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이야기
리태근
젼국이 기아에 허덕이던 세월이였다. 어느 날 아버지가 꿈에 올무에 걸린 여우를 보았다고 빨리 산으로가라고 재촉하였다. 해마다 산수부업을 하건만 번번히 빈손으로 돌아오는 아버지가 사람보다 더 엮은 여우를 잡았다고? 나는 믿을수 없어서서 피탈을 대고 가지않았다. 된감기에 걸린 아버지가 콜록거리며 직접 떠나려고 신발을 꿍기자 나는 마지못해 따났다.
올무에 걸린 여우를 생각하니 문뜩 리기영이 쓴 “두만강”징편소설에 나오는 여우가 떠오른다. 농부가 소팔고 돌아오다가 산길에서 여우를 만났다.어허,오늘은 복이 쌍으로 날아드는 날인가 ? 여우를 바짝 쫒아갔다. 여우가 긴꼬리를 한들거리며사람묘지로 쑥 들어가는게 아닌가? 요놈 딱 걸렸다.눈앞에서 황금 천냥이 쏟아진다.
찬찬히 살펴보니 묘지는 구멍이 하나라 올무를 놓고 쫒으면 영낙없이 잡힐것 같았다. 각반을 풀어서 올무를 놓았는데 끈이 모자랐다. 할수없이 돈주머니가 달린 허리띠를 풀어서 손끝에 쥐고 묘지를 실북처럼 둘렀다. 여우는 더는 배기지 못하고 와닥닥 뛰쳐나왔다. 아뿔싸! 하느님 맙소사! 돈주머니를 메고 도망치는 여우를 어찌 하옵니까? 여우야 제발 돈주머니를 놓고 가거라! 하하하, 옛날에 도망쳤던 여우가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구픈 웃음이 절로난다.
아버지가 알려준 달래동 골짜기를 두세번 훑어도 여우커녕 산토끼꼬리도 보이지않는다. 서산에서 줄뛰기하는 해를 등지고 돌아서는데 이게 웬일이요? 가랑잎이 기득 쌓인 웅덩이속에 축 늘어진 여우꼬리가 보인다. 하느님맙시사! 정말 키들이하는 여우가 올무에 걸린게 아닌가 ? 아버지 꿈이 맞았다. 발뒤축에 축 늘어진 여우를 메고 돌아오는 기분은 과거에 급제한 리도령인가 하냥 즐가워서 입을 다물지못했다. 아버지가 여우보다 더 총명하다는것을 뼈속으로 느끼는 하루였다.
여우를 잡았는데 어쩐지 여우고기는 께름직했다. 전문 묘지만 파먹는 여우고기를 어떻게 먹는담? 하지만 쥐고기도 없어서 못먹는 세월에 그대로 버리기는 아까웠다. 특별한 고기맛을 자랑하려고 문학 동아 리들을 불렀다. 아버지는 조이짚을 얻어오란다. 조이짚은 왜? 알고보니 비린내를 없애는데 최고란다. 조이짚으로 넣어서 푹삶아내고 또다시 생콩을 넣고 끓여냈더니 워쩐걸 개고기보신탕이 왔다가 울고간다. 홍주를 떠놓고 마셔라 부어라 문학을 성공하자고 다짐하였다.
그런데 이튼날 밤에 걸린 여유가죽을 보니 갑자기 몆년전에 <기순 분자>로 투쟁맞다가 사망한 최령감이 생각난다. 어디서 나온 력사당안 인지 최령감이 서울 서대문감옥에 갇혔다가 귀순했단다 . <반혁명 귀순분자>라는 꼬깔모자를 쓰고 여지없이 투쟁맞았다. 억울하게 날마다 똥바께쯔를 쓰고 투쟁맞다못해 자살했다. 달래동 골짜기에서 시체를 겨우찾았다. 그런데 매장한지 3 일도 안되여서 누군가 묘지를 파헤치고 도끼로 두개골을 파갔단다.
도대체 누가 이런 악독한짖을 했을가? 공안국에 보안하고 삼라지망을 늘이고 찾앗지만 끝내 범죄분자를 찾지못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미지수로 남았다. 사원들은 은근히 짚히는사람이 있었건만 입을 꽉 다물었다. 한뉘 페병으로 앓는 아무개가 페병에 사람 뼈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파간게 아닐가? 죽음을 앞둔 환자가 가릴게 없다. 하지만 입이 열개라고 말할수 없었다. 부처님보다 마음이 더 선량한 사원들은 끔찍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갔다.
여우고기를 먹고서 총명해졌는가 문학동아리들이 앞다투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단다. 와룡강철공장에서 내노라고 시를 발표하던 한태운, 윤동만, 김광철이는 지금도 개고기만 보면 조이짚으로 정성껏 삶아주던 아버지를 애틋하게 에운다. 그런데 나는 억지로 여우고기를 먹고서 죄를 만났던가 내딴에는 걱정 가득히 쓴 시들이 한강에 돌을 던진격 감감 무소식이다. 그들은 말끝마다 작가는 아무나하는게 아니란다. 불타는 노력도 있어야하지만 여우보다 더 총명한 령감이 빛발쳐야 한단다. 그런데 남들은 여우고기를 먹고 령감이 나래친다는데 나는 상반대로 여우고기를 먹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요행 량식관리소직원으로 추천받았다가 일년도 못해먹고 정간맞을 줄을 누가 알았으랴? 삐걱거리는 달구지에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은 지옥으로 가는가. 사람 두개골을 파먹은 여우고기를 먹어서 귀신이 삐폈을까 ? 괜히 여우고기를 먹어서 팔자가 꼬였다고 한없이 원망했다. 넘어진 저리에서 결싸적으로 피를 물고 일어난게 천만다행이다. 또 다시 공농병대학생으로 추천받았다. 파란만장의 문학창 작의 길에서 약간한 성과를 따낼때면 돈주머니를 메고 도망치던 여우가 생각난다. 어떨게 하면 여우보다 더 총명한 작품을 내놓을가 날마다 고민한다.
텔레비죤에 밀리워 영화관이 문을 닫고 드라마에 밀리워 서점이 무색해지는 세월에 독자를 감동시킨다는게 하느님을 감동시키기보다 더 어렵다. 문학동아리들은 독자들이 책갈피에서 꿀이 쏟아진대도 읽지않 는다고 한탄하면서 필을 꺽었다. 여우보다 총명하지 못한 글을 책이라고 출판해서 독자를 오염시키서는 <죄인>이 되지않겠단다. 목숨같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문학의 꿈을 끝내 접고말았다,. 여우를 잡자면 여우보다 더 총명해야 한단다. 내가 쓴 글속에 바다보다 깊은 철리가 있는지? 세월이 흘러도 빛발칠수 있는지? 매 한편의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란다.
오. 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작가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2014년 10월 15일 결혼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