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이 산골인거 맞제? 나 가는 데 마다 나는 촌놈이우. 너는 도시넘이라 잘났소? 하면서
내 못난 특권을 누리고 살았다.
그래서 ‘산나물이라면 나도 좀 앱니다.’ 라고 하며 다녔는 디 말이우.
나이가 들수록, 내가 촌놈은 촌놈이면서 촌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는 촌놈인 걸 알겠더란 말이지. 우리 어릴 적, 그렇게 나물을 많이 먹어도,
취나물을 몰랐응께.
아는 거라곤, 도라지, 짠데, 삽주, 홀잎, 다래순, 곤들배기, 사래이, 돌나물, 비름, 달롱게, 냉이, 쑥, 고사리 뭐 그런 긴기라.
(근데 너거들 이 나물들 다 아나?, 식사 대용은 삽주, 짠데고, 밥 비벼 먹기는 홀잎.)
미국에 살 때, 한 교포 아줌시 나물 뜯으러 가자 카미 대려 가더니,
우와 여기 나물 많다.. 카능기라 내 눈에는 한개도 안 보이는데,
이렇게 생긴 게 참나물이라 안 카나.
이거 우리 동네서도 많이 봤는데 우린 이런 거 안 먹었는데..
그러고는 뜯어 와서 삶아서 밥 비벼 먹으니 일품이라,
미국 시골동네라 공해도 없고, 깨끗이 자란 참나물,
이름에 "참"이 들어가면 다 좋은 거 알지요? 참나무, 참치, 참새(맛이 최고지), 참깨,
그런데, 며칠 전에 들은 얘기가, 그건 참나물이 아니라며 진짜 참나물을 주더라.
진짜 참나물은 심산에 나는데, 향기가 특이하고 조금 억세더라.
그 다음 알게 된 것이 곤달비. 나이 40이 다 되어서야 그것이 맛좋고 영양 좋은 산나물인줄 알았다 카이.
돼지고기 삼겹살에 같이 쌈싸 묵으마, 맛이 그만이거든.
그 것의 다른 이름이 곰취라는 것은 더 나중에 알았고. 우리 산에도 야생하고 있더라.
금년에 곤드레란 채소가 있다는 말을 친구에게 처음 듣고
그게 곤달비지 아마 했더니만, 다른 친구가 아니라 카데.
그래서 아인갑다 카민서 기다리니, 곤드레 나물이 배달되어 온기라. 월요일 신청했는데, 금요일 도착. 좀 느리더라.
처음에는 억세 보이고, 생으로 쌈싸 먹으니 좀 억세서 불편하더라.
푸욱 쪄서 나물로 맹글라 놓은깨네, 이게 또 일품의 맛이라.
특징은 냄새가 전혀 없는기라.
그냥 씹히는 맛, 소위 담백하다는 맛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이지.
이리 담백하니 고기 먹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먹고 나서 부턴 보이능기라. 서울 출장가면 자주자는 신림동 모텔 부근에, 곤드레 밥을 잘하는 집이 있어, 비빔밥보다 조금 비싸게 팔더라.
아무 맛없는 문제를 양념으로 해결했드만. 먹고 나면 입맛이 개운해.
그래서 곤드레 망드레 하는 나물은 이제 처음 먹어 본기다.
대한민국에서 나는 나물 중 올해 처음 먹어 본 것이 또 하나 더 있어.
음나무라 카기도 하고, 응개 나물이라 카기도 하고, 한자어로는 해동피.
거창읍에서 가조로 넘어오면서 살피재 만당에 따악 올라서면
맞은 편에 보이는 산자락 (거기가 우리 선산 겸 과수원, 어릴 적 나를 엄청 고생 시켰지).
장군산이 치마입은 모양, 그 치마의 중간쯤에 무지무지 큰 나무가 5그루,
아무리 멀리서도 가조 안에서는 식별이 될 만큼 컸던 나무,
그중 한 개가 바로 해동피 나무.
나무줄기에 가시가 무지 많이 난 나무 안 있나. 바로 그거.
그 큰 나무 밑에는 작은 묘목들이 무진장 많다.
지금도 산 구석구석에서 자라고 있는 묘목들.
돈 되는 나무라니, 동리 사람들이 몰래 들어와서 많이 캐 갔다. 그래도 아직도 많다.
흔히 뿌리로 번식한다고들 하지만, 아이다. 씨가 날라 가서 싹이 트는 모양이라.
그러니 그 나무의 인근 1 km 내에 수도 없이 작은 묘목들이 생겼지.
이 나무 새순이 맛있다는 사실은 재작년 쯤 알았다.
그리 배고프던 시절에도 안 먹었는데, 아이고 분해라.
그런데 올해는 국가에서 농촌 농가마다 이 나무 묘목을 3포기씩 무상 배분했다.
무조건 심어두면, 해마다 봄에 식품이 되는데, 건강식이지, 맛 좋지,
양이 두릅보다 훨씬 많지. 그러니 국가에서 왕창 보급한기라.
개두릅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사람은 두릅 찾지 않고 이 개두릅을 더 좋아혀.
채소상에 가서 사면 가격도 거의 비슷.
올해는 기어이 먹어보자고 작심하고 직접 채소점에 가서 사다가
쪄 먹어 봤다. 아작 아작 씹히는 맛, 특유의 향기. 두릅보다 못하지 않다.
내 고향 산골에 올 봄에 대대적으로 이 나무 심었으니,
이제 앞으로는 고향가면 이 응개나물 많이도 먹게 될 것이다.
응개 나무보다 향기가 더 좋은 나물 하나 더 기억난다.
가죽 나무, 어려서 많이도 먹었다. 그런데 이젠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거창군 내에서 시장에 이 가죽나무 순이 나오는 시기는
해마다 10일여 밖에 안 되니 이 시기 시장에서 만나면 사게 되고
못 만나면 못 사고 만다.
비싼 생선, 비싼 고기보다 더 맛있는 산나물들,
우리 집 젊은이들은 안 먹고 나만 먹으니,
머쟎아 산의 산나물은 전부 내 것이 될 운명이라.
니들 싫으마 묵지 마라. 내사 이기 고기보다 더 좋구마.
저거 내가 하루라도 더 먹으려면, 건강해야제. 그래서 오래 살아야제.
첫댓글 모른다카면서 이름은 무진장 알고있네. 먹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이 많쿠만요. 나는 아는 것도 없는 도시 님이였나..
진짜 너무 많이 아시네요. 산골마을 출신이라 다르오. 엄나무(엉개나무)는 지가 좀 압니다. 우리집에 고목이 되어가는 두 그루가 있거든요. 가시가 많은 나무라서 예부터 집앞에 한두 그루 심어 잡귀를 쫓은 민간신앙이 서린 나무요. 봄에 가지 꺾어 새순과 잎을 따서 나물해 먹고, 가지는 말려 약재 내지 가마솥에 푹 삶아 그 물에 닭백숙을 하면 보양식으로 최고라네요. 이것도 우리 옆집 엄나무는 진짠데요. 별 모양의 잎과 잎자루의 색깔이 녹색으로 같은 것이 최고요. 우리집 것은 잎자루의 빛이 약간 보라빛이 나는데 맛이 좀 떨어지데요. 옆집 할머니 왈 '엉개는 절대로 안 판데이!' 그러면서 몰래 비닐 한 주머니주며 '맛 봐!' 감사!
곤드레 나물 저번에 언젠가 좀 오래 되었는데 티비 드라마에 등장해서 들은 적은 있다 그 때 보니 곤드레밥도 해먹고 나물도 먹고 그러더라고. 고맙게 시켜 드셨구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오래 살자
이웃을 초청해서 곤드레나물로 한 상 차렸더니 그 분 왈'강원도쪽에는 곤드레메뉴로 음식을 차리는 식당이 많아요.' 좋은 나물 소개해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빼먹은 이름 있다. 고사리, 미나리, 돌나물, 냉이, 달래, 니들 이런 거 아나? 모르제? 모두 다 거창에서 나는 거다. 아야, 돌던지지 마라. 농담도 못하나. 니들도 다 안다는 거 나도 안다. 씀바퀴? 이건 어찌 생겼는지 모른다. 사래이가 바로 이거 아닐까? '명이'는 살아 있는 잎을 본 적이 없다. 겨울초, 상추, 배추, 무우, 고추 뭐 이런것도 나물은나물이구마.
엉개나물 저거 안 있나. 닭쌂을때 잎이나 가지를 넣고 쌂으면 닭이 빨리 삶기고, 냄새가 없어지고 맛이 좋아진다는 거 나도 들은 적 있다. 그런데 한번도 못해 묵어 봤다. 옻나무와 닭을 함께 쌂아 먹으면 몸에 좋다카제? 특히 남자들이 좋아한다카제? 그런디 조심 하거래이, 옻닭은 남자가 묵었는데, 옻이 올라 고생하는 사람은 그 부인이다. 세상에 신기한 일도 다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더라. 믿기지 않으면 실제로 실험한번 해 보던가.
또 빼묵은 이름 있구마. 쑥.
풍교수님 경험으로 하는 말씀이신가요.
대화창이 잘 열리지 않네요. 여기에 대신 올립니다. 펀안합니다..
미안 갑짜기 끊어져 버렸네요. 다음에 또 시간 되면 풍교수님 바이..........
'옻 이야기' 말이유? 의학상식에서 본 얘기. 남편이 불륜이다 싶으면, 보양식이라며 옻닭을 먹여 내 보내면? 재미있쥬? 이젠 그렇게 당할 남자가 없을테니 내가 갈촤 주는거유. 함부로 써 먹으면 안되걸랑.
그런데요, 옻닭, 옻개 불륜, 인륜 떠나서 함부러 먹으면 안 되겠데요. 내가 아는 사람은 위염이 있는데 옻닭 먹고 응급실 실려가서 고생 꽤나 했거던요. 지난 봄에 옻순을 나물로 하나 먹고 저도 가려움증에 며칠 고생했거던요. 그런데 같이 많이 먹은 산골 얼음골 출신은 괜찮은 것이 신기하데요.
위염아니라도 가끔 민감한 사람 있어유. 그러나 첨에만 그렇고 곧 괜찮아 집니다. 민감한 사람이 옻장사하는 집으로 시집을 갔는데, 금방 옻안타는 사람이 되어 버리대요. 우리, 겁없이 김해가서 한번 먹은적 있지유? 당시, 윤창, 윤영,하수, 전윤, 그리고 내가 함께 였지 아마. 기문이 장가가는 날, 아무도 탈 없었쟈나. 난 그때가 첨이였지. 초딩 3학년때, 집앞에 있는 옻나무로 막대기를 만들어 종일 가지고 놀았지. 누나가 보고 질겁을 하고 게울에 대려가 손을 씼겼는데, 난 괜찮고 누나는 옻이 올라 고생했지. 옻올라 죽는 사람은 못봤어요. 좀 불편한 정도일 거요.
아무튼 옻은 생각없이 먹기가 힘든 약용식물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일찍 백발이 된 친구가 나처럼(?) 젊게 보이려고 염색했다가 옻성분에 발진이 심해 고생한 적이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