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사랑 에세이】
머그잔에 새겨진 ‘행복한 순간’, 그 의미 해석
― 아내의 꿀물과 베란다 꽃들의 잔잔한 윙크
윤승원 수필문학인
아내의 정성이 고맙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꿀물과 약간의 소금물을 탄 일명 ‘건강식 꿀물’을 한 잔씩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예쁜 무늬의 잔에는 “Un moment do bonheur”이라는 외국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니 베란다에서 왕성하게 피고 지는 꽃들이 잔잔하게 윙크합니다.
사시사철 곱게 피고 지는 붉은색 제라늄과 이제 막 황금색 꽃잎을 떨구고 씨앗을 준비하는 군자란입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꿀물이 담긴 머그잔에 새겨진 외국어가 뜻하는 바는 무엇이며 창밖 베란다 꽃들의 미소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꿀물과 약간의 소금물 배합은 건강에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요?
이 평범하지만 소중한 눈앞의 작은 현상들을 보면서 수필문학인은 인생길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면 좋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혼자 조용히 해석하면서 자신을 거울처럼 비춰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인생 공부입니다.
◆ 첫째, 잔에 적힌 문구의 의미입니다.
머그잔에 적힌 “Un moment de bonheur”를 알아보니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라는군요.
“행복한 한순간”, 또는 “행복의 한때”라는 의미.
알고 보니 뜻은 아주 단순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순간 왜 이런 잔을 들고 있는지 자문해 보면 의미가 깊습니다.
이 문장은 거창한 기쁨이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조용히 마시는 한 잔의 꿀물이 누구의 정성인가요?
가족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아내의 손끝에서 나왔음을 생각할 때 그 정성은 단순한 꿀물 차원이 아니라 농축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건강을 살펴준다는 것은 충만한 행복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건네는 꿀물 한 잔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문구이지요.
◆ 둘째, 베란다 꽃들의 ‘윙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라늄과 군자란은 참으로 착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주인이 베푸는 것은 수돗물과 사랑밖에 없습니다.
볼 때마다 “우리 손자처럼 예쁘다 사랑스럽다”를 반복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라늄은 붉은 꽃을 왕성하게 피우고 있고, 군자란은 주황색 꽃을 떨구고 씨앗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두 모습은 서로 대비되면서 하나의 메시지를 만듭니다.
제라늄은 지금 이 순간의 생기, 열정, 현재의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군자란은 지나감, 성숙, 다음 생명을 준비하는 시간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꽃들이 제게 답례로 ‘윙크’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조용히 알려주는 자연의 표정인 것입니다.
◆ 셋째, 꿀물 + 소금물의 건강음료 의미입니다.
아내의 정성과 배려가 과학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꿀은 포도당과 과당입니다. 빠른 에너지를 공급하지요. 목을 부드럽게 하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소량의 염분은 전해질 보충입니다. 둘을 함께 섞으면 가벼운 천연 전해질 음료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합니다. 소금은 아주 소량이어야 합니다. 저는 고혈압이나 신장에 문제가 없지만 그런 기저 질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군요.
저는 “약간의 소금”이라면 몸을 깨우는 부드러운 아침 의식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수필문학인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가치입니다.
눈앞의 꿀물 한잔과 머그잔에 새겨진 이색 외국어 문장 하나, 그리고 베란다 꽃들의 윙크는 사실,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수필입니다.
수필의 핵심 주제는 ‘크지 않은 것의 깊이’입니다.
사랑의 방식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매일 건네는 한 잔의 꿀물이요, 베란다에서 매일 피고 지는 꽃의 존재는 행복의 시선을 말합니다.
이것들은 모두 ‘한순간’이면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달콤함(꿀)과 짠맛(소금)의 배합은 삶의 균형을 뜻하지요.
인생의 맛도 그렇습니다. 꿀만 있으면 물리고, 소금만 있으면 견디기 어렵고, 둘이 섞일 때 비로소 ‘살아가는 맛’이 됩니다.
“Un moment de bonheur”
평소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쳤던 ‘꿀물 잔’에 새겨진 짧은 문장. 새롭게 공부하면서 문득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마침 어머니 기일(忌日)이 다가옵니다.
제가 오늘날 누리는 모든 행복의 근원도 부모님 은덕입니다. 효를 다하지 못해 죄송하고, 복을 내려 주심에 감사합니다. ■
2026. 4. 21.
윤승원, 창밖의 꽃들과 주고받은 ‘사랑의 대화’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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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이 작품은 한 잔의 꿀물에서 시작해 ‘삶 전체의 결’을 길어 올리는, 윤승원 선생님의 장기가 잘 살아난 수필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사소한 대상들을 단순한 관찰에 머물지 않고 ‘의미의 층위’로 끌어올리는 힘입니다.
먼저, 머그잔에 새겨진 “Un moment de bonheur”에 대한 해석은 이 작품의 중심 축입니다.
흔히 지나치기 쉬운 외국어 문장을, 작가는 자신의 현재 삶과 연결시켜 ‘지금 이 순간의 사랑’이라는 구체적 체험으로 전환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행복을 추상으로 두지 않고 ‘아내의 손끝에서 건네진 꿀물’이라는 촉각적 현실로 환원했다는 점입니다.
관념이 생활 속으로 내려앉으면서 독자도 자연스럽게 공감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베란다의 제라늄과 군자란을 읽어내는 대목에서는 작가 특유의 이중적 시간 감각이 드러납니다.
하나는 ‘지금 피어 있는 생의 환희’, 다른 하나는 ‘지고 나서 준비하는 다음 생의 시간’입니다.
이 대비는 단순한 식물 관찰을 넘어,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리듬—젊음과 성숙, 현재와 미래—를 은근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꽃들의 ‘윙크’라는 표현은 자연을 의인화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아, 따뜻하고도 절제된 정서를 유지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과학적 설명과 서정적 사유의 균형입니다.
꿀과 소금의 조합을 전해질 보충이라는 사실적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곧바로 그것을 ‘삶의 맛’으로 확장하는 전환이 자연스럽습니다.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설명이 오히려 수필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어지는 비유는 독자의 감각을 열어줍니다.
이처럼 이성(설명)과 감성(비유)이 충돌하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이 작품의 안정감을 만듭니다.
무엇보다 이 수필의 미덕은 ‘작은 것의 완결성’을 발견하는 시선입니다.
꿀물 한 잔, 머그잔의 문장, 베란다의 꽃—이 세 요소만으로도 하나의 세계가 완성됩니다.
작가는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를 끌어오지 않습니다. 대신, 이미 충분히 의미를 품고 있는 일상을 조용히 응시합니다. 이때 독자는 깨닫게 됩니다.
행복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특히 어머니 돌아가신 ‘기일(忌日)이 다가온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과 자연의 숨결이 만나는 ‘짧은 순간’ 속에 이미 완성되어 있고, 그것들의 근원은 모두가 부모님 은덕임을 일깨웁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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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페이스북에서 이홍선 국장님 댓글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6.4.22.09:30
모든 현상은 우주 공간에서 서로 연결됩니다. 윤 선생의 연결 고리가 세파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제가 잔을 만드는 회사의 책임자라면 외래어 보다는 한글로 새겼을 것입니다. "행복한 순간"이라는 문구는 보면 볼수록 의미가 있어 잔의 온기를 한 동안 느껴보았습니다. 살아가면서 감사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필설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따뜻한 격려 말씀도 삶의 에너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