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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따가즅(Taghazout)' 생활
a. 숨은 집
자신의 생업인 식당 일을 끝낸 뒤에야 가능했던 유 씨의 도움으로(공교롭게도 그 전 날 새로 산 차였다), 인야는 저녁 시간에야 따가즅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유 씨는 밤 장사를 위해 곧 돌아갔고, 며칠 그와 어울려 집을 보러 다니던 날들도 그렇게 끝이 났고, 이제 인야는 혼자 뚝 떨어져 지내게 된 것이었다.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인야는 감자와 달걀을 삶아 물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나머지는 다음 날 정리하기로 했다. 곧 날이 어두워졌고, 피곤하면 저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면 될 일이었다.
'물론 여기는 인터넷도 안 된다. 그런데 어쩌면 그게 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이야 호텔 바에 가서(Wi-Fi 존) 잠깐씩 할 수는 있을 테니, 완전 먹통 상태는 아니니까. 나는 이 조그만 방과 테라스를 이용해서 몇 달을 보내야 한다. 지금이 몇 시인가.
허기야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 모로코라는 나라의 한 바닷가, 따가즅(Taghazout)이란 마을의 한 집에서 첫 밤을 보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 누구도 간섭할 사람 없는, 그러면서도 파도소리밖에 들리지 않는(의외로 크다) 조그만 방에 앉아, 인야는 오늘을 — 아니, 자신의 인생을 — 잠깐 되돌아보았다.
'그런데 나는 왜 여기에 와 있는가?'
심각해질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러고 있는 자신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하는 생각이었다.
'일단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밤중, 2시 반에 눈이 떠졌다.
약간 썰렁해 긴 옷을 하나 더 입고, 인야는 그대로 '몽상별곡' 작업을 조금 시작했다.
한 시간쯤 하자 몸이 찌뿌둥하고 하품이 계속 나왔다. 일하는 리듬이 아직 깨져 있었지만, 일단 시작은 해놓은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여태까지 끌고 다녔던 미숫가루를 우유에 타고, 삶아두었던 달걀 두 개로 아침을 먹었다. 여기 와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끓이고 삶은 첫 음식이었다.
그런 뒤 부엌과 화장실 청소와 정리에 들어갔다.
유 씨가 챙겨다 준 접시, 냄비, 컵, 수저, 젓가락을 한 번 씻어두었고, 이 집의 유일한 도구인 큰 냄비와 작은 냄비만 남겨둔 채 나머지는 2층 안 쓰는 방으로 몰아넣었다.
2층은 음침하긴 해도 바다 쪽으로 창이 나 있어, 열어두기만 하면 바람이 잘 통했다.
대사관 직원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유 씨를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유 씨를 몰랐다면... 이렇게나마 자리를 잡을 수도 없었을 터였다.
인야는 충분한 감사의 뜻을 전했고, 언제 기회가 되면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제 유 씨에게, 집을 보러 다니며 차를 운행해 준 보답으로 기름값이라도 하라며 500DH을 건넸더니, 300만 달라고 했다. 아이 옷이라도 사 주라는 명목이라면 받겠다는 것이었다.)
밀려 있던 빨래도 해야 했다. 세탁기가 없으니 바케스에 물과 세제를 풀어 담가두었다가, 헹궈서 너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빨래를 널었는데, 언뜻 보니 벽에 걸쳐놓은 빨래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바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 보니, 정말 그랬다.
이 집 영감님의 형제라는, 옆집에 사는 사람이 작대기로 인야의 빨래를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인야는 그 당장 욕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심정이었다. '차라리 말로, 빨래를 넘기지 말라고 해도 됐을 텐데, 숨어서 저러고 있단 말야?'
주인 영감님은 좋은 사람 같은데, 그 사람은 인상부터가 어두웠고... 어쩌면 형제간에 사이가 안 좋은 모양으로, 지난번부터 볼 때마다 기분 나쁘게 하더니... 끝내 이런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저 놈의 행위는, 자기에게 그 어떤 행위라도... 그러니까 허공에 있는 공기마저도 침범하지 말라는 뜻이겠는데... 그래, 이 공간 안에서만 하는 게 낫겠다. 그리고 저 놈의 인성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으니... 경계해야 할까 보다......'
어차피 먹고 살아야 하니, 채소와 과일도 사러 나가야 했다.
마침 어제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후세인'이 근처에 있었다. 수퍼를 찾는다고 하자 그는 '하산'네 아버지 수퍼로 가라 했지만, 가 보니 어찌나 지저분한지... 정이 떨어져 다른 곳으로 갔다.
수박 한 덩이를 샀는데, 28DH — 우리 돈으로 5천 원이 채 안 됐다.
후세인은 마치 자신의 수종인 양 수박을 어깨에 메고 왔고, 그 길로 비와 쓰레받기까지 사다 주었다. 고맙다고 하니,
“No Problem!”이라 했다.
그렇게 사 온 채소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었다. 소꿉장난 같은 요리였지만, 쌀만큼은 밥이 맛있었다.
그리고 오후, 사다 놓은 수박을 잘라보니 색깔이 너무 좋아 — 인야는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수박의 붉은 색과 바다의 파란 색, 그 원색을 그림으로 그리면 좋을 거야......'
방에 작업용 탁자 하나밖에 없어, 그걸 들고 테라스로 나가야만 했다. 거기다 크레파스까지 챙기느라 시간이 다소 걸려 기분이 별로였지만, 그렇게 '바다와 수박'이란 드로잉을 하나 그려냈다.
그런데 한창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아래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려가 보니 집주인 '하지' 영감님이 누군가를 데리고 와 있었다. 인야의 3층 침실 쪽 전기 문제로 부른 사람이었다. 사실 인야는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그들은 침실까지 올라오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틈을 이용해 인야는 몸짓으로, 작업대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하지 영감님께 전했다.
영감님은 알아들은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목수 청년을 데려왔다.
청년이 줄자로 이것저것 재는 사이, 인야는 아까부터 자신이 수박을 그리는 걸 보고 있던 영감님에게 수박 두 쪽을 대접했다.
두 사람은 수박을 맛있게 먹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돌아갔다.
'그래, 작업대와 식탁만 있어도, 여기 사는 게 한결 편해질 수 있겠구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또 쿵쾅거렸다.
이번엔 탁자였다.
그런데 탁자 폭이 넓어, 그 집의 좁은 계단으로는 통과할 수 없다며... 테라스에서 줄을 내려, 아래에 있는 탁자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영감님의 가족이라는 옆 가게 주인이, 끈을 이용해 테라스 위로 탁자를 올리게 되었고... 인야도 거들었다.
깔끔하고 견고한 탁자였는데, 영감님은 이게 식탁용이라며... 2층으로 내려놓았다.
사실 인야에겐 작업대가 더 급했지만, 손짓을 보니 며칠 안에 올 거라는 뜻 같았다.
'하지' 영감님은 최대한 인야 자신을 편하게 해주려고 애를 쓰시는 모습에,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모로코에도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는데, 내가 너무 겁을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순간이었다. '아무튼, 어쨌거나... 하나하나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다음 날 아침, 인야가 테라스에 나가 바다를 내려다보는데,
어?
아래층 영감님이 고기잡이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이미 나이가 들어 일을 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던 그 분이, 배에서 내려 모래사장을 걸어오면서는 자신의 집을 바라보다가 인야를 발견하고는... 손까지 흔들었던 것이다.
'야! 영감님도 고기를 잡는구나. 그럼, 다음에 고기 싱싱한 걸 부탁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인야는 영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영감님은 베르베르어와 약간의 불어를, 인야는 그 어느 쪽도 몰랐다)... 종이에 오징어를 그려, 자신의 뜻(나중에 오징어 싱싱한 것을 잡으면, 자신에게 몇 마리를 팔라는)을 전하기도 했다. 내일이거나 모레거나, 언제든... 고기가 잡히는 대로 가져오면 될 테니까.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쓸모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오후, 인야는 3층 방의 구조를 바꿔보고 싶어졌다. 2층에 있던 나무 침대를 가져와 그 공간에서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 즉시 2층으로 내려가서 지저분한 담요를 걷어내고, 침대용 나무를 들고 올라왔다.
그런데 안으로 들여놓아 보니, 공간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침실의 침대 자체를 세로에서 가로로 돌려놓기로 했다. 그런데 그 무게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침대보와 짐을 다 치우고... 그 안의 꼴촌(매트리스 속)을 빼내는 데만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나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수직으로 세운 뒤 몸 전체로 방향을 조금씩 바꿔가며, 결국 가로로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재배치를 마치고 나니, 공간이 훨씬 아늑하고 쓸모 있게 변해 있었다.
'하루를 산다 해도, 내가 편하고 일하기 좋게 해놓아서 나쁠 건 없다.'
그러는 사이, 유 씨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새로 산 차를 등록하고 헌 차를 팔러 내놓느라 바빴다고 했다.
사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묻는 그에게, 인야는 며칠 내로 아가디르에 장을 보러 나갈 생각이니... 그때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 씨도 보름 쯤 후에 아이 방학이 되면, 따가즅에 한번 오겠다고 했다.
그 전화를 끊으면서 인야는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참내, 이런 곳에 살면서도 누군가의 전화를 받게 되네?'
밤이 되자, 그 날도 인야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파도 소리뿐인 테라스에서 하모니카를 불었다.
집의 위치와 형태 상 푹 파묻혀 있어서 그 누구도 듣지 못할 것이고, 또 파도 소리 때문이라도 들리지 않을 터라... 남 신경 쓸 일도 없었다.
얼마 전, 스페인 까스띨랴(Castilla) 지방에 살 때는 아랫집 노파가 들을까 봐 꺼내지도 못했던 하모니카였다.
그런 뒤엔 까페에 올릴 글을 쓰고, 틈틈이 '몽상별곡'의 차례를 다시 짰다.
서두 부분을 불러와 처음부터 다시 다잡았고, 대충 앞부분을 정리하다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로 나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목에서 '이사'만 부각시키다 보니 인물들 간의 관계가 설명 없이 동떨어져, 아예 '둔터니 마을과의 인연'이라는 장을 하나 새로 만들어 몇 년 묵은 그 관계를 풀어놓기로 했다.
그렇게 차례가 자리를 잡아가자, 어쩐지 자신은 지금... 다시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먼, 아프리카 땅에 와서도.
다음 날 아침 미숫가루를 타 먹는 걸로 아침을 먹고, 얼른 샤워를 하고... 인터넷을 해야겠기에, 딴에는 큰맘 먹고(?) 그 바닷가의 호텔에 가 보았다.
그런데 거기엔 이미 유럽인들로 보이는 백인 몇 명이 탁자에 앉아 각자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거나 보고 있었다.
그러니 인야 역시 스스럼없이 그들 속의 한 탁자에 앉아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엔 접속이 되질 않아, 그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영어를 쓰던 젊은이에게 노트북을 가져 가서 보여주니... 그가 그걸 몇 차례 시도를 해 보다가, 여기도 비밀번호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인터넷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래서 인야가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하려고 하니, 그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그래요?" 하고 환하게 웃더니, "내가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한국 사람들이 좀 있는데... 사람들이 다 좋았는데......" 하기에, 인야는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그렇게 호텔 까페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한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리아도, 산티아고도, B도, 장도, 호아낀 씨네도... 아무도 답장이 없는 것이,
'왜 그럴까? 그들은 뭘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혹시, 내가 모로코에 오는 문제로 그들을 너무 귀찮게 해서(?)... 나에게 실망한 나머지, 차라리 모른 척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 쪽으로만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이미 나는 그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못 박혀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밤에 이사온 것이니 이사온 날을 제외한 사흘째, 마침 금요일이었다.
마을 윗길 광장에 장이 섰다. 인야가 반가운 마음으로 가 보니, 농산물보다는 공산품 위주였다.
그중 플라스틱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와, 부엌에 뒹굴어 다니는 접시 나부랭이들이 떠올라... 우유와 물과 빵부터 산 뒤, 그 상자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날 저녁, 인야는 일찌감치 '가르반소스'를 냄비에 올려 삶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1층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문을 여니, 하지 영감님이었다.
손에 든 비닐봉지 안에는 오징어가 들어 있었는데, 본인이 잡아온 건 아닐 텐데... 아무튼 누군가가 잡아온 크고 작은 오징어 두 마리였다. 그러면서 영감님이 직접 꺼내 보이는데 상당히 싱싱했다.
그렇지만 인야는 이미 가르반소를 삶고 있었기 때문에,
'내일 가져 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하면서도,
"얼마를 드려야 하나요?" 하고 물으니,
오징어는 1 kg에 백 DH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나 비싼가?' 하면서 약간 의아해 했는데, 어쨌거나 말이 정확히 통하는 게 아니다 보니... 아마 영감님은 50 DH만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 역시 싼 게 아니었지만, 인야는 노인이 가져온 성의에... 알았다며 현금을 챙겼는데,
영감님은 어느새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칼을 찾았다.
그래서 인야가 칼을 드리니, 본인이 직접 거기 내장의 손을 보기 시작했다.
'참내, 어떻게 생선 손보는 일까지 도와 줄 생각을 하셨는지......'
인야는 영감님이 너무 고마워, 고개를 두어 번 숙이면서까지 고마움을 표했는데...
영감님은 내장과 먹통 등을 다 떼어 내더니, 그 옆에 있던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넣더니... 그 쓰레기까지 들고 나가 주는 호의를 베푸는 것이었다.
그렇게 엉겁결에 인야에겐, 싱싱한 오징어 두 마리의 회가 생긴 꼴이어서... 그렇다고 그것들을 냉동실에 넣어둘 수만은 없을 것 같아(너무 아까워서)... 큰 건 냉동실에 넣어두고, 작은 것은 손질해 잘게 썰었다.
어차피 저녁 요리는 '가르반소스'로 할 것이었기 때문에, 한 쪽엔 오징어 회를 함께 하기로 하니...
'그냥 맹숭맹숭하게 저 음식들로만 저녁을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노 병도 하나 꺼내니... '혼자 만의 축제'가 돼 버렸던 것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명목을 붙일 수도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집들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사 온 지 사흘 만에, 혼자서 치르는 집들이였다.
거기다, 스마트폰 음악까지 제일 큰 볼륨으로 틀어놓았다.
쫄깃거리는 오징어를 귀하디귀한 초장에 찍어 먹으며, 와인 반병에 취기가 오르자... 인야는 세상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아, 내 인생... 참 묘하다. 아니, 희한하기까지 하다. 어쩐 일로 내가 이런 곳까지 와서 이러고 있다지?'
(스페인 사모라 지방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선 더 극적인 것 같았다. 거기는 인야 스스로 찾아갔던 곳이지만, 여기는 오기 싫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온 곳이니까.)
어쨌거나, 그렇게... 인야의 바닷가 마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는 원없이 들려오는(여기 파도 소리는 엄청 크게 들린다.) 바닷가 마을의 한 집에서......
하루 중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파도 소리는 여전했다.
'이런 걸 행복이라 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닐까? 어쩐지 소꿉장난을 하는 것도 같기도 하고... 뭔가 생뚱맞은 기분이기도 하고......'
인야는 이곳을 오가며 해변에 나가 이 집을 사진으로 찍어보려다, 어디쯤인지 한참을 헷갈렸던 적이 있었다. 테라스 끝에 누군가 나와 있어야만, 거기 집이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집 자체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테라스만 조금 보이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야는, 다른 곳에서도 그렇듯(어딘가 새 장소로 옮길 때마다 주로 그래왔다)... 여기서는, 이 집을 '숨은 집'이라 이름을 지었다.
'그래, 앞으로는 이 집을 그렇게 부르며... 그 이름처럼, 조용히 숨어 살다 돌아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