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주민등록법이 개정되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 등을 지정하여 본인과 세대원의 주민등록 열람을 제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6월 주민등록번호 변경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같이 살고 있지 않은 자녀에 대해서는 열람 제한을 할 수 없거나 가정폭력 가해자가 친권을 내세워 피해자의 동반자녀를 임의로 자신의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할 경우, 열람 제한한 주소가 그대로 드러나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그동안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주민등록법 개정과 개선안 마련 및 제안, 관련 정부 부처 의견서 및 질의서 전달,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등 적극적으로 정책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020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등록 열람제한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행정안전부에 권고하였다. ① 가정폭력 피해자 입증서류에 폭력피해아동 보호시설의 상담 및 입소 확인서를 추가한다. ② 가정폭력 피해자와 같이 살지 않는 자녀와 부모에 대해서도 주민등록 열람을 제한한다. ③ 채권·채무 등 이해관계인이라고 해도 가정폭력으로 주민등록 열람제한 상태인 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주민등록 열람 및 교부를 제한한다. ④ 가정폭력으로 주민등록 열람제한 중인 친권자인 가해자에 의한 자녀 전입신고를 제한한다.
이에 1월 27일 행정안전부는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민등록 열람제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은 주민등록 열람 및 교부 신청 제한 대상을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부모와 자녀까지 가해자로부터 실제 보호가 필요한 범위까지 포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 방안에도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을 위해 주민등록 열람제한 신청 시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은 누락되었다. 현재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주민등록 열람제한 신청을 위해 증거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의 상담사실확인서,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의 입소확인서 등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경찰서나 의료기관의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율은 여전히 2.6%에 불과하며, 보복의 우려로 인해 가해자를 고소하거나 피신한 주소를 드러내 접근금지 등을 법원에 신청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또한, 가정폭력의 특성상 가해자의 경제적, 심리적, 물리적 통제로 인해 피해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많은 피해자는 추가 소명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주민등록 열람제한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상담소의 상담사실확인서는 무료 법률구조 신청,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소송, 가정폭력피해자녀의 비공개 전학 시 제출하는 공신력 있는 자료이며,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진술하고 도움을 요청한 기록이다. 따라서 추가 소명자료 없이 그 자체로 주민등록 열람제한을 위한 증거 자료로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의원 발의된 주민등록법 개정안과 함께 3월 중에 하위법령을 동시에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우리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생명권 보장을 위해 이번 개선 방안에 열람제한 신청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추가로 포함하여 수정 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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