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끄럽지만 제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박2일 느림보학교의 부모리더십
교육 봉하캠프를 마치고 각자의 소감을 말할 때 우연히 마지막 순서가 제가 되었습니다. 말보다는 글이
편한지라 간단하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려 했습니다.
1. MBTI 분석 상 ‘NT’인
노무현대통령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조기숙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확인)과 제가 동일 유형이라 그분들을 좋아했던 것 자체가 운명이구나 생각되었다.
2.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 노무현 대통령 기념 티셔츠를 함께 입고
있는 것이 부럽다.
3. 여러분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
그런데 2번째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울컥하는 겁니다. 여러분 당황하셨죠? 저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1999년 29살 때 집사람이랑 3년 정도 알고 지내고 1년 정도 연애를 하다 결혼을 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두 사람의 결혼이었죠? 저는 지금 다니는 직장의 4년 차 회사원이었고 집사람과 같은 회사에 계약직 직원이었습니다. 서로
조심스럽게 만났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 부부는 정치성향이 무색 무취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2002년 초반 바보 노무현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노사모’ 영등포 모임에 참석해서 제일 구석자리에서 얌전하게 앉아 듣고 있는 것으로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저만 바뀌었습니다.
두 집안을 비교해보면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경찰이셨고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니셨지만 아무튼 황해도 분이고
어머니는 서울 출신으로 매우 유복한 가정에서 생활했지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사실상
아버지 역할을 하신 큰외삼촌(종군기자를 하시고 돌아가신 후에는 대전 현충원 모셔짐) 댁에서 자라셨다고 합니다.
저희 처가는 충청도 부여가 고향으로 처 할아버지, 저희 장인, 장인어른의 형제 등이 거의 모두 지역에서 공무원, 경찰 등을 하셨습니다.
때문에 저희 집과 처가 모두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긴 하지만 처가에서는 할아버지가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이었다는
것을 집안의 자랑으로 여기는 더욱 보수적인 집안입니다. 그러나 2002년
이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 자신이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니면서도 (등록금 인상 반대 이외의) 학생운동이나 집회에는 한번도 참석한적이
없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큰 아이가 태어나기 전인
2006년 까지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사실 없었다기 보다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어땠습니까?
세상은 그를 조롱했고 제 생각에는 그것이 너무도 부당했습니다. 그
부당함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났고 집에서는 저를 더욱 필요로 했습니다.
두 가지다 잘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집사람은 제가 어떤 분께 말씀 드린 표현과 같이 조금 심하게 말하면 지하철 역사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써서 외치고 다니는 사람과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을 동일 시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이후에 그의 사진만 보면 울고, 노무현과
유시민의 글과 연설에 환호하고, TV에 이명박 박근혜, 새누리당이
나오면 급 흥분하며 TV채널 돌리는 제 영향이겠죠?
아무리 설득을 해도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임에 하나 나가려 해도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평일이야
회식이라 하고 늦게 갈 수 있는데 주말 모임에(특히 요즘 주말 촛불에)는
참석이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애/경사’가 있다고 하고 다녀오고, 지인에게 미리 전 직원 비상 소집 문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한 후 문자오면, 그거 보여주고 촛불 들러 나가고, 그러다
결국 거짓말이 들켜 사단이 났습니다.
그러니 간극은 더 벌어집니다. 이제는 거짓말도 하고 다니냐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도 늘어만 갑니다.
장모님이 저희 집에 와서 뉴스를 보시는데 이명박이 화면에 나오더랍니다. 그러자
저희 큰 아이가 매우 다급하게 ‘할머니 채널 빨리 따른 데로 돌려요,
우리아빠가 보면 큰일나요?’ 했답니다. 그러니
장모님이 집사람에게 걱정스럽다 하셨다거나
노무현 대통령 추모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기념 티셔츠 사가지고 와 아이들에게 입힐 때마다 아빠는 입으라 하고
엄마는 벗으라 하니, 아이들이 어쩔 줄 모른다거나 등등
이번 봉하 캠프도 ‘노무현 재단’은
쏙 빼고 ‘느림보 학교’의 ‘부모 리더십’ 교실에 참여한다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명연설 중 어머니께서 하셨다는 이야기 ‘야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란 말 저희 어머니도
저에게 늘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의 토대’를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희망(꿈)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자주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싫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가족과 ‘노무현 대통령’의 기념 티셔츠를 함께 입고 이렇게 좋은 모임에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첫댓글 정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같은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일단은 속도를 좀 줄이시고 차근차근 다시 시작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부인과 먼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시고 나도 노력할테네 당신도 좀 마음을 열어달라...그리고 매 상황에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마시고 좀 연기를...가령 뉴스보다가 끄고 싶을때는 꾹 참고 잠시 자리를 비우시던가...제 남편도 이런 티셔츠 입고 같이 따라올 사람은 아닌데요, 그저 반대하지 않고 가라고 하는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좀 감성적으로 접근을 해요. 대선때는 문후보님에 대한 감동적인 일화같은것을 트윗에서 보면 남편에게 슬쩍 들려줍니다.
부인께도 너무 강요나 압박을 하지 마시고 서서히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 보세요. 조금 힘들더라도 하고싶은 만큼 다 하지 마시고 가족에게 조금 더 시간을 내셔서 성의를 보이시면 부인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말로 행동으로 바꾸려 하지 마시고 우선 마음을 움직이도록 노력해 보세요. 너무 급하게 생각지 마시고 천천히...인생은 길잖아요. 힘내세요...
위의 하얀사슴님 말에 백배곰감요.
뭐든 과하면 넘치게 말런인듯요.
근데 그 조차 생각이 달라 누구에겐 과하고
누구에겐 부족한게 문제겠죠.
윗분 말씀대로 한박자씩만 늦추며 호흡을 맞춰가는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싶네요.
분명 아내분 눈에는 과하게 보였을거구,
그런데는 아내분 요구에 덜 미친게 있기도 한거 같구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거 보여주고 싶고 갇이 데리고 가고싶듯 아내분께도 그런 마음 전달 될수 있게 천천히 하시면 통할수 있을거예요.
육아가 힘들어서 부족함이 더 클수있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잠시 짧은 생각 전해봅니다.아자!^^
아!글구 글타고 블로그가서 서추 신청했어요^^
암만봐도 우린 같은 성향^^
안타까운 일이지만 주위에 이런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그날 말씀하시면서 울컥하셔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큰아이가 06년생이죠? 우리애와 같습니다...저는 우선 아내분이 아이 둘 키우면서 무척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아내분도 일을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어린아이들 키우며, 일도하고, 살림하고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외부 모임을 갖고, 좋은 일을 하더라도, 가장 가까이 계신분이 육체적으로 힘들면, 뭐든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저는 남편이 대학을 구미에서 다녔는데요, 20대때 연애할때, 박정희 얘기만 나오면 싸웠습니다. ㅋㅋ 남편은 구미에 박정희 생가가 있어서 그냥 별 생각이 없이 말 했을텐데, 저는 그 이름만 나오면 광분? 을 해서 막 뭐라 비판했거든요..
맞습니다. 집사람은 아직도 직장을 다녀요?
헉..지금 직장을 다니시고..애들도 보고 있다면, 힘들겠어요..저는 요즘 몇달간 남편이 매일 야근에 주말휴일도 기약없이 일하게 되서, 생활이 완전 불편하고 힘들더라고요..
부모자식간에는 설득이 안되면 여행보내드리고 정치이야기는 가급적 입닫고 살아도 그뿐인데 부부간의 문제는 정말 크군요. 아마도 종교가 다른것 만큼이나 극복하기 힘든문제인듯해요. 울나라는 어쩌다 이리되었을까요? 누굴지지하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는 노력조차 안하면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더라구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뭐 그렇게까지 막 비판적으로 쏘아부칠 필요가 없었던거 같아요..그렇게 하면서 서서히..TV볼때도 그냥 서서히..제 생각을 말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그래도 아직은 생업에 충실하느라 저처럼 막 표현하진 않습니다. 선거철에는 남편이 정확한 정보가 없다 싶으면 정보도 슬쩍 흘리면서. 그래도 둘이 같이 선거방송 보다가 아싸..할때가 많습니다. 제가 외람되게 이렇게 말씀드리는게 맞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내분 입장을 존중해 주시고, 수용하는게 우선되야 할 듯 합니다. 아내분이 편안한 맘이 있어야, 아이들도 안정이 될거라는 제 짧은 생각입니다.^^
헉..댓글이 길어서 다음 댓글을 다는데..다른분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심 (튼튼이님??? ㅋㅋㅋㅋㅋ)
쓰고나서 또 생각이 나서.....이번에 캠프갔다 와서 확~ 달라진 모습부터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확 달라질 뭐가 몰까요?
흠..여기까지 물어보시면..제 성격상 대답하고야 마는 ^^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일단 아내분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차원에서 하고 싶은말을 다 하도록 하고, 으뜸벗님은 "적극적 경청"을 하는겁니다..아내분이 막 울분에 쌓여있는거 다 털어낼때까지. 그리고, 으뜸벗님은 무슨 말을 들어도, 그냥 수용.
분위기상 아내분은 아이들 어렸을때, 힘들었을때, 소소한 가정의 즐거움을 느껴야 할때, 자리에 없어서 서운해 했던것 같아요..
아..교수님이 상담하셔야 할거 같아요 ㅠㅠ 저는 그냥 들은 풍월로..부끄럽사와요.
적극적 경청 제가 많이 부족한 부분인건 맞습니다. ㅠ.ㅠ
근데요
회사에서 지원해줘서 심리상담센타에도 갔었습니다. 일명 가정 행복 프로젝트, 예상외로 집사람 폭풍눈물 흘리며 이사람(저) 건강도 어쩐데, 너무 정치적이라고 하고, 전 그럴수록 남겨질 아이들에게 룰이 공정한 사회로 바꿔주진 못해도 그 토대는 만들어 줘야한다 강변, 선생님 판정 집사람 판정 승, 저에게 집사람이 동의할 때까지 대외활동을 접어라 했습니다.
이게 맞는건가요? 집사람이 동의를 영원히 하지 않으면 전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그저 중립인척? 가식적으로? 옆 친구가 죽어 나자빠져도 울 가족만 잘 먹고 잘살자 이렇게 해야하나요?
으뜸벗님, 제가 또 들어왔어요..^^ "아내분 동의할때까지 대외할동 접어라" 저는 여기에 동의합니다. 물리적인 대외활동 접는다고 마음까지 접어지진 않을거라 생각들어요..저도 마음은 있는데, 대외할동 못합니다. 애들 봐야 하니까요. 사회 정의도 당연 중요하지만, 가족의 안정이 최우선이고 제일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불안한 마음이 아이들 한테 그대로 갑니다. 으뜸벗님이 대외적으로 아주 올바른 일을 하시더라고, 아이들 한테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들은 아무래도 엄마영향을 많이 받겠지요. 결국 남겨진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고요. 너무 냉정하게 말씀드렸나요?
점점 궁지로 몰리는 ㅠ.ㅠ
아내분이 영원이 동의를 하지 않을거라는건 안해도 되는 걱정이라 생각하고요..당장 필요한 욕구가 해결이 안되면, 다음으로 못가죠..교수님 말씀처럼 가장 기본적인 정서적 육체적 안정이 있어야 그다음 자아실현 단계로 나갈수 있는거니까요. 아내분도 그런 가정의 안정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단계..으뜸벗님이 말씀하진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삶...로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아..저 전문가 아닌데..이렇게 막 써도 될까 몰라요 ㅠㅠ
답변 감사합니다.
아. 이런 고민이 있으셨군요. 맘 아프네요. 배우자한테 이해를 못받고 소통을 못하는 것만큼 속답답한일은 없을거예요. 저는 프리버드님의 말씀에 동감해요. ^^저두 한창 육아에 힘들고 몸이 안좋을때는 신랑이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나나 저렇게 봐주지...나나 이해해주고.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내 맘이 채워지고 평온해지니까 신랑맘이 봐지더라구요. 내맘이 여유있어져야 다른 것을 이해할수있는 맘이 생겨요. 그러기위해서는 우선 부인맘을 채워주셔야할거같아요. 대화 많이하시고 싫어하는거 하지마시고 솔직하고 진실되게 대하시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순 있지만 그냥 넘어갈순 없는 과정이네요.
네 채워주도록 해보겠습니다.
아 으뜸벗님. 마음은 정말 으뜸이신데, 위에 분들 말씀처럼 아마도 아내분을 가장 으뜸의 자리에 벗으로 두시고, 아이는 그 다음..
오프 활동 확 접지 못하시면 조금만 줄여보세요. 이사람이 왜이러나 싶게 하면서 집에서 책이라도...
제생각엔 두서없지만, 못나갈때 인터넷을 할것같지만 책을 읽는다든지,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시면서 아내와 대화를 더 깊이... 그리고 아내분도 MBTI..!!
아이가 동갑이라 마음이 더 짠하네요. 제입장에서 쓴 글이라 조금 편향될것같아요. 다른 남자분의 조언도 있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잘풀릴겁니다!
남자분들은 다들 잠수하셨나 봐요? ㅠ.ㅠ
저희 부부는 노사모에서 만나 결혼한 처지인데도 아이 낳고 나서는 모임에 거의 나가질 못했습니다.
처음엔 그것 때문에 갈등도 많았지만 제가 다른 욕심을 다 버렸더니 그나마 나아지더군요.
엄마에게 육아란 것이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백배는 어려움으로 다가오는것 같더군요.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하고 싶으신 활동 마음껏 하실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봅니다.
부디 힘내십시요. 화이팅~~
고맙습니다.
남자들의 입장 보다 부인의 입장에서 여성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는게 좋을듯 해서 댓글 달기를 주저 했습니다...ㅎ ㅎ 저도 7년전에 시민운동 한다고 새로운 신세계를 경험하다가 집안에 난리난적 있었어요...그때는 정말 결혼 안한 친구들이 넘 부러웠다니깐요...부인 입장에서는 많이 외로웠을 겁니다...돈이나 떡이 나오는것도 아니고...지금은 어디 가야 될때는 일주일 전 부터 온갖 애교로 점수를 따 놓습니다^^
ㅋㅋ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