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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렛>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일본, 드라마, 109분, 2010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장 잘 풀어내는 사람이다. <요시노 이발관>, <카모메 식당>, <안경>, <토일렛> 그녀가 설정한 상황은 모두 기묘하다. 실제의 공간이라기보다 그녀의 상상 안에서 재창출된 그녀만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서로 이질적인 사람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밑불을 때면서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지켜본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음식이다. 그들 각자는 삶을 서서히 드러내며 서로의 무색함을 음식의 만듬과 나눔으로 덜어가고 결국 따뜻한 유대를 느낀다. 그녀의 영화는 그래서 서사적이기보다 공간적이고 시각적이다. 감각이 우세하다. 정서적으로 <집으로>를 만들었던 이정향 감독이 생각난다. 일본인의 감성, 즉 일본적 개인주의가 가져다 준 깔끔함과 편안함,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거리 문제를 어떻게 생활의 맛으로 채울 것인가? 그녀는 옷과 음식에서 삶의 감각을 계속 환기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가족을 말한다. 정들면 가족이라고.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있음으로써 하나의 가족을 묶어낸 할머니의 위대함을 따지지 않더라도, 수다의 시대 말이 필요 없음을 만두를 통해 우리는 배운다. 유대란 그런것이라고.
감독의 매력은 어색하고 이질적이고 작위적인 것도 적절한 유모와 정감의 강요로 관객들로하여금 받아들이게 하는 은근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나 3000달러 하는 유전자 검사와 프라모델, 와시렛은 너무나 작위적이다. 하지만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간편하다. 감독은 관객을 복잡한 사유로 몰고 가지 않는다. 즉 대중의 감당할 수 있는 영화적 문법의 한계와 취향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관객은 3000달러의 작위적 연결에 실망하기보다, 유전자검식과 프라모델, 외시렛의 상징을 통한 감독의 메시지를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그것은 유머의 힘이다.
대인기피증에 해당하는 공황장애의 무력감에서 재봉틀을 통해 꽃무늬 치마를 입고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피아노 콩클에 나가는 형도 역시 소통의 중요함을 시적으로 설명한다.
도무지 오기가미 나오코의 이 노골적인 정서적 강요는 밉지가 않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유머' 그것이야말로 오기가미 나오코나 일본 감독들이 말해온 삶의 맛 아니겠는가? 극히 사적인 영역! 그러나 가장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나는 <가족의 탄생>을 만든 김태용 감독이 그립니다. 관계와 가족에 대한 한국에서의 고민과 해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놉시스 =
문제 많~은 세 남매 vs 미심쩍은 할머니
어느 날.. 할머니와의 수상한 동거가 시작됐다! 늘 같은 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정적만이 감도는 연구실에 출근하여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레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로봇 프라모델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그에게 문제 많은 남매,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수상한 할머니가 짐처럼 남겨진다. 설상가상 혼자 살던 아파트에 불이 나고, 어쩔 수 없이 문제 많은 가족들과의 예측 불가능한 동거가 시작된다. 은둔형 외톨이 형 모리, 드세고 제멋대로인 여동생 리사로 인해 레이의 평온했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까지 다른 수상한 할머니까지! 할머니의 정체가 끝내 미심쩍은 레이는 몰래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수집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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