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를 읽고
진 연 숙
똑, 딱
“딱이야, 어디 있는 거야?
네가 없으면 내 마음이 훌쩍훌쩍하고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
똑딱똑딱
똑이가 흘린 눈물은 고여서 강물이 됐고 그 물 위에서 느림보 달팽이 가족이 헤엄치며 놀고 있다.
어느 봄날 아침 쩍, 팍하고 큰 알을 깨고 똑이가 태어나고, 팍,쩍하고 조그만 알에서 딱이가 태어난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똑이와 딱이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함께 안고 놀고 자고 작은 놀이를 즐기거나 삶을 얘기하며 지낸다. 바위처럼 변치 않는 친구라고 노래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딱이가 사라졌다. 정말 사라진 걸까? 딱이 스스로가 자립한 것은 아닐까? 자신만의 생각에 몰입되어 정신없이 딱이를 찾으러 다닌다. 숲속 동물들인 호랑이 모자에게 뱀의 가족들에게 똑이의 안부를 묻는다. 여기저기 찾아 헤매 다니고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리면서도 묻는 모습에서는 절실하게 꼭 찾고자 하는 의지가 보여 안쓰럽다.
왜 찾는 것일까? 간절하게 찾는 것은 과연 딱이일까? 딱이의 소재를 묻고 있는 똑이의 부리 위에 한 방향으로 서 있는 개미들이 하는 대답에 충격을 받는다.
“똑이와 딱이는 항상 같이 있어. 딱이가 없는 너는 똑이가 아니야. 너는 누구야? 넌 누구냐고?”
그 물음은 똑이 자신에게 하는 또 하나의 질문이다.
“나는 누구야? 나는 누구냐고?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냐고?“
똑이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린다. 그의 안에 그리움과 고통과 외로움으로 본래의 모습인 자아를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 느껴진다. 과거의 자신에게서 돌아보고 회상하며 괴로움과 트라우마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울며 받아들이고 또 흘려보내는 것 같다. 나도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공감이 되며 마음이 저릿했다.
그리고는 눈물의 강이 된 물에 과거를 흘려보낸다. 높은 산꼭대기에 양 날개를 벌리고 반듯이 서서 하늘을 향해 절규한다.
“딱이가 없어도 나는 똑이라고!“
어느 들판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 즐겁게 웃고 있는 분신 같은 친구 딱이를 보게 된다. 그제야 현실 인식을 하며 자신이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좌절하며 무기력하게 두 눈을 감고 엎드려 있다. 이제 똑이도 자신만의 길과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만 한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한겨울을 버티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성장하듯이 무기력하게 꼼짝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지만 자신을 다독거려야만 한다. 시간이 약이 되어 차츰 슬픔을 잊으며 환상적인 꽃을 보게 되었고 의욕을 갖게 된다. 그 환상적인 꽃은 똑이 눈앞에서 새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고 잎을 키우고 종국에는 총천연색으로 환상적인 꽃을 피운다. 시간의 변화로 성장도 알려준다.
똑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딱이도 만났다. 꽃을 관찰하고 가꾸고 키우며 살게 되었다, 딱이는 곡예 연습을 수없이 반복하며 높이 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서로 떨어져 각자의 시간 갖기가 분리, 독립되었고 관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상호 존중감을 가지고 공감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도 알게 되었다. 이제 똑이와 딱이는 정서적 공감대를 가지고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함께 하지만 꼭 함께 가 아니어도 됨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 큰 힘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타인의 세계를 존중하는 그것이 곧 사랑이다. 매일 밤 만나서 나뭇가지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결말이다.
만약 내가 똑이라면, 나에게 딱이는 무엇일까? 누구일까? 나와 내 안의 또 다른 자아 일수도 있다. 나와 엄마의 관계, 나와 내 자녀들과의 관계일 수도 있겠다. 나 자신의 내면세계가 딱이라면 내 자신을 먼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고 능력과 장점을 먼저 찾아볼 것이다. 내 안에 또 다른 내 모습,
똑이가 딱이의 사라짐을 안 뒤에 불안과 초조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한없이 흘린 눈물 강을 보았다. 나에게도 유아기 적부터 자주 함께 하지 못하고 이별해야 했던 부모님의 부재가 늘 공허했다. 불안하고 외롭고 쓸쓸했었다. 주위에 어른들이 예뻐해 주고 잘 돌보아 주었지만, 엄마의 품에서 안전하고 포근하게 살고 싶었다. 부모의 그리움에 빈자리와 빈 가슴을 간직한 채 결혼을 했다. 곁에 가까이 있고 싶어서 부모님 집 가까이로 이사를 했다. 남편 근무 날이면 매번 엄마의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먹고 놀고 잠도 자며 엄마의 품에서 다시 안정감과 안식을 얻었다. 조그만 어려움이나 문제가 생기면 늘 물어보고 조언도 잔소리도 기꺼이 듣던 철없는 아이 같은 어른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딱이와 헤어져서 나로 온전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 후 엄마에게서 제대로 독립하였고 지금은 건강한 모녀 관계가 되었다. 서로 성품이 다른 모녀이지만 이해하고 인정하며 사는 지금은 온전한 똑,딱이가 되었다.
모든 것을 늘 함께하던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똑,딱이가 각자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한 뒤 다른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세계를 넓혀 주는 이야기는 따로 또 같이 행복하고 건전한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마음의 눈을 넓게 해준다. 인생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축복할 일이다. 부모 자식, 연인, 부부,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이어 가려면 어때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똑,딱이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존재일 것이다. 어떤 존재일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