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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숨>의 여주인공 미소, 다시는 못 볼 수도 |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인 박지원씨... 수술 후 막막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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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숨>의 여주인공 박지원(29)씨가 쓰러졌다.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인이면서도 영화 속 곳곳을 해맑게 뛰어다니던 그녀의 미소를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밝고 명랑한 성격의 박씨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한일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던 지난 2008년, 독립영화 <숨>의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전북 김제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 시설에 맡겨진 수희(박지원 분)는 같이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민수와 사랑하는 사이로, 시설에서 성폭력과 노동력 착취를 당하다가 민수의 아이를 가지면서 인생의 큰 굴곡을 맞게 되는 사연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박씨는 중증장애인 수희의 감정을 숨소리만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있어 숨소리는 곧 말소리였던 것이다. 밥을 먹고 노동을 하며 남자와 사랑을 나눌 때 그녀의 숨소리는 장애인이 아닌 여자로서의 희망과 고통, 욕망을 대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면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숨'에 대한 관심도 고조돼 극장 개봉으로까지 이어졌다. 개봉 전에도 로테르담영화제를 시작으로 배급을 맡은 전주국제영화제, 바르셀로나아시아영화제, 후쿠오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으며 브뤼셀유럽영화제 황금시대상, 시네마디지털서울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모았던 화제작이었다.
2주 입원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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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주인공 박씨가 쓰러진 건 지난해 여름. 어머니 정영숙(56)씨는 "날이 더워질 때부터 거의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아 걱정을 했지만, 가정을 꾸리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크게 신경쓰지 못했는데 갈수록 심해져 병원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병원에서는 계속 방치하면 평생을 누워서 생활할 수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유했고, 결국 지난달 말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박씨가 입원해 있는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뇌병변장애로 자세가 좋지 않다보니 목 부근의 경추 협착으로 뼈와 뼈 사이 신경이 눌려 통증을 호소했고, 그 상태로 놔두면 상황이 계속 악화될 수 있어 수술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씨는 수술 후 삼킴장애로 인해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몸 상태는 악화되고,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박씨가 받은 수술은 완치를 위한 것이 아닌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병의 진행을 막는 수술이어서, 회복된다 해도 예전같은 모습을 기대하긴 힘들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술비다. 박씨의 보호자인 어머니 정씨는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봉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정씨에게 2주 입원에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회복이 더뎌 입원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대책을 세울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정씨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 되지 않겠느냐" 말하지만, 막막한 현실은 그녀의 눈물이 대변해주고 있었다.
같은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인이면서도 박씨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뛰고 있는 중증장애인지역생활지원센터의 김규정(33)씨는 "조금씩 상태가 악화되는 병의 특성상 당시 영화를 찍으면서 혼신을 다하다보니 몸이 더 나빠졌을 수도 있다"며 "뜻이 있는 분들이라면 박지원씨의 회복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