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풀고 연 수입 1억 도전 중”
사례 1 ‘오징어와 친구들’ 박명수씨
“대기업 지점장, 색소폰 들고 회 팔다”
대전 둔산동 중부대학교 아트센터 맞은편에 있는 산 오징어 요리 실내포차 ‘오징어와 친구들’에서는 밤 8시가 되면 색소폰 선율이 흘러나온다. 곡명은 색소폰 연주곡으로 잘 알려진 <대니보이>. 손님들은 재즈클럽에라도 온 듯 잠시 대화를 멈추고 색소폰 소리에 젖어든다. 실내포차에서 색소폰 소리가 들리자 지나가던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신기한 듯 귀를 기울인다.
색소폰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 점포의 사장인 박명수씨(45). 원래 음악에 취미가 있었던 데다 학창시절과 회사입사 전 음악활동을 했던 박 사장은 수준급 색소폰 연주 실력을 갖고 있다. 매일 밤 8~10시 사이 손님에게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연주를 들려주거나 생일을 맞이한 손님을 위해 멋진 축하 연주를 해준다. 처음에 점포 문을 열고 홍보 목적으로 시작한 색소폰 연주가 지금은 자신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고객들에게는 재미를 주는 점포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기왕에 하는 장사인데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음식을 팔아 돈을 벌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소폰 연주도 실컷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박 사장의 점포는 문을 연 지 9개월 남짓하지만 독특한 점포 컨셉트 덕분에 벌써 동네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취미생활을 ‘나만의 점포 컨셉트’로 활용해 성공하고 있는것이다.
대형 식품유통 기업의 지점장 출신인 그는 17년간 몸담 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5월 창업했다. 더 늦기 전에 풍족한 노후를 위해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산 오징어 요리 전문점을 택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평소에 오징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창업 준비시기에 가장 오랜 시간을 두고 고심하는 것이 아이템 선정이지만, 박 사장의 경우 이점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오징어를 매우 좋아했던 터라, 창업을 하게 되면 꼭 오징어 요리 전문점을 하려고 생각해 왔어요. 오징어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고, 웰빙(참살이) 트렌드에도 잘 들어맞는 데다,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고 조리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대신 점포 입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창업 3~4개월 전부터 부인과 함께 발품을 팔며 입지를 알아보고 다녔다. 현재 가게 입지는 신도시 아파트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는 데다 인근에 시청과 백화점 등이 있어 유동인구도 많은 편이다. 평일에는 직장인 고객이 많으며, 주말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들로 붐벼 평일보다 장사가 더 잘된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남다르다. 대기업 지점장 출신답게 작은 점포에서도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손님이 들어오면 홀 직원뿐 아니라 주방에서도 큰 소리로 인사하며 맞이하고, 우선 따뜻하게 속을 채우시라고 시원하게 끓인 콩나물국이나 미역국을 서비스로 내놓는다. 손님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한 음식은 늦어도 3~4분 이내에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손쉽게 껍질을 벗겨주는 탈피기와 한 번에 많은 양의 오징어를 썰 수 있는 세절기 등을 갖춰 조리 속도를 높였다. 손님이 나갈 때는 밖에까지 나가서 인사한다. 손님이 들어와 나갈 때까지 한결같은 친절한 서비스가 가게의 모토라는 설명.
가게를 시작하면서 부부간의 정도 깊어졌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서로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또 아내가 주방을 책임지고 박 사장은 홀 서빙을 맡으면서 주방 인력 1명과 홀 아르바이트 1명 정도로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도 크게 절약된다.
창업비용은 59.4㎡규모의 점포를 여는데 점포비 포함해서 1억원 정도가 들었다. 반면 현재 일평균 100만~120만원선, 주말에는 140~150만원 정도까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달 순이익은 800~1000만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창업을 결심하기까지는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망설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한 지금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330㎡정도의 점포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때쯤이면 점포 가운데 공연무대도 하나 마련할 생각입니다.”
박 사장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작은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사례 2 ‘훌랄라치킨’ 조영환씨
“한 번 실패 뒤 시장조사만 6개월 했죠”
서울 남성역 인근에서 숯불바비큐치킨호프 전문점 ‘훌랄라’를 운영하고 있는 조영환씨(42). 그는 퇴직 직후 별다른 준비 없이 고깃집을 창업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급한 마음에 유명 프랜차이즈 간판만 믿고 서둘러 창업한 것이 패착이었다. 1년이 채 못돼 문을 닫은 조씨는 이후에는 달라졌다. 직접 자신이 6개월간 발로 뛰며 시장조사를 했다. 업종도 대중적이고 수요층이 넓은 숯불바비큐치킨호프 전문점을 선택해 재기한 것.
“막상 준비하려고 보니 수많은 외식 아이템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창업 박람회에도 참석하면서 하나씩 비교 분석했습니다.”
조씨가 치킨호프 전문점을 고른 까닭은 직장인과 가족 단위 고객을 모두 흡수할 수 있고, 서민적인 음식 특성상 불황에도 잘 견뎌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홀 판매와 더불어 배달 판매도 병행, 소점포에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사업 10개월 차인 그는 “트랜스 지방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높고 웰빙 트렌드가 대세인 만큼 프라이드치킨보다는 바비큐치킨이 길게 봐서 더 유망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조씨는 지난해 5월 창업비용 7000만원(점포비 제외)을 들여 59.4㎡규모의 점포를 열었다.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메뉴 개발에 나서 남녀노소를 단골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폈다. 이를 위해 어른들이 좋아하는 매운 맛의 참숯 핫 바비큐 외에 아이들도 좋아하는 달콤한 맛의 참숯 스위트 바비큐, 그리고 참숯 간장 바비큐, 참숯 치즈 바비큐 등을 선보였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 등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양념 족발, 쇠고기를 숙성시켜 만든 떡갈비 등 대체메뉴도 준비해뒀다.
특히 그는 “바비큐치킨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건 조리의 번거로움”이라며 “인건비를 절감하는 게 성공 포인트”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사실 바비큐치킨은 초벌구이와 두벌구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주방 인력이 필요하고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조씨는 본사에서 개발한 ‘매직 화이어’라는 바비큐 구이기기로 2명의 주방 인력으로 운영, 인건비 절감에 성공했다. 이 기기는 한 사람이 초벌구이 없이 12분 내에 최대 5마리까지 동시에 구워 낼 수 있어 7~8명이 해야 할 일을 2~3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본사 측 설명이다. 또 한 번만 굽기 때문에 육즙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도 장점.
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입지를 선택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라”고 조언한다. 조씨의 점포는 주택가 입지다. 따라서 가족 단위 고객이 절반 이상이다. 주중에는 치킨과 맥주를 찾는 직장인과 대학생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홀 판매가 많고 주말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 손님이다. 배달을 병행해 홀 판매와 배달 판매의 비중이 7대3 정도다.
현재 월 매출은 평균 1500만원, 월 순익은 평균 600만원 수준이다. 조씨는 “현재보다 훨씬 넓은 평수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례 3 ‘잉크가이’ 정종문씨
“무점포 핸디캡 딛고 대량 영업 뚫어 성공”
경기도 고양시에서 방문 잉크·토너 충전업 ‘잉크가이’를 운영하고 있는 정종문씨(51)도 사업 실패 경험이 있다. 그가 재기한 아이템은 무점포 사업. 점포 없이 시작한 핸디캡을 영업력으로 보강, 현재 월 평균 순익 600만원으로 투자 대비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음향기기를 제조하는 전자 회사에서 18년간 근무했던 그는 경험을 밑천 삼아 지난 1997년 음향기기부품 생산회사를 차렸다. 한동안 사업하는 재미도 봤지만 중국산 저가품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부도를 맞아 2002년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당시 지인을 통해 동종 업체 공장장으로 재취업했지만 그는 또 ‘내 사업’에 도전했다. 보수도 괜찮았고 자리도 높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 번 부도를 낸 입장이라 여윳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사업은 무점포로도 창업이 가능한 잉크가이였다. 이 사업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으면 휴대용 충전 장비를 가지고 가정이나 기업을 방문, 현장에서 직접 잉크 및 토너를 충전해주는 일이다. 맨손 창업이 가능해 투자비용이 적다는 점, 전자제품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씨에게는 적합한 아이템이었던 것.
두 번 실패할 수 없었던 정 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분명한 영업전략을 세우고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통 잉크 하나를 충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8000~1만원, 토너는 3만원이다. 일반 가정의 경우 잉크 하나를 충전하는데 그치지만, 기업체인 경우 잉크와 토너 등 보통 2~3가지 제품을 충전한다. 이를 간파한 정 사장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익혔던 영업력을 살려 기업체나 관공서 등 대량 거래처를 뚫고 다녔다.
일일이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충전 서비스의 장점과 비용 절감 효과 등에 대해 설명했다. 나아가 부품 비용이 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프린터나 복사기를 무상으로 수리해 주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쳤다. 영업이 쉽지 않았지만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이를 악물었다.
“부도 이후 아이들 교육비 대기도 힘들었습니다. 수 없이 문전박대도 받았지만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문이 열릴 때까지 찾아갔죠.”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면서 입소문이 나게 됐고, 기존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 주는 식으로 고객이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배가 고팠다. 대량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어느 정도 수입은 올랐지만 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충전 서비스를 하면서 사무용품이나 전산 소모품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고객층이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라 잉크나 토너를 충전할 때 컴퓨터 주변기기나 사무용 소모품을 함께 주문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컴퓨터 주변기기, 일반 사무용품, 전산 소모품 등을 취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전체 매출에서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명색이 사장이었던 사람이 점포도 없이 창업한다는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 선택에 200% 만족합니다. 창업 성공은 점포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지요.” 사업 실패로 재산의 대부분을 잃고 단돈 1250만원으로 창업한 정 사장은 현재 월 평균 1500만원의 매출과 평균 600만원 정도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40·50 퇴직자 창업 십계명
1. 안정성에 중점 두고 업종 골라라.
자신이 선호하는 업종에 치우치지 말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검증된 업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2.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
초보자인 만큼 충분한 사전준비를 한 후 시작하는 것도 성공 포인트다.
퇴직하자마자 쫓기듯 창업부터 하고 보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3. 체험을 통해 경험을 쌓고 시작하라.
퇴직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점포 운영 경험이다. 창업인턴제 등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준비한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자신의 경력을 살려서 운영하라.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식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선진국의 경우 퇴직자의 70% 이상이 원래 일했던 직종과
연관 있는 쪽으로 창업한다는 통계가 있다.
5. 체면치레 버리고 서비스 정신을 키워라
직장생활에서의 지위를 생각하고 형식과 체면에 얽매이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 창업 시장의 현실이다.
6. 창업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버려라.
창업은 직장 생활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편안하게 돈 많이 벌
수 있는 업종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7. 튼튼한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 본사를 골라라.
경험이 부족한 초보 창업자는 독립창업보다는 프랜차이즈에 가맹해
창업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8. 부동산이나 본사 말만 믿고 점포 입지를 결정하지 말라.
직접 발품을 팔아 알아보는 것이 확실하다.
9. 퇴직금을 창업자금에 올인하지 말라.
최소 3개월 치 운영자금은 남겨놔야 한다.
10.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본사에 모든 것을 의존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로 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