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북한 량강도 삼지연시 백두산 정상 분화구에 있는 칼데라 화구호. 대한민국의 주소 기준으로는 함경남도 혜산군에 걸쳐있다.
2. 명칭의 역사[편집]
오늘날 천지(天池, 하늘의 호수)라 부르는 칼데라호를 두고 과거에는 여러 가지 표현이 병존하였다. 용비어천가에서는 단순히 '큰 호수'이라는 뜻인 대택(大澤), 대동여지전도에서는 달문(闥門)이라고 했다. 대동여지도에서는 '큰 못'이라는 뜻인 대지(大池)라고 표기했다. 대지나 대택은 보통명사라고 해야지 고유명사라고 하긴 어렵다. 우리나라의 고지도에는 대택(大澤), 대지(大池), 또는 단순하게 못이라는 뜻인 지(池)라고 표기된 경우가 흔하다. 특히 19세기부터는 '대지'가 가장 흔하다.
달문(闥門)은 만주어로 천지 호수를 부르는 타문(tamun)을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달문이 천지가 아니라 천지 북쪽에 있는, 천지 물이 유일하게 빠져나가는 유출구, 협곡 부분을 가리키는 지명으로 쓰인다.) 또한 백두산 근처 산골의 중국인들이 용왕담(龍王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최남선은 1946년 저술한 <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천지를 두고 "우리에게는 천지(天池), 달문담(闥門潭), 지나에서는 용왕담(龍王潭)이라고 일컬으니"라고 설명했다.[A]
백두산 인근에서는 타문 말고도 '하늘 호수'란 뜻으로 숭가리 노올(Sunggari noor), 압카이 노올(Abkai noo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천지에서 발원하는 송화강을 만주어로 '숭가리 울라'라고 부르므로 서로 지명이 연결된다. 조선 후기 이의철(李宜哲)은 영조 27년(1751) 백두산 여행을 다녀오고 집필한 <백두산기(白頭山記)>에서 천지를 두고 "일곱 봉우리가 둘러싼 가운데 큰 호수(大澤)가 있으니 이른바 천지(天池)이다(七峰環立四邊中藏大澤, 卽所謂天池也)."라고 했다. 또한 "이름하여 천상연(天上淵)이라 한다(名爲天上淵)." 하는 설명도 있다.[A]
서명응(徐命膺)은 영조 42년(1766) 백두산을 유람한 뒤 <유백두산기(遊白頭山記)>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서명응은 "백두산 근처 지명은 만주족이 사사로이 지은 것이니, 모두 새로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천지를 두고 태극(太極)과 천일(天一)을 합쳐서 태일택(太一澤)이란 명칭을 지었는데, 천지가 동북 산천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서명응이 지은 지명은 대중화되지 않았다.[A]
천지(天池)란 명칭이 대중화된 것은 1908년 청나라 관리 유건봉(劉建封)이 쓴 <장백산강지략(長白山江志略)> 때문이다. 유건봉은 백두산을 근대적인 방법으로 측량하여 <장백산강지략>에 지도를 실었는데, 여기서 백두산 천지를 두고 장백산 천지(長白山天池)라고 이름을 달았다.
3. 지질[편집]
천지가 위치한 곳은 해발고도 2,267미터로, 거대한 호수가 이 정도로 높은 위치에 존재하는 경우는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다만 '칼데라 호수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말은 기네스 세계기록 상하이 사무소가 출처로, 학계에 의해 공인된 것은 아니다. 티티카카 호(3,810 m) 역시 칼데라 지형을 포함하는 호수이다.
천지의 면적은 9.165 ㎢, 둘레 14.4 km이다. 평균 깊이는 213.43 m인데, 이는 서해는 물론 남해보다도 깊다. 최대 수심은 384 m인데[6] 남쪽이 얕은 편이다. 수량(水量)은 19억 5500만 m³나 되어[7] 백두산 천지의 물로 한반도 전체를 1cm 두께로 덮을 수 있다. 표면 수온은 7월에 9.4℃, 내부 수온은 연중 4℃이다.
천지는 완전히 고인 호수가 아니다. 천지의 외륜산(外輪山)[8] 북쪽 봉우리들 사이에 달문(闥門)이라는 협곡이 있는데 여기로 천지의 물이 흘러나와 비룡폭포를 거쳐 이도백하(二道白河)라는 물줄기를 이루어 송화강으로 흘러간다. 그러므로 백두산은 송화강의 발원지이다. 천지의 수량은 빗물과 지하수 등으로 유지된다. 호반의 동안(東岸)과 남쪽 송화강의 상류에서는 온천이 솟아난다.
예전에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발원지로 여기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용비어천가 1권 4장에서도 백두산을 설명하며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른다." 하였으니, 역사가 깊은 착각이다. 압록강은 백두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하지만 천지와 직접 이어지진 않았고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섬이 된다 한반島두만강의 발원지는 백두산 정상에서 약 30 km 남짓 떨어졌다.
만에 하나 백두산이 분화하면 천지의 20억 톤에 달하는 물은 그 순간 증발하여 엄청난 화산쇄설류를 일으켜서 백두산 근처 함경도와 연변조선족자치주 범위는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폭발과 함께 증발된 천지의 담수는 응결하여 다시 비로 바뀌어 내릴 텐데, 예상 강수량이 시간당 800 mm로 집이 무너질 정도라고 한다. 백두산 분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곳을 참조.
4. 국경[편집]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대이기도 하다. 정확히는 1964년에 맺은 조중변계조약에 따라 호수의 54.5%가 북한령이고 나머지 45.5%가 중국령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조약이므로 이들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단국가인 대만과 남한(대한민국)에서는 조중변계조약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천지 전체를 자국 영토로 여긴다. 이북 5도청 행정구역으로는 천지 전체가 함경남도 혜산군 보천면에 속한다. 반대로 대만(중화민국)에서 발간한 지도에는 백두산 천지 호수 주변을 모두 중화민국의 영역으로 표시했다.
이렇게 한국은 천지를 대한민국 영토로 주장하지만, 독도와 달리 그다지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므로 천지 북측을 실효지배 중인 중국과 외교적 마찰은 전혀 없다. 북한이 아닌 중국 통치 영역이라 한국인 관광객들도 백두산 관광 중 합법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점은 대만 정부 역시 동일하다.
5. 문헌기록[편집]
용비어천가 1권 4장에서는 백두산을 설명하는데, 한 가지 재미난 표현이 있다.
山凡三層, 其頂育大澤
[백두]산은 대략 3층인데, 그 정상에서 큰 호수(大澤)를 기른다.
산 정상에 큰 호수가 있다(有)고 하지 않고 큰 호수를 기른다(育)고 좀 이상하게 서술하였다. 어쩌면 천지가 원래는 조그마했다가 점점 커졌음을 반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6. 괴물설[편집]
괴물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시나 괴물로 착각할 만한 시각 효과를 내는 무언가가 있다면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현무암 설이다. 화산 지역이기에 자연스레 천지 밑바닥에는 크고 작은 현무암이 잔뜩 깔렸다. 폭발적으로 분화하는 화산의 용암이 안에 기포를 많이 머금은 채로 굳으면 부석(浮石)이라 하여 물에 뜰 수 있는 돌이 된다. 이 중 좀 무거운 부석들이 천지 바닥에 가라앉았다가 특정한 조건에서[9] 다시 떠오르는데, 탄산음료에 넣은 빨대가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듯 수면에 도달하자마자 갇힌 가스가 방출되어 다시 가라앉는다. 밖에서 보면 갑자기 수중에서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불쑥 올라갔다 다시 가라앉으니 괴물로 오해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 북한 당국이 천지에 푼 산천어를 착각한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백두산이 화산인 데다가 10세기에도 대폭발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거대 생명체가 천지 안에 서식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대분화가 그친 뒤에 그런 생명체가 굳이 좁은 이도백하를 거슬러 올라와 비룡폭포마저 뛰어넘어 아무 먹잇감도 없는[10] 천지를 서식처로 삼았다고 한다면 농담조차 되지 못한다.북한 당국에서 산천어 등 어류를 방류하여 현재 5종의 어류가 서식중이라고 한다.
7. 여담[편집]
"천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날씨에 보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고산지대가 대체로 그렇듯, 맑은 날씨가 드물고 잠깐 좋더라도 변덕이 심해 금방금방 변하기 때문.
참고로 중국에서는 천지 물로 생수를 만들어 팔고, 한국에도 백산수를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