눈이 많이 붓고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을 겪고 있다. 이영석 씨는 “병원에 가려고 해도 구미에 있는 병원은 꽉 찼고 사고 난 지점에서 1.2km 거리의 초등학교에 설치된 임시검사소에도 사람이 너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산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신종호 신부는 “사고 당시에 북서풍이 불어서 바람의 방향에 있었던 마을에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 사이에서는 행정당국의 늦장대응이 2차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종호 신부는 “사고 당일 구미시 공무원이 아닌 봉산리(사고 발생 지역) 이장님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런데 다음날 시에서는 ‘약식’으로 대기측정을 해 산도조사 결과 1ppm 정도니 귀가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미시는 또한 사고 당시 불산을 중화시킬 석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사고가 난지 만 하루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석회를 뿌렸다. 사건 당일 하루 동안 물에 녹는 물질인 불산에 소방수를 뿌린 탓에 주변 토양과 하천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산은 흡입 및 섭취, 피부접촉 등이 있을 경우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2, 3개월 이후 폐 및 신경 조직 손상, 각막 손상, 기관지염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불산은 세포를 죽이고 뼈에 있는 칼슘을 뽑아내는데 신경 세포를 죽일 경우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신동호 신부는 “불산은 고엽제의 원료로 시간이 지난 후에 서서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사고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숙자 국장은 “피해지역 주민들이나 공단 노동자들이 보호 장비 없이 사고지역을 걸어 다니고 있다”며 “어제 (10월 9일) 정부 측에서 발표한 조사결과 수치는 안전한 정도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애초부터 구미시를 비롯한 행정 당국이 사고를 축소하려 했다’며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10월 10일에 촬영한 구미 가스누출 사고 현장 근처 도로 상황. 가로수가 사고 발생 하루 만에 말랐다. 파랗게 남은 것은 측백나무 뿐이다. ⓒ신종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