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머물러 있는 행이 깊음을 생각하고,
보살의 증득한 법이 깊음을 생각하고, 보살의 들어간 곳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미세한 지혜가 깊음을 생각하고, 세간의 생각을 의지하여 있음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짓는 행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마음 흐름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그림자 같음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이름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말이 깊음을 생각하고, 장엄한 법계가 깊음을 생각하고,
가지가지 업과 행이 깊음을 생각하고,
업으로 장식한 세간이 깊음을 생각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갔다.
세 눈이 나라[三眼國]에 이르러서는 도성과 마을과 골목과
저자와 내와 평원과 산골짜기 등에서 두루 다니며
선견(善見) 비구를 찾다가 숲 속에서 거닐며 갔다 왔다 함을 보았다.
한창 나이에 용모가 아름답고 단정하여 보기에 반가우며,
검푸른 머리카락이 오른쪽으로 돌아 어지럽지 아니하고,
정수리에는 살 상투[肉髻]가 있고, 피부가 금빛이요, 목에는 세 줄 무늬가 있고,
이마는 넓고 번듯하며, 눈은 길고도 넓어 청련화 같고,
입술은 붉고 깨끗하여 빈바(頻婆) 나무 열매 같으며,
가슴에는 만(卍)자가 있고, 일곱 군데가 평평하며,
팔은 가늘고도 길고 손가락에는 그물 막이 있으며,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금강 같은 바퀴 금이 있고,
몸은 유난히 아름다워 정거천인(淨居天人) 같고,
위와 아래가 곧고 단정하여 니구타(尼拘陀) 나무 같으며,
거룩한 모습과 잘생긴 모양이 모두 원만하여 설산과 같아 가지가지로 꾸몄고,
눈은 깜짝이지 않고 둥근 광명이 한 길이었다.
지혜는 넓어 큰 바다와 같아 여러 경계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잠기듯 일어나는 듯, 지혜도 같고 지혜 아님도 같으며,
움직임과 희롱거리 언론이 모두 쉬었고, 부처님이 행하던 평등한 경계를 얻었으며,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잠깐도 버리지 않으며,
일체 중생을 이익하기 위하며, 여래의 법눈을 열어 보이기 위하며,
여래의 행하던 길을 밟기 위하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자세히 살피며 지나가는 것이다.
한량없는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제석·범천왕·사천왕·사람·사람 아닌 이들이 앞뒤에 호위하였고,
방위 맡은 신이 방위를 따라 돌아다니면서 앞을 인도하며,
발로 다니는 신은 보배 연꽃을 들고 발을 받들고,
그지없는 광명 신장은 빛을 내어 어둠을 깨뜨리며,
염부제 숲 맡은 이는 여러 가지 꽃을 내리고,
부동장(不動藏) 땅 맡은 신은 보배광[寶藏]을 나타내며,
두루 빛난 허공 맡은 신은 허공을 장엄하고,
성취덕(成就德) 바다 맡은 신은 마니보배를 비내리며,
때 없는 광 수미산신은 엎드려 예배하고 허리 굽혀 합장하며,
걸림없는 힘 바람 맡은 신은 묘한 향과 꽃을 내리고,
춘화(春和) 밤 맡은 신은 몸을 장엄하고 온몸을 땅에 엎드리며,
항상 깨달은 낮 맡은 신은 여러 방위를 두루 비추는 당기를 들고 허공에 있으면서
큰 광명을 놓았다.
이 때 선재동자는 비구에게 나아가
엎드려 발에 절하고 허리 굽혀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보살의 행을 구하옵니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보살의 도를 잘 열어 보이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견 비구는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나이도 젊었고 출가한 지도 오래되지 않거니와,
이승에서 38항하의 모래 수 부처님 처소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았으니,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하루 낮·하룻밤 동안 범행을 닦았고,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7일 7야 동안 범행을 닦았으며,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반달·한 달·일 년·백 년·만 년·억 년·나유타 년·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해·한 소겁(小劫)·반 대겁·한 대겁·백 대겁·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대겁을 지냈노라.
그동안에 묘한 법을 듣고 그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며
모든 서원을 장엄하고 증득할 곳에 들어가 모든 행을 닦아서 육바라밀을 만족하였으며,
또 그 부처님들이 성도하고 법을 말하심이 각각 차별하여 어지럽지 아니하며,
남기신 교(敎)를 호지하여 열반하는 데까지 이름을 보았으며,
또 저 부처님이 본래 세운 서원과 삼매의 원력으로 모든 부처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일체행삼매(一切行三昧)에 들어간 힘으로 모든 보살의 행을 깨끗이 닦으며,
보현의 법으로 뛰어나는 힘으로써 여러 부처의 바라밀을 청정히 하심을 알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내가 거닐 적에
잠깐 동안에 모든 시방이 다 앞에 나타났으니 지혜가 청정한 연고며,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가 앞에 나타났으니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경과한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의 세계가 깨끗이 장엄하였으니
큰 서원을 성취한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의 차별한 행이 앞에 나타났으니,
십력의 지혜를 만족한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들의 청정한 몸이 앞에 나타났으니
보현의 행과 원을 성취한 연고니라.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께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니
부드러운 마음으로 여래께 공양하려는 서원을 성취한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여래의 법을 받나니,
아승기의 차별한 법을 증득하여 법륜을 유지하는 다라니의 힘을 얻은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보살의 수행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행을 깨끗이 하여 인다라 그물과 같은 서원의 힘을 얻은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삼매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한 삼매문으로 모든 삼매문에 들어가서 서원의 힘을 청정케 하는 연고니라.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여러 근성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근성의 짬을 알고 한 근성에서 여러 근성을 보는 서원의 힘을 얻은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시간이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시간에 법륜을 굴리는데 중생계는 다하여도 법륜은 다함이 없는 원력을 얻은 연고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삼세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세계에서 모든 삼세의 나뉘는 지위를 분명히 아는 지혜 광명과 원력을 얻은 연고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따라 주는 등불의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금강등(金剛燈)과 같아서 여래의 가문에 진정하게 태어나서
죽지 않는 목숨을 성취하면 지혜의 등불을 항상 켜서 꺼질 적이 없으며,
몸이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고, 눈어리 같은 육신을 나타냄이
마치 인연으로 생기는 법이 한량없이 차별한 것 같거든,
중생의 마음을 따라 제각기 형상과 모습을 나타내어 세상에 짝할 이 없으며,
독한 칼이나 화재로도 해할 수 없음이 금강산과 같아서 파괴할 수 없으며,
모든 마와 외도를 항복 받고,
몸이 훌륭하기는 황금산과 같아서 인간 천상에 가장 제일이며,
소문이 멀리 퍼져서 듣지 못한 이가 없고, 세간을 보되 눈앞에 대한 듯하며,
깊은 법장을 연설함이 바다가 다하지 않는 것 같고, 큰 광명을 놓아 시방에 두루 비치니,
만일 보는 이가 있으면 모든 장애의 산을 헐고
모든 착하지 못한 근본을 뽑아 버리고 광대한 선근을 심으리니,
이런 사람은 보기도 어렵고 세상에 나기도 어렵거늘,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소문난 나라요,
물가에 한 동자가 있으니 이름은 자재주(自在主)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용맹하고 청정한 행을 끝마치려 하고,
보살의 큰 힘과 광명을 얻으려 하며,
보살의 이길 이 없고 다함이 없는 공덕의 행을 닦으려 하고,
보살의 견고한 큰 원을 만족하려 하며, 보살의 넓고 크고 깊은 마음을 이루려 하고,
보살의 한량없이 훌륭한 행을 가지려 하며,
보살의 법에 만족한 생각이 없고 모든 보살의 공덕에 들어가려 하며,
모든 중생을 거두어 제어하려 하고, 죽살이의 숲과 벌판에서 초월하려 하며,
선지식을 항상 뵈옵고 듣잡고 섬기고 공양하는 데 게으른 생각이 없어서,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