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으로 물든 마곡사 숲길
길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생각을 바꾼다고 했던가.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봄바람 따라 길 나서기 좋은 계절이다. 신록이 푸르러지는 4월, 공주 마곡사를 찾아 사색의 숲길을 걸어본다. 언제 찾아도 늘 여백을 품고 있는 절집 여행이지만 연둣빛 손사래를 치는 신록은 푸른 꿈을 품게 한다. 숲 터널이 펼쳐진 길을 걸으면 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신선한 기운이 상쾌한 긴장감을 선물한다. 신록으로 물든 숲을 걷는 시간은 화려한 꽃구경에선 느낄 수 없는 봄의 설렘을 간직하고 있다.
- 1 충남 공주 마곡사 인근에 있는 솔바람길. 태화산 능선에 자리한 마곡사 주변을 도는 코스로, 천연 송림욕을 즐기면서 불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계곡 속에 자리한 마곡사
충남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타고 정안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마곡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 포장도로를 따라 절집을 향하다 보면 어김없이 사하촌(寺下村)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제법 키가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숲터널을 이루며 청정 지역의 속내를 조금씩 열어 보인다.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넓은 마당과 함께 기와지붕을 맞대고 있는 절집이 나타난다.
마곡사는 태화천을 끼고 자리한 아담한 고찰이다. 주차장에서 산길을 따라 절까지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절의 느낌도 포근하고 편안하다. 마곡사까지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고, 계곡을 따라 이어져 운치 있다. 마곡사는 소나무 숲과 태화천을 거느리고 있다.
마곡사는 산중이 아니라 계곡에 있다는 말이 맞을 만큼 계곡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곡사를 끼고 도는 계곡을 태화천이라 부른다. 마곡사 앞에서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나가는 물길 양쪽으로 절집이 있다. 한쪽은 기도와 수행 공간으로 소담하고, 다른 한쪽은 기도 도량으로 웅장한 모습이다.
매표소를 지나 한참 계곡을 올라가야 해탈문과 천왕문에 닿는다. 이곳의 해탈문은 계곡 옆 주차장에 홀로 서있다. 멀리 대웅전이 보이고 그 앞으로 작은 부도밭과 단풍나무가 있다.
해탈교 왼쪽 소담스러운 담장 너머로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데 영산전과 홍성루, 매회당, 수선사 등의 선방(禪房)이다. 그중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영산전. 마곡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배흘림의 주심포 건물로 고색창연한 나무결과 낡은 단청이 인상적인 단아한 전각이다. 영산전을 둘러보고 천왕문을 통과하면 계곡 위에 극락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광보전이 나온다. 대웅보전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절집 풍경은 은은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 2 마곡사 백련암. 3 마곡사 경내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고무신. 4 태화천 극락교. 5 천년 고찰 마곡사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찰을 둘러보고 있다.
◇솔 향기 은은한 솔바람길
마곡사 '솔바람길'은 태화산 능선의 마곡사 주변에 있는 송림욕장으로 이어진다. 총 3㎞의 이 길은 백련암과 활인봉(423m)을 거쳐서 나발봉(417m)에서 전통불교문화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중간에 조선 세조가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라며 감탄했던 군왕대도 있다. 전체적으로 마곡사 둘레를 돌아 다시 마곡사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등산이라기보다 산책과 명상의 길이다. 초반부의 오르막과 백련암 주변 경사만 올라가면 능선이 이어진다. 적송숲을 지나면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가는 곳마다 소나무 오솔길이 이어져서 '솔잎융단길'이라고도 한다. 나발봉을 내려오는 하산길도 청솔이 길 안내를 한다.
◇김구 선생이 은신처로 삼은 '십승지'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9년인 640년 자장 율사가 창건한 이래 충청도의 대표적 사찰로 이름을 떨쳤다. 마곡사는 '택리지'나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십승지는 인적이 드문 오지로, 피난지를 가리킨다. 그만큼 마곡사가 품고 있는 계곡과 산이 절집을 잘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한때 김구 선생이 은신했던 곳이다.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일본군 특무장교를 처단하고 마곡사 백련암에서 3년 동안 스님 생활을 했다. 백련암은 마곡사에서 2㎞ 남짓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마곡사를 품고 있는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고 요사채 옆에는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땅속에서 솟아나오는 약수가 유명하다. 절집은 웅장하지 않지만 마음을 다독이고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광복이 되자 김구 선생은 마곡사를 다시 찾아 마당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보물 찾기 하듯 향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좋고, 솔길을 따라 천천히 신록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
여행정보
충남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정안IC로 나와 604번 지방도로를 따라 18㎞ 가면 마곡사 입구.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마곡사 입구 식당촌에 주차를 하고 10분쯤 계곡 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곡사.
마곡사 입구의 사하촌과 장승공원 옆에 향토 음식점들이 많다. 태화산에서 나는 버섯 요리와 산채 요리가 유명하다. 차령산맥(041-841-2507)은 산채 요리로 소문이 난 맛집. 태화산과 공주 청정 지역에서 채취한 버섯과 산나물, 더덕 등 밑반찬이 20여 가지 정도 나오는 산채정식이 인기 메뉴. 산채정식 1만원, 산골밥상 8000원.
마곡사 입구에 깨끗한 모텔과 민박집이 몰려 있다. 마곡산장(041-841-5414)은 마곡사 매표소 입구에 있어 찾기 쉽고 최근 리모델링해 깨끗하다. 마곡사 템플스테이(041-841-6221)를 예약하면 1박2일 동안 불교 체험을 할 수 있다.
4월의 신록 만나기 좋은 사찰 3곳
부안 내소사
아름다운 절집, 걷기 좋은 명상 산책길
전북 부안군 내소사 매표소부터 일주문을 지나 경내까지 이어지는 조붓한 전나무숲길은 사찰 진입로 중 최고로 꼽히는 산책 코스이다. 이 길은 사계절 푸름을 자랑해 계절마다 안겨주는 맛이 다르다. 전나무 숲을 막 벗어나면 천왕문이 보인다. 내소사에서 청련암까지 산책하며 걷는 길은 아담하고 예쁜 데다 명상의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내소사에서 출발해 내변산의 보석인 직소폭포까지 등산하는 것도 좋다. 다소 험하지만 변산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도 만나고 울창한 원시림 같은 계곡 길을 트레킹하는 기분도 일품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부안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영전 삼거리→좌회전하면 곰소→석포 삼거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내소사 입구 주차장. (063)583-7281
여주 신륵사
신록이 강물에 떠 있는 풍경
풍광이 수려한 남한강변에는 주말마다 가족 여행객이 몰린다. 이들의 화사한 웃음은 신록이 피어오르는 듯 곱다. 산 능선이 파도처럼 물결 치다 신륵사 은행나무에 엉겨 붙고, 남한강에는 금빛 햇살이 물 위에 미끄러지며 일렁이고, 새롭게 등장한 황포돛배는 유유히 흘러간다. 이포나루를 오가는 황포돛단배는 봄날의 느린 가락을 실은 채 강심에 갇혀버린 역사를 추억하게 한다. 여러 전각과 탑, 그리고 강변의 수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잘 꾸며진 작은 공원 같은 느낌이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여주 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양평, 문막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계속 직진하면 여주대교→여주일성콘도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신륵사 입구. (031)885-2505
김천 직지사
황악산 백두대간의 신록 품은 동국제일가람
김천 직지사는 '동국제일가람'으로 손꼽힐 정도로 큰 사찰이다. 직지사 사찰 경내는 3만여 평에 이를 정도로 넓다. 여기에 울창한 노송, 깊은 계곡의 맑은 물이 황악산과 어우러진다. 백두대간이 추풍령을 지나면서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형국인 산이 바로 황악산이다. 직지사를 품고 있는 황악산은 김천시 대항면과 충북 영동군 매곡면 경계에 있다. 산림이 울창하고, 산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에는 곳곳에 폭포와 소(沼)가 어우러진다.
경부고속도로 김천IC→500m 정도의 사거리 거리에서 다시 우회전→대항면 농협이 있는 곳에서 좌회전하면 903번 지방도로를 따라 4㎞ 정도 달리면 직지사 주차장. (054)436-6174
첫댓글 솔 향기 가득하여 가볼만 하더라구요~
아주 좋아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