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의 과격성과 그 이유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이러한 사회변혁의 특질을 지금도 가장 내부적으로 잘 갖추고 있는 종교집단이 이슬람교이다.
금세기 초엽부터 조금씩 나타나서 60년대부터 급속히 대두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은 모순을 그대로 방치하는 듯한 기존의 사회질서와 경제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방관만 하는 이슬람 사회의 보수세력에 저항하고자 등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원리주의가 세계적으로 위협적 존재로서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지하드(성전聖戰)를 전면에 내세우고 테러, 납치 등의 비합리적 수단도 불사하기 때문이며 특히 서방사회. 서구의 기독교 사회에 대한 공격의 이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배후에는 서구사회가 건설해 온 근대화 과정을 자신들은 그 시기를 놓쳤다는데에 대한 초조감이 배어 있다. 서구 사회가 이룩한 근대국가는 민족이라는 적절한 규모로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적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스만 투르크 제국 등의 통치하에서 종교에 기초한 공동체를 형성해 온 이슬람 사회에는 그러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더욱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붕괴과정에서 서구열강은 이슬람 사회를 분할하여 식민지화 하였고, 따라서 그들의 경제권(經濟圈)은 산산히 토막나고 말았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쳐 독립을 달성했지만 국경선은 식민지 시대
그대로 그어져 있었는데, 이는 서구적 힘의 논리로 이슬람 세계의 경제적, 종교적인 연결고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 한반도의 분단이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대국의
논리로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슬람 세계는 서구사회에 비해서 근대화에 쫓아가는 상황이 아니라서 좌절감만 들고 민중들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이러한 상태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이슬람권 전체적으로 개선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코 서방세계의 흉내내기가 아닌 근대화,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대두되었고 그 표적이 기존의 체제와 서구
제국 그 자체에 맞추어져 있다.
잉태된 9.11테러와 종교 인터내셔널
이러한 구조는 비단 이슬람 사회뿐만 아니라, 소위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 공통되는 문제이다. 근대화를 이루고 통일국가를 형성하기 위해서 민족을 들고 나오거나, 종교를 표방하거나, 혹은 사회주의를 내세우거나 한다.
서구열강세력이 식민지주의 노선을 내세우고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려 하였을 때는 그에 저항하기 위해서 민족독립이 슬로건이었다. 하지만 같은 민족 가운데에서도 식민지 세력과 손을 잡고 단 물을 빨아
들이려는 수구파도 반드시 있다.
이러한 수구파를 타도하지 않는 한, 민족독립을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공산주의가 침투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새로운 지배세력(공산관료)을 배출 했고, 민중들이 그러한 사실을 인식했을 때에는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이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 스스로 동일성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종교였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심지어 불교까지도 원리주의가 대두할 수 있는 밑바탕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개조(開祖)가 출현하고 새로운 종교가 창시되면 한 순간에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었던 시대. 그 평안의 재현을 이루고자 하는 바램이
현실 정치와의 알력 사이에서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은 바로 이러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혼돈의 상태에 있다. 걸프전쟁의 선두에 섰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일찍이 세계의 신질서를 제창하였다. 그러나 신질서는
현재의 세계 정세를 감안하면 꿈 또는 꿈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당시까지 냉전이라는 이름의 연막에 의해서 종교를 비롯한
모든 어려운 문제 해결이 유보되어 왔다.
하지만 냉전이라는 거대한 바윗돌이 사라진 지금,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본격적으로 몰두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2001년의
9.11 테러 조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다고 전제한다면 이제야말로 종교 문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종교에 관심이 있다, 혹은 없다'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