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어김없이 종소리가 들립니다.
아버님의 기상소리에 큰형, 작은형, 옹이.. 눈을 비비곤 운동장에 나갑니다.
새벽 찬바람 아랑곳않고 아버님의 우렁찬 구령에 발맞추어 뜁니다.
'개척! 정신! 이겨야 산다. 개척! 정신!'
머리와 등에 김이 모락모락 날라치면
아버님은 저희 삼형제에게 작대기 하나도 좋으니 줏어와라 말씀하십니다.
큰형과 작은형 손에 이끌려 그 조막만한 손으로
돌 하나, 작대기 하나라도 줏어가야 아침일과가 끝납니다.
그렇게 어딜가도 무언가를 줏어와야 하는 정신을,
언제나 어디서나 무언가를 배워와야 밥을 먹을수 있는 정신을
행동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씀..
배가 나온 지금의 전 그 말씀이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ㅠㅠ
●. 삼형제 항시 전쟁태세 완비 .●
전쟁이 내일 터진다 가정해봅니다. 돌연 아비규환이 될테고, 이차저차하여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져 살길을 도모할 경우가 생길겁니다.
이산가족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바로 옆집에 살면서 30년을 모르고 지냈던 경우도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집은 전쟁발발후에 어디서 뭘하건 기필코 살아나서
그 다음해 1월1일 12시에 중앙청 앞에서 집결하기로 무언간의 약속이 되어있습니다. ^^
전쟁나고도 옹이네 가족이 보고프면 중앙청앞에서 만나요~ ^^
전쟁이 나면 먹을것이 부족합니다.
빌어먹는 훈련! 저희 삼형제는 빌어먹는 훈련도 수료했지요. ^^
저희 삼형제는 어렸을때 종종 피난행렬을 떠나곤 했습니다.
원주시내집에서 옥산까지 30리가 넘는 곳을 자기배낭을 꾸려서
온 가족이 떠납니다. 아버님이 깨우실때 하시는 말씀..
'얘들아.. 지금 전쟁났다.. 아무도 모르니 조용조용 어서 짐꾸려라.'
숙달된 큰형과 작은형. 바로 가져갈 것을 주섬주섬 담아 버너에 바가지까지 챙겨서
새벽길을 나섭니다. 가끔 구보로 갈때는 정말이지 이가 아득바득~
그렇게 태장동까지 가면. 지금은 온누리바다약국이란곳에 들립니다.
아버님 약대동창분 약국인데, 아버님은 멀찌감치에서 큰형을 들여내보냅니다.
"관우야. 저기 약국에 가서 돈좀 얻어와라."
"지우야. 넌 다음차례야."
그렇게 거지몰골에 피난행색을 하고 가서는 (당연히 아버님이야기를 하지않고)
빌어먹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받아온 것이 고작 몇백원남짓.. 하지만
나도 내 손으로 빌어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우게 된것은
얻은 몇백원이 아닌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더군요. ^^
나중에 그 아들이 내 아들이라며 바다약국 약사님과
담소 나누실때 파안대소하시는 모습...
알았더라면 몇백원 더 줄껄 그랬다면서 파안대소하시는 어르신의 모습뒤로
빌어먹고자 하는 투지로 불타오르는 아들들의 또릿한 눈빛이 오버랩됩니다. ㅠㅠ
그렇게 어릴때 30리가 넘는 거리를 걸으면서 얻어지는건
어린 나도 이렇게 먼거리를 걸을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그 해냈다는 자신감은 다리가 저려오는 피곤함을
능히 이기고도 남는 위대한 것임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원망스러웠으나 지금은 감사가되는 추억들이죠. ^^
그래서, 전... 꿈을 꾸다가 자주 깹니다. 남들은 군대다시가는 꿈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깬다지만, 저는 제가 꼬마가 되어 새벽에 운동장에 집합하는 꿈을 꾸곤합니다.
공부가 쉬웠어요? 그래요.. 저에겐 차라리 해병대가 쉬웠지요. ^^;;
●. 선한 일을 가르침 .●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머님은 그동안 돼지저금통(빨간 돼지^^)에
저축한 잔돈을 모아서 선물을 사게하셨습니다.
큰형이 6살때 돼지를 잡아서(^^) 모은돈이 1,600원
어머님이 그만큼 모았으니 잘했다고 1,600원을 더 보태주셔서
3,200원을 들고 누구를 도왔으면 좋겠냐고 큰형에게 물었답니다.
어릴적 편도선수술로 기독병원에 가봤던 형은
기독병원 소아과 학생들을 돕기로 했답니다.
빨간장화에 사탕이 담긴 선물을 6개를 사고 남은 200원으로
귤을 사서는 기독병원 소아과 병동에 들어갔습니다. 딱 여섯 병상이 있더랍니다. ^^
그렇게, 큰형을 중간에 세워놓고, 어머님이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큰아들이 돈을 저축을 했고, 크리스마스 예수님오신날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여러분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으니 받아달라며
말씀을 전합니다. 그렇게 큰형이 선물을 나누어주면서
그들이 받고 너무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물을 주고, 돌아오는 길에 한 간호사가 큰형이 너무 기특해서
'어디 사니, 어느 학교다니니?' 꼬치꼬치 물어도
어머님의 철저한 교육덕에 - 남을 도왔다고 세상에서 칭찬을 받고 생색을 내면
하늘나라에 쌓이는 것도 없단다.
왼손이 돕는건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세뇌교육을 받은 형은
'저는 집도 없어요. 학교도 몰라요.'라면서 뛰쳐나왔답니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 나는 그냥 남는 돈으로 저축한건데.. 저 사람들은 저걸 받고
저렇게 기뻐하네.. 나중에는 돈 많이많이 벌어서 고아원도 양로원도 도울꺼야..'
'그래.. 네가 작은것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줄수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그후로 매년 우리집은 더 많은 선물을 준비했고, 고아원으로 양로원으로
선물을 드리면서 좋은 시간을 나누었지요.
할아버지, 할머님이 물어보셔도 저희는 집도 몰라요,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요~ 라면서
즐거운 도망치기에 바빴던 그때...
그때당시 전두환대통령시절, 이순자 영부인의 아버님이 전국노인회장이었답니다.
착한 어린이를 추천하라고 하면 늘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학생들을 올리고해서
그 회에는 전국에 있는 노인정에서 직접 착한 아이를 추천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답니다.
원주에 있는 한 노인분이 그 소식을 접하고는 몰래 저희집을 뒤밟아 오셔서
저희 부부약국 이름과 큰형 이름을 알아내 보고해 올렸지요.
그렇게 도심사를 거쳐, 강원도대표로 큰형이 뽑혔지요.
그렇게 그해 세종회관에서 전국 착한어린이상을 받는 전국 8명 가운데
큰형이 뽑히게 되었답니다. ^^
(이쯤에서 박수나와야 되는거 아닙니까? 짝짝짝~ ^^)
그랬던 형을 오늘 만났습니다.
한의사가 된 형은 고향방문이 목적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필리핀, 멕시코 등등
각지에 무료의료봉사를 의료팀들과 같이 갔다가 잠시
한국을 경유해 들어가는 길에 들린거더군요.
큰형 의료팀 분들이 옥산에 오셔서 좋은 시간이 보내었지요.
간호사분들, 치과의사, 한의사.. 그렇게 자신이 가진 달란트로
못가지고 불쌍한 영혼들에게 의술을 베푼 좋은 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꿈이있는 좋은사람들 미국파트분들(^^)과의 담소.
미국이란 낯선 곳에서 선한 생각으로 더 못한 곳을 돕는
실천하는 사랑을 보여주시는
'치유의 손길 의료팀'에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2년만에 큰형을 만났습니다.
미국의료팀들은 모두 허깅(끌어안기)로 인사를 하더구만요. ^^
하지만, 우리집안 남자들은 땀을 흘리면서 인사를 하죠.
오자마자, 삽을 들고 땀흘리며
콘크리트 작업을 하게된 베이징옹과 L.A옹 그리고 한국 JCA옹. ^^
오늘 남은 콘크리트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남자들...
그렇게 우리의 땀과 삽으로 꿈을 일궈가며,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만든 큰길보다는 작지만,
이 작은 길을 발판삼아 더 큰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새벽1시40분) 막 아랍옹이 도착한 소리가 1층에 들립니다.
베이징옹과 코엑스에서 일하는 외대 아랍어과 출신의 아랍옹, 미국옹.
2년만에 삼형제가 모였습니다. 중국에서 미국에서 아랍에서 모인 삼형제.
이야기 꽃을 피우러 가야겠습니다. ^^
우린 그렇게 우리만의 꿈을 선한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는
꿈이있는 좋은사람들의 모임의 형제들입니다.
카페가족분들 모두 좋은 하루 되십시요. ^^
<2003.7.12 베이징옹 올림>
첫댓글 요며칠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뭐랄까.... 하는 일마다.. 일손이 안잡히고.. 짜증에... 푸념에... 그리고 ... 나태와 절망감에.... 옹이 글을 보면.. 부끄러워 집니다.. 얼마나 작은인가..... 나는 여태 무얼 위해 살았는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가.....
헉=ㅁ= 닮으셨습ㄴㅣ다 - ㅎ, 우와,,대단하시네요, 어릴때부터,,,=ㅁ=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_-(?) 모르게하라고 했지만 =ㅁ= 그게 잘 안되는데,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ㅁ= 라고 하시고-_-;; 집까지 없다고 하시다니 =ㅁ=b
결혼 해서 애 낳으면 옹님처럼만 가르치면 =ㅁ=b 애 성공합니다 - ㅋ
멋지게 사시는 옹님 가족에게 오늘도 하나 배우고 가는군요...나도 열씨미 멋지게 살아야징...불끈..!!^^
무언가에 엄청 열 올라 있다가도, 옹님 글을 읽을 때면 항상 차분한 마음가짐이 되어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역시나 좋은글이네요^^ 매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혀~~ㅇ 보고 시퍼요~~~ ㅜㅠ(필씅!!!ㅡㅜ)
너무 머쪄여.....옹오라버님 보고 싶습니다~
으아.. 멋져요..+_+
옹님을 언제 볼수있을려나.... ㅡㅡㅋ
언제읽어도 부러운글이네여 ㅎㅎ 형제두 많구 ㅎㅎ 남들 안해본것도 마니 해보공.. 그저 철없이 굴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구 또 좋은글 마니 올려주세염 ^ㅡ^/
형~~ 글저아여~~^^ 보구시포요~~흑흑ㅜ.ㅜ
허어.. 맹장 밑에 약졸 없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