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빅머니로... 오토바이 배송기사 "소득 40% 늘었죠"

[반찬의 모든것]

배송대행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월 420만건 주문 배달서비스 '부릉'

고객이 앱으로 음식주문하면

부릉 등록된 기사에 '콜' 보내

같은 동선 주문 여러개 받아

배달시간 줄이고 유류비 아껴

"동선 딱딱 맞아 사고도 줄어"

40여종 이상 데이터 분석

최적 주차. 묶음 배송도 연구

     "전투콜(주문 배차 경쟁)상황에서 제대로 된 '콜 '을 잡지 못하면 돈벌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추천 오더' 기능이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배송 세계에서 콜은 전투다. 오토아비를 몰면서 주문인 콜 잡기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좋은 주문을 눈 뜨고 놓친다. 오토바이로 배송하면서 비슷한 경로에 뜨는 또 다른 주문을 지속적으로 잡고 제한된 시간 내에 잡은 주문 오더를 소화할 수 있어야 베테랑이다. 이렇게 하지 못하면 허탕치기 일쑤다.

     3개월 차 초보 배송 기사 000는 전투콜에서 비교적 여유롭다. 배송 대행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의 라이더로서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추천오더'를 받고 있어서다.

     메쉬코리아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기사들의 수익과 물류의 효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주문-결제-배송으로 이어지는데, 배송 단계에서 메쉬코리아는 수많은 브랜드를 대행하고 있다. 버거킹, 맥도날드, 미스터피자, KFC, CJ푸드빌, 롯데리아, 이마트, 신세계 등 사회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브랜드 상당수가 부릉의 고객사다.

     부릉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소비자들이 고객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동시에 상점 판매시점 정보관리(POS)에서 부릉에 배송을 요청한다. 부릉은 상점에서 상품을 포장하는 시간, 기사들의 배송 경로, 소요시간을 알고리즘으로 계산해 '추천 오더'를 제공해준다. 같은 동선상에 있는 주문 정보를 추천해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배달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부릉이 배송을 관리하는 상점에서는 오더가 매달 420만건 이상 생성된다. 하지만 배달 기사들에게 최적화된 동선을 안내해 주문부터 배송 완료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24분37초에 불과하다. 이러한 데이터 프로세스로 라이더(월 260~300시간 풀타임 근무자)의 평균 월 소득이 2017년 대비 2019년 40% 이상 상승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핵심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숙련자에게 최적의 주문과 경로를 추천하는 것이다. 김형설 메쉬코리아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풀타임 근무 기준 평균 이하 수입을 올리는 비숙련자에게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면서 "하위 10% 라이더들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부릉의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POS에서 배송 기사의 앱으로 배송 호출이 가기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지만 부릉의 서버는 바삐 움직인다. 물류라는 불충분한 시간과 정보에서 합리적 판단을 도출하는 '메타-휴히스틱 알고리즘 병렬 연산', 배송기사의 노하우를 학습한 뒤 데이터화해 경로에 반영하는 '패턴마이닝'이 눈깜짝할 새 일어나고 있다.

      배송 알고리즘에는 40종 이상의 데이터가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유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동 거리를 최소화한 동선 추천은 물론 라이더들이 같은 단지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고려하는 것도 빅데이터의 힘이다. 배달 건수가 인센티브로 책정되는 만큼 근처 주문이 다른 라이더에게 간다는 것은 매우 예민한 이슈다.

     메쉬코리아는 현재 일부 지점에서 자동 배차와 묶음 배송의 파일럿 테스트를 하고있다. 내년에는 전역으로 확대한다. 이 기능은 오더 추천을 넘어 최적의 배차를 결정하고 여러 배송 주문을 묶어 한꺼번에 기사에게 전달해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A.B.C.D라는 주문이 있다면 같은 동선에 있는 A.B.D 주문을 묶어 기사들에게 한꺼번에 안내하는 방식이다.

     김CTO는 "조리 시간이 긴 주문은 근처에 있는 라이더에게 바로 배차할 수 없고, 라이더가 상권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배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돌아올 때 추가 배송을 배정해야 기사들이 수익이 난다"면서 "자동 배차에는 고려할 데이터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능은 베테랑 기사들도 선호하고 있다. 10년이상 기사로 활동한 000씨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동선이 딱딱맞고 주행 중 무리한 콜 잡기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부릉은 GPS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주차 추천을 테스트 중이다. 주차는 라이더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항이다. 1분을 다퉈 건당 3000원 남짓의 수입을 올리는데 단지 내에서 길을 헤메거나 경비원에게 항의라도 받는다면 수입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CTO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예를 들며 "배송의 상세 주소를 통해 주차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30동에는 입구가 총 4곳 있는데 숙련된 라이더들은 아파트 호수에 따라 더 가까운 입구에 주차하고, 이는 수집된 데이터로 확인된다"며 "이런 정보는 경험이 없는 비숙련자들에게 더 맣은 라이더가 편리하게 주차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쉬코리아 내에서 이 같은 빅데이터 혁명을 주도하는 곳은 일리노이대 데이터마이닝 분야 박사 학위를 가진 김CTO가 이끌고 있는 플랫폼본부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머신러링 박사 학위를 받은 김명환 데이커사이언스실장을 비롯해 현재 56명이 근무 중이다.

출처: 매일경제2019년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