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전에 절이라곤 딱 한번
3배 밖에 해본적이 없었던 시절 처음 천배를 하게 된 시점은
고향 친구의 권유로 딸아이의 대학입시를 앞둔 가을 3000배 철아정진 날이었다.
신심도 없고 절하는 방법도 불교가 뭔지도 모르는 쌩초보가
친구가 하라고 하니 팔짚고 엉덩이부터 들어올리는 엉터리 절로 1천배를 하면서
절이라는걸 시작하게 되었고,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주말이면 친구따라 산사에 올라 절을 하고 천수다라니를 더듬거리며 읽곤 했다.
그땐 절을 하다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는지
이런걸 한다고 뭐가 좋아지고 뭐가 달라진다고 이 높은 산꼭대기까지 낑낑대며 올라와
이 힘든 절을 하는가?
당장 발등에 불은 떨어졌지만 간절함도 정성스런 마음도 없이
이런 못된 생각들만 가득 품고 절을 하곤 했다.
자의던 타의던 그럭저럭 주말이면 절에 올라가 절을 하다보니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불심이 싹트기 시작했는지
절에 오르지 않는 날은 집에서도 108배를 하고 틈나는 대로 지장보살 염불을 3년 가까이 했다.
100만독 목표로 70만독이 가까워질 시기에
지인의 소개로 동두천에 토굴을 내신 스님을 친견하게 되어
천도재를 올리고,,,
지장보살 염불은 천도재를 할때나 하는거라시며 하지말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그럼 어떤 기도를 할까요 스님?" 라고
여쭈니 그냥 스님께 다 맡기고 기도비만 내고 절에 오면 된다고 하신다.
집에서 따로 안해도 된다고...
옆에서 공양주보살님은 108참회문과 금강경독송을 하라고 하셨고
지장보살염불 보다는 화엄성중 염불을 하라고도 하셨다.
머릿속이 실타래 엉킨것처럼 복잡하고 회의가 일어 한동안 화엄성중 하다 지장보살 하다
우왕좌왕 하다가 절도 지장염불도 모두 딱 멈추게 되었다.
그후로 얼마 후
남편은 점점 밖으로만 돌고 외박이 잦아졌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않았고 만나기만 하면 다그치며
악에바쳐 으르렁거렸다.
집안은 온통 다 뒤집히고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파도에 휩쓸린 뒤끝처럼
가족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빚더미만 남았다.
집팔아 일부 빚을 정리하고 작은 셋집을 얻어 낯선 동네로 이사를 하고 보니 화계사 근처였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희미하게나마 삶의 의욕을 느끼게 된 것은
기도의 끈을 다시 잡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태연한척 의연한척 씩씩하게 살아야 하기에
죽어라 하고 기도에 매달렸다.
거의 매일을 퇴근하는 길에 화계사 대웅전에 엎드려 펑펑 울면서
남편을 원망하며 나는 왜? 왜? ....하다보면 조금은 후련하였다.
어느날은 108배, 어느날은 500배, 금강경, 천수경 마음이 동하는대로...
그러기를 서너달...점점 마음이 안정이되고 모든 근원은 "나"라는 생각에
원망하는 마음도 줄어들었고 그럭저럭 어찌어찌 살아가게 되었다.
딸아이가 임용 3수를 하게되면서 다시 주말마다 산사에 올라 매주 1000배씩 절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1000배가 한계였고 최선이라 생각했었다.
2년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1년만에 셋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횡포에도,
가진것 다 잃어 궁색함에 슬프고 서러움이 들때도 절과 천수다라니에 악착같이 매달리며 지냈다.
셋집살이 3년째 되던해 우연찮게 대출을 끼고 작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게 되는 행운과
딸아이의 2차 논술고사까지 통과하는 행운이 주어졌다.
3차 면접시험을 앞두고 친구가 "너 딸 합격시키고 싶으면 시험전에 3000배 한번이라도 해라.'"
"난 3000배는 죽어도 못해. 천배만 할래" 단칼에 짤라버렸다.
합격자 발표공지에 딸아이의 수험번호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다.
0.1점이 부족하여 탈락 되었다.
3000배 하면 딸을 당장 합격시켜 준다는 특혜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도저히 못할것 같았다.
딸아이가 임용준비를 접고 실의에 빠져 있을때도
감히 엄두도 못내었고 상상조차도 못했었다.
아비라 카페에 올라온 3000배 접수 공지와 회향일기를 읽으면서도
"내 생전에 과연 삼천배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한번은 도전해 봐야 할텐데...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날도 5월 삼천배 공지와 참석자 댓글을 읽으며 부러워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차량이 있으니 삼천배기도 참석해보라는
어질이님의 권유 문자가 도착...
내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듯 참 신기해 하며 조금 솔깃했다.
그래 한번 해볼까?
죽을 각오로 임하면 못할게 뭐있어?
완전한 결정이 아니고 시간 맞으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답을 보냈을 뿐인데
참석명 댓글이 달려있었다.
완전 코꿰었다.ㅎㅎ
백련암 오르는 길은 푸르른 잎을 마냥 뽑내는 나무들이 우거져 싱그러움에
마음이 설레이기까지 하였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백련암 일주문에 들어서니 성철스님께서 반겨주시는 느낌에
더욱 결심을 다지게 되었다.
꼭 회향하고야 말겠다는...
행여 낙오될까봐 대중기도 시작하기전에 미리 700배를 비축해 놓고
대중기도 첫파트를 시작하였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없었고 당장 죽을것만 같고 속이 울렁거려서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쐬며
무릎에 무리가 갈까봐 절마당을 계속 걸었다.
첫파트에 750배,
둘째파트부터는 200배 하고 한타임 쉬고 다시 200배
이렇게 전략을 세워봤지만 정말 포기하고 싶을정도로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이를 악물고 큰소리로 불명호를 불렀는데
제발 저에게 힘을 달라는 절규이기도 했다.
700배+750배+400배+400배+400배+400배
(50배는 중간중간 뒤쳐져서 건너뛰게 되어 그걸로 퉁침)
쉬는 시간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마당을 걷는등 몸을 조절하면서 내 체력에 맞게 해나갔다.
절을 하면서는 어떤 바람도 그어떤 생각도 나질 않았고 오로지 꼭 해내겠다는 일념으로
정성을 쏟았다.
너무 고통스러울때는 불명호 소리에 집중하며 사력을 다했고
절하다 죽더라도 꼭 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임하니 고통도 이겨낼 수 있었고
마지막 삼천배가 가까와져 있었다.
지심귀명례 법계장신아미타불~~~~드디어 삼천배...
회향게와 발원문을 읽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온통 지심귀명례 ~~불 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맴돌뿐...
오랫동안 지심귀명례 소리가 귀에서 떠나질 않았다.
앞으로 다시는 삼천배 안할거라는 생각으로 회향을 하고
스님께 불명도 받았다.
불명은 法開華,,,(너무 맘에 든다ㅋㅋ. 무슨 뜻인지? 풀이가 없어서 궁금하지만...)
그런데, 3000배 회향 후 변화가 느껴진다.
최근 아들문제며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고 걱정스러워 울적한 마음이었는데
회향 후 어제 오늘 정말 거짓말같이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일시적인지 모르겠지만 번뇌망상이 확 줄어들었다.
몸속에도 마음속에도 불보살님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에너지가 가득찬 그런 느낌이다.
108배나 능엄주를 할때는 더욱 그렇다.
또,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자신이 좀 대범해진것 같다.
시시콜콜한 일에는 무관심 해졌고 남들의 시시비비에도 의연해졌다.
왜 성철스님께서 3000배를 그토록 시키셨는지,
왜 많은 도반님들이 그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견디며 고행을 하는지를
이제 겨우 조금은 알것 같다.
다시는 삼천배 안한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번 삼천배정진을 통해서 이제 남은 여생은 더욱 바르고 겸손하게
정말 제대로 한번 잘 살아야겠다는 큰 마음을 얻게 되었다.
이 마음이 영원하기위해,
내 마음그릇이 더 많이 커지고 더욱 너그러워지기 위해
아직은 시련이 남아 있기에
언제 불쑥 삿된 마음이 튀어나올지 모를 나를
다 토해내고 다 비워낼때까지 이 고행은 계속 해야 할것 같다.
삼천배 발심 일어나도록 권유해주신 어질이님,
안전하고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차량 섭외해주신 보원행님,
백련암 도착할때까지 훈훈한 법담을 나누며 이것저것 챙겨주신 짝꿍 보월화 보살님,
절하는 도중 들락거리느라 본의아니게 피해를 드린 옆자리 거사님과 앞뒤 분들,
기도를 이끌어주신 설암님,
쉬는시간에 에너지 보충할 수 있도록 공양물 올려주신 분들,
그리고 700배 미리 비축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신 앞자리 거사님,
그 외 함께 하신 모든 도반님들께 감사의 합장 올립니다.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
정말 기쁘고 너무 행복합니다.
아직까지 용기내지 못하신 도반님들 6월 삼천배기도에 동참해 보세요.
삼천배 보약드시러 함께 가요~~~
(출처 - 이번에 삼천배 다녀오신 법개화님의 글입니다.)
첫댓글 _()_()_()_
감사합니다...()()()
옴아비라훔캄스바하
멋있네요.감사합니다
나도 할 수가 있을까 하면서 나도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네요.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어질이님 이글은 수정본이 아니니 삭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