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에 김미옥씨가 장미꽃 한 송이를 사 들고 찾아왔습니다.
밖은 엄동설한이고 앙상한 가로수와 죽은 시멘트의 빛깔이 전부인데
우리 학원은 문 하나만 열면 온전히 다른 세상에 온듯 느껴집니다.
김미옥이 들어서면서 깜짝 놀라
"아니 무슨 피아노 학원이 이렇게 예뻐요?"
라고 하며 감탄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층의 큰 홀에는 마치온실같이 꽃과 화분식물들로 가득하며
두개의 대형 연탄 난로에서는 큰주전자에서 물이 끓고 많은 창문에는 예쁜 커튼이 매여져 있고 그 가운데에는 꽃이 놓여져 있고
아이비류 식물들이 벽에서 밑으로 늘어져 있고 벽에는 유명 음악가들의 지휘모습이나 연주의 모습 사진이 걸려 있고, 바닥은 붉은 양탄자로 깔려 있어서 (양탄자는 아니고 양탄자 비슷한 깔개)품위를 높이고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아 악보를 읽거나 손가락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녀가 나에게 준 장미 한송이는 사실 초라해 보이지만 나는 꽃병에 꽂아 책상위에 놓았습니다.
"저는 아이들 레슨을 봐주어야 하니 좀 기다려 주실래요?"
"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처녀는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내어 읽기 시작합니다.
나는 아이들을 다 돌려보낸 후 저녁을 짓기 시작합니다.
문만 열면 식당들이 가득하지만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6.25 후 부터 늘 혼자 해 먹습니다.
처녀도 배가 고픈지 밥 한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해주는게 아닌가?
여자가 집에서 설거지 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데 보는 것 만으로도 참 좋아 보입니다.
`아 가정에는 여자가 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우리는 일을 다 마치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더구나 예쁜 처녀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더욱 맛있습니다.
"무슨 커피가 이렇게 맛있어요?"
처녀가 놀라워 합니다.
커피라면 나에게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전에 청주에서 미국 신부님 밑에서 일 할 때 신부님들이 많으면 내가 식당일을 도와주는데 내가 특히 상 차리거나 커피끌이는 당번이 됩니다.
미국 신부님들이 즐겨마시는 커피는 캔에 든 `맥스웰하우스커피` 입니다.
원두커피를 잘게 부슨 것인데 일인당 큰 수저로 하나씩 커피포트에 넣고 물도 큰 컵으로 하나 가득히 붓고
센불에 정확히 8분을 끓입니다.
그러면 커피향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코를 벌름 거리게 합니다.
그러면 커피보트를 옆으로 밀어내고 잠시 숨을 쉬게 하고 약한 불로 다시 뭉긋하게 끌이며
식당 홀로 들어가서 신부님의 잔에 따라 드립니다.
그러면 신부님은 `카네이션 상표가 붙은 연유`를 타고 설탕을 타고 마시는데 그때의 그맛이 진짜 커피입니다.지금 우리는 연유가 아니고 `프리마` 라는 가루를 타서 먹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해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기에 나는 `네스카페 가루커피를 타 먹습니다.
그때는 서울 수돗물애서 염소냄새가 나기에 나는 수돗물을 받아 이틀간 묵혀 두었다가 사용합니다.
그리고 커피는 타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자정이 가까워 지자 처녀가 일어서며 간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수유리에서 처녀가 사는 장안동 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집에서 씻고 이것 저것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지날 것이고 아침에는 또 일찍 일어나 소공동 사무실까지 가려면 바쁠것 같아서 나는
"괜찮다면 여기에서 자고 내일 직장으로 가는 편이 더 낫지 않을 까요?"
라고 하자 처녀가 가다말도 돌아서서
"그래도 돼요?"
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럼요"
(계속)
첫댓글 멋지게 꾸민 피아노 레슨실, 커피향이 특별한 로망에 미혹(迷惑) 당하지않을 처녀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서오세요 금명님 너무 그러지 마셔요 좀 부끄럽답니다. 하하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유 이를 어쩌나 이제 곧 실망하실텐데요
'김미옥'씨 땡 땄습니다.
Good Luck!
어서오세요 베드로님 감사합니다. ㅅㄹ망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