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은 '동물농장'을 읽었다. 너무나 유명한 책으로 마치 읽은 것으로 착각될 정도였지만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에 쉽게 이 책을 들추지 못했던 것 같다. '동물'이라는 단어와 '농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과 어둡고도 우울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낼 것이라는 추측은 오랜 시간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어느날 딸의 책상에서 조지오웰의 이 책이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아, 중학생인 우리 딸이 이 책을 읽는 구나.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가 아이를 어떤 세계로 안내 할지, 아이의 세계가 또다른 세상과 어떻게 만나갈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미룬 책을 만나보기로 했다. 일종의 숙제처럼 읽게 되었으나 그럼에도 더 늦지 않게 만나기로 했다.
첫장을 넘기면서 한문장 한문장을 읽어가면서 놀랄만큼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에 놀랐다.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이 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져 버리면 뇌가 잠시 멈추고 재 가동을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 소설도 처음에는 비슷했다. 그럼에도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명확했기에 오히려 글을 완독한 후에는 동화 혹은 우화처럼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인물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마르크스와 레닌 사후 스탈린에 의해 어떻게 타락해가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동물농장에 비유해 강렬하게 서술해놓은 일종의 우화이자 동화같은 소설이다. 당대의 소련이 어떻게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미명하에 교활하고 간교하게 대중들을 억압했는지, 정치적 선동과 거짓을 통해 어떻게 바보로 만들어갔는지 거기에 무능력한 지식인의 모습과 우직한 노동자의 모습까지 가슴 짠할 정도로 비유해 놓았다.
농장 주인을 내쫓고 혁명을 완수한 동물농장 동물들은 '동물주의'를 내세우고 일곱계명을 만든다. 첫째, 두 발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둘째, 네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모두 친구다. 세째,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넷째,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된다. 다섯째,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여섯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 일곱째,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얼마나 가슴이 불끈거리는 계명인가! 두발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라는 것은 인간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전제군주를 말하는 것이다. 네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모두 친구다라는 것은 노동자 계급을 일컫고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는다는 뜻이다.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귀족들이 걸친 허레 허식과 같은 차별적인 복장을 말하며 술과 침대도 모두 그것을 뜻한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도 평화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거기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것은 남녀노소 가진자와 가난한 자, 계급을 넘어서 평등을 뜻한다. 동물들은 벽에 이 글자를 새겨둔다. 매일 모여 회의를 하고 이 계명을 읽고 '잉글랜드의 짐승들'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인터내셔널가'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곱계명은 계속 권력자들에 의해 수정되고 변형을 거치며 피지배자들을 지배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결국 처음의 이상과 가치를 상실하는 상징이 된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짐승들이라는 노래는 더이상 동물들에 의해 불려지지 못하도록 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다.
조지오웰은 자신이 쓴 작품의 모든 구절은 하나같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체주의를 반대하고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민주적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글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반전체주의와 민주적사회주의를 위해 평생 글을 쓰고 세상에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책은 1945년에 쓰여졌고 당시 유럽정세에 따르면 소비에트 연방의 강세로 인해 쉽게 출판되기 어려워 11개 이상의 출판사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출간을 하게 되었고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조지오웰을 널리 알린 책이 되었다고 한다. 2차세계 대전 직후이자 반 전체주의의 기류와 냉전을 비롯한 혼란과 이념적 갈등이 증폭했던 시기라 어쩌면 이 사람의 우화적 소설인 이 책이 수많은 독자에게 공감되고 공유된 책이 아닐까한다.
지식인들이 갖는 고뇌,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우울한 시대적 단면들이 작가의 삶을 얼마나 고단하게 했을지 짐작코도 남는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망과 정치적 협잡꾼과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대한 우울이 담겨있지만 그럼에도 만국의 인간들이여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가를 강렬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이 느껴진다. 나중에 이 책을 썼던 시기에 살았던 런던 노팅힐 캐논베리 스퀘어(cannon bury square) 27번지에 있는 조지오웰의 집에 꼭 가봐야 겠다. 이 집앞을 지나쳤던 적이 있었는데 다음에는 꼭, 이분의 그곳을 가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