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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국민의힘 차기 대권구도가 복잡다단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10년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여의도판 톰과 제리로 불릴 정도의 정치적 앙숙이다. 주요 정치적 현안과 이슈에서 사사건건 대립을 지속해왔다. 2012년 대선을 전후로 중앙 정치무대에 입성했다는 공통점을 빼고는 다툼의 연속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20대 청년 정치인으로 박근혜키즈를 상징했다. 안 의원은 기득권 정치와는 거리를 둔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다만 10년에 이르는 정치활동 기간 내내 물과 기름과도 같은 극과 극의 관계였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의 갈등관계는 신문기사와 방송뉴스 등 연일 매스컴을 장식할 정도였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선거를 시작으로 한지붕 두가족이었던 바른미래당 시절을 거쳐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3월 20대 대선 단일화 국면까지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선거를 거치며 둘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차기 당권과 대권도전을 겨냥한 이 대표와 안 의원의 혈투가 스타트라인에 섰다.
- 10년 정치인생 갈등의 연속 ‘루비콘강 건넜다’
- 이준석 vs 안철수, 최고위원 추천 놓고 갈등 확산
- 이준석, 혁신위 띄워 친윤견제…주도권 장악 노려
적대적 상극관계였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지만 결국 한 배를 탔다. 20대 대선과정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했기 때문이다.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정치적 동지(?)로 관계가 급변했지만 구원은 여전하다. 최근에도 최고위원 추천을 놓고 양측의 갈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차기 대선을 노리는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잠룡이다. 물론 당 외곽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원회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장관 등 막강 주자가 포진해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와 안 의원의 치열한 전투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정치적 악연과 기나긴 차기 레이스를 고려할 때 이 대표와 안 의원의 ‘윈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건은 국민의힘이 친(親)윤석열계 위주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누가 먼저 당내 기반을 확보하고 주도권을 장악하느냐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 구성을 통한 친윤계 견제, 안 의원은 광폭행보를 통한 친윤계와의 전략적 연대를 서두르고 있다.
‘朴 키즈’ 이준석vs‘새정치 기수’ 안철수…혜성처럼 등장
이 대표와 안 의원의 현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넘어 인간적으로 거리도 너무 멀다. 다만 정치 입문 초기에는 상황이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치입문 방식도 여야의 주류 기득권 정치와는 거리가 먼 신선한 방식이었다. 이 대표는 청년정치의 상징이었고 안 의원은 새정치의 기수였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말 레임덕에 시달렸다. 그해 4월 19대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정치지형은 뿌리째 요동쳤다. 당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단행하면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최대 스타는 1985년생으로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이준석 대표의 파격 발탁이었다.
이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었던 손수조 후보와 더불어 박근혜키즈의 상징이 됐다. 20·30대 청년정치인이 주요 선거국면에서 장식물로 쓰이다가 용도폐기되는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이후 10년간 험난한 정치생활을 이어왔다. TV프로그램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패널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절정은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였다. 이 대표는 헌정 사상 30대 중반의 0선 당 대표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달성했다. 이후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정치적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안 의원의 정치입문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구조에 실망한 여론은 안 의원을 차기주자로 급성장시켰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거셌던 노무현바람, 이른바 노풍을 뛰어넘는 거대한 안풍(安風, 안철수바람)의 시작이었다. 전국 어디를 가든지 환호성으로 물결쳤다. 새정치를 화두로 내세운 안 의원은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다만 현실정치의 벽은 높고도 험했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대선후보직을 양보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민주당과의 합당과 분당에 이어 국민의당을 창당해 '총선 돌풍'이라는 금자탑을 이뤘지만 2017년 대선과 2022년 대선 도전에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정치적 안티도 양산됐지만 안 의원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과감한 후보단일화로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 됐기 때문이다.
‘노원병’ 악연 시작…‘서울시장 보선·20대 대선’ 건건 대립
이 대표와 안 의원의 뿌리깊은 악연의 시작은 서울 노원병 선거다. 서울 노원병은 진보진영의 스타인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각각 새누리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로 맞붙었다. 안 의원의 압승이었다. 안 의원은 2013년 상반기 재보선에서 원내 입성한 이후 재선 의원의 입지를 다졌다. 이 대표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19대 총선에 이어 2018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2020년 20대 총선 등 내리 3번을 도전해 모두 낙선했다. 차기 대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서울 노원병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 번째 정치적 목표라고 이야기할 만큼 지역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양측 갈등의 기원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서울 노원병 재보선이었다. 지역구 현역이었던 안 의원이 19대 대선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의 공천을 놓고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엄청난 홍역을 일었다. 이는 당시의 복잡한 정치지형의 영향도 없지 않다.
2017년 5월 19대 대선 이후 보수진영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대선후보로 내세웠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전 의원을 대선후보로 내세웠던 바른정당으로 양분됐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유 전 의원이 주도하는 바른정당은 ‘바른미래당’으로 힘을 합쳤다. 서울 노원병 공천과 관련해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의 안철수계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직전 20대 총선에 출마했고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던 이 대표의 공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다만 본인의 지역구였던 안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국민의당계에서 안 의원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나 당시 측근이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공천설이 흘러나오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공천을 받았지만 민주당 강세와 보수분열 여파로 결과는 낙선이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이 이후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을 대놓고 평가절하했고 안 의원 역시 이 대표의 무지막지한 정치적 도발을 철저히 외면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선과 20대 대선 국면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더불어 정치권의 대표적인 ‘안티 안철수’를 자처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해묵은 감정의 앙금을 털지 못해 20대 대선의 히든카드였던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 역시 무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아울러 국민의당 유세버스 기사의 사망사건을 놓고는 두 사람은 거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친윤 관계설정 최대변수…이준석vs안철수 승자는?
이 대표와 안 의원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0년간 이어져온 껄끄러운 사이에 마침표를 찍고 한솥밥을 먹었지만 주도권 다툼은 여전한 셈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는 혁신위 구성을 통해 차기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자기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3040세대 및 호남계 전진배치를 통해 당의 외연확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의 전략이 성공할 경우 향후 입지는 더욱 두터워진다. 반면 주로 제3지대에서 활동했던 안 의원은 보수의 심장이 대구방문은 물론 공부모임 참여 등 집권 여당에서 세력을 다진 이후 2027년 마지막 대권도전을 노리는 상황이다. 2012년 이후 사실상 3번의 대선도전에 실패한 안 의원으로서는 도저히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양측의 일차적인 갈등 사안은 최고위원 추천 논란이다. 대선 이후 합당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안 의원이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공개 추천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는 김윤 전 위원장의 대선 당시 발언을 문제삼은 것은 물론 국민의당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 친윤계인 정점식 의원을 최고의원으로 추천한 것을 지적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도 당 대표에 도전한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좋은 친윤계 의원들 손을 잡고 싶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갈 길 바쁜 안 의원은 정 의원 추천과 관련, “화합의 제스처”라고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문제를 만든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 대표의 견제에 불쾌하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을 위한 당내 기반 확보를 위해 친윤계와의 연대가 필수적인데 이 대표가 대놓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시각이다.
정점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선배로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안 의원의 양보도 쉽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 최고위가 향후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논란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건은 물론 이해관계가 치열한 47개 지역 당협위원장 신규 공모 의결 건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최고위 인적 구성변화는 민감한 사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중재에도 양측 입장이 요지부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고위원 추천 논란이지만 본질은 두 사람의 당권장악 및 차기대권 도전 여부와 얽혀있다. 게다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이라는 메가톤급 변수도 무시못할 요소다. 안 의원은 이와 관련, “윤리위원회에서 당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 당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에 따라 상황은 급변한다. 이 대표가 성상납 위기국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무너지면 안 의원의 당권 도전은 보다 손쉬워진다. 뚜렷한 차기주자가 없는 친윤계가 안 의원과 전략적 연대를 통해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참여하는 등 친윤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이 대표가 특유의 정치적 돌파력으로 성상납 위기 국면을 극복하면서 내년 6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경우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특히 혁신위 활동이 성공할 경우 차기 공천에서 친윤계의 입김을 최소화하면서 이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윈윈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인 셈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 이후 국민의힘 내부 권력지형은 친윤계가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현재 급속한 재편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 ‘친이 vs 친박’이라는 격렬한 대립을 이어갔던 계파구조는 자취를 감췄다”며 “차기 도전을 위해 당내 기반 확보가 절실한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 모두 구체적인 셈법은 다르지만 현실적인 친윤계의 파워를 외면할 순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친윤계가 뚜렷한 분화를 거치며 당내에서 특정인을 표면적으로 돕기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계파 이익을 최대치로 늘리는 선택에 나설 것”이라면서 “10년간의 악연을 이어온 이 대표와 안 의원의 혈투에서 누가 살아남느냐에 따라 2024년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권 장악은 물론 차기 대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친윤계는 전투의 승패가 명확하게 갈린 이후 집단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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