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토)~27일(일), 1박 2일 일정으로 여주 은모래 유원지로 오토캠핑 다녀 왔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꽤나 열심히 캠핑한다고 싸돌아 다녔지만,
이번 캠핑은 정신적으로는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요, 육체적으로는 체력고갈의 연속이었던
캠핑이었습니다.
1) 집시들의 습격 사건
이번 캠핑은 "전국대회"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이벤트가 참 많았습니다.
기념품으로 티셔츠도 주고, 바베큐 강습도 있었고, 가족별 요리경연대회, 아이들을 위한 보물찾기
행사도 있었고, 7080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공연 등도 있었지요.
저는 원래 이벤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혼자 텐트에서 조용히 앉아 불장난 하면서 노는 걸
즐기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자리 잡은 장소가 하필 노래공연 장소 바로 앞이었습니다.
사이트구축을 끝내고 슬슬 저녁이나 먹어 볼까..하면서 화로대에 불피워 놓고 준비해 간 목살,
세송이 버섯 등등 구워 먹으면서 밥이랑, 어묵탕을 끓이고 있을 때.....
갑자기 진행요원 한 분이 다급히 달려 오시더니 "라면 2개만 끓여 줄 수 있어요?" 합니다.
라면은 있었으나 라면을 끓일 냄비가 없었습니다.
"왜 그러세요?" 하니까... 7080 공연팀이 저녁을 못먹어서 그렇다고 하시네요.
바쁘게 뛰어다니시는 운영진 분을 도와 드려야겠다는 강한 정의감(평소에는 전혀 없는 정의감)이
갑자기 불끈 솟아났습니다!!!
그래서 밥이랑 어묵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그러면 그거라도 달라고 하십니다.
잠시 후....라면 2개..라고 해서 당연히 2명인줄로만 알았던 공연팀은 아이들 포함 약 10명 정도로
퉁퉁 뿔어서 저의 텐트를 습격했습니다.
구워놓은 고기와 버섯이 먼저 사라지고 밥과 어묵탕, 김치, 생수, 종이컵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몇주 전부터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힘들게 모아서 가지고 온 장작도 모두 재로 변해 갔고,
저와 같이 캠핑 다니는 둥글이님이 저녁에 다른 텐트 놀러갈 때 접대용으로 쓰겠다고 챙겨둔
소주도 사라졌습니다.
둥글이님과 저는 의자를 내어 주고 앉을 곳이 없어서 텐트안에 펼쳐 둔 야전 침대 위에 앉아
그들의 습격이 언제쯤 끝나나, 공연은 언제쯤 시작하나... 목빼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나긴 그들의 식사가 끝나갈 때쯤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그 분들 중 몇 사람만 무대로 올라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 우리의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우리의 장작으로 즐겁게 캠핑을 즐기시더군요.
흘러나오는 노래에 박수도 치시면서, 친구들 얘기며 이웃집 얘기를 소재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시면서....ㅠㅠ
그렇게 약 1시간 반이 지나고, 쫄쫄 굶은 채 아사 직전이 된 둥글이님과 저는 9시 다 되어 공연이
끝나고서야 우리의 화로대, 의자, 장작 등등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산같이
쌓인 설거지도 함께...
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눈물을 머금으면서 다시 밥을 했습니다.
(나중에 그 분들이 생수 1병과 사발면 2개를 사다 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집시들의 습격사건이었습니다.
<몇점 먹지도 못한 목살과 버섯....아흑...>
<어묵탕.....사진 찍자 마자 집시들의 입으로....ㅠㅠ>
<둥글이님과 내가 열심히 모아서 말려서 가져온 아까운 장작들......ㅠㅠ>
2) 일기예보, 아니 일기오보 사건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도대체 일기예보가 맞는 경우가 없습니다.
지난주 일기 예보에서는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오다가 오후부터 날이 개이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날씨가 화창하다고 했었지요.
토요일날 집시들의 습격을 받고 겨우 저녁을 때운 후, 둥글이님과 저는 내일은 화창한 하늘 아래
맘껏 캠핑을 즐겨보자..하면서 아이스박스 구석에서 찾아낸 복분자주를 한잔씩 하고 야전 침대 위에
몸을 눕혔습니다.
다음날 아침,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 세수를 하고 몇개 안남은 장작이나마 불을 피워서 놀아 보려고 하는데,
하늘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아무리 봐도 소나기 같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아침은 먹어야 하겠기에 아침밥을 하고, 어제 습격 때 조금 남겨진 목살과 김치로 대충 김치찌개
끓여 먹었는데, 아침 설거지를 하고 나니 빗방울이 꽤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둥글이님…. 안되겠다고 하면서 짐을 정리 하기 시작하시고…
다른 캠핑장과 달리 은모래 유원지는 주차장 따로 야영장 따로인 곳이라 카트나 리어카를 이용해서
짐을 날라야 하는 상황.
갈수록 굵어져 가는 빗방울을 맞으며 6.25피난민처럼 짐을 싸서 어깨에 매고, 카트에 싣고 주차장과
야영장을 왕복하기를 몇차례...
마지막 타프와 화로대까지 정리해서 옮기고 나서 차에 앉으니 그 때부터 온 몸이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지요. 체력 좋은 둥글이님은 덥다고 반팔 입고 있었지만, 저는 조수석 의자에 열선 넣고
히터까지 켜고는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일기오보 사건입니다.
<리빙쉘 안... 둥글이님과 내가 앉아 있던 야전침대가 보입니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키친테이블.... 제대로 써먹어 보지도 못함...ㅠㅠ>
<리빙쉘과 타프.. 밤..>
3) 선녀와 나뭇꾼 사건
사실 저희는 이번 주말 호상사 주관 캠핑에 참가합니다.
아마도 7월까지는 최소 한달에 한번씩 캠핑을 가게 될 것 같고, 그래서 저와 둥글이님은 늘
"나무가 고픕니다".
얼마 전에 회사 출근하면서 보니 조경 담당 아저씨들이 나무의 가지치기를 열심히 하고 계셔서
옳다구나....관리담당자에게 저 나무를 얻어갈 수 없겠느냐..했더니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하셨지요.
그 사실을 둥글이님에게 얘기했더니 둥글이님은 얼마전에 사두었던 엔진톱을 드디어 쓸 수 있게
되었다면서 신이 났습니다.
여주에서 비 맞으면서 피난짐 옮기느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저를 조수석에 앉혀 놓고,
둥글이님은 신이 나서 차를 우리 회사로 몰고 가더군요.
회사 입구 야적장 도착...
둥글이님은 열심히 장비를 챙기더니 저의 몸 상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엔진톱 돌릴 생각에 싱글벙글
하면서 "자기는 그냥 차에 있어...있다가 잠깐 나와서 그냥 사진만 몇장 찍어줘"라고 하고는 휘리릭
가버리더군요.
잠시 후 부릉부릉 엔진톱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고, 나무 자르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에궁... 사진 좀 찍어 줘야지...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카메라 들고 나가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둥글이님은 전생에 나뭇꾼이었나 봅니다.
저는 당연히 선녀였겠죠? (푸하하하하.. 내가 말해 놓고도 웃깁니다)
나무를 다 자르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차로 옮겨 싣는 둥글이님.
선녀된 입장에서 또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더군요. 마르지 않은 묵직한 나무를 낑낑대면서
날라 차 지붕에 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는 온몸이 장작으로 얻어 맞은 듯 욱신 거렸습니다~~ㅠㅠ
게다가... 날씨는 왜 이리 화창하게 개이는지....에이.. 좀만 기다렸다가 텐트 접을 걸...ㅠㅠ
여기까지가 선녀와 나뭇꾼 사건이었습니다.
<엔진톱과 나뭇꾼의 발...1>
<엔진톱과 나뭇꾼의 발...2>
<야적장의 나무들...참나무 소나무 벚나무 등>
첫댓글 벚나무 훈연재로 좋습니다 챙겨놓으세요 톱밥으로 쓰셔도 되고 송판으로 만들어서 잘 말리신뒤 몇장씩 캠장 가져가셔서 물에 하루정도 불린뒤 불위에 올려놓으시고 직화로 구워드시면 벚나무 향이 훈연된다고 하더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챙겨놨다가 한번 써먹어 보겠습니다~^^
참나무.벚나무 판재 크기는 대략 길이30cm.폭15cm.두께1cm정도로 만들어 사용 하시면 가장 좋습니다..이 판재들은 1차 사용후 2차.3차까지 사용하실수가 있습니다..물론 사용후 깨끗하게 물로 싯어서 세척시 퐁퐁등 주방 세제를 금지 합니다.밀가루를 사용 하세요)그늘에 바람이 잘 부는곳에 말려두었다가 다시 사용하셔도 됩니다...
야적장 가서 쓸만한 놈이 있는지 다시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계속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폐기 처분 한다고 하니 서둘러야겠네요~^^
에구구 고생 많으셨네요. 화창한 봄날 다 가기전에 한번 뵈야하는데 어째 쉽지가 않네요. 키친테이블 저도 지르고 싶은거 꾹 참았는데 지금 보니 또 아쉽기만....
아.. 품절되었나요? 아깝네요.. 괜찮은 물건이던데...하나 더 사둘걸 그랬습니다.ㅋㅋㅋ
닐니리님 그냥 질러버려 아쉬워 말고...
네.. 아직 물건 남아 있다면 그냥 질러 버리십시오~ 저는 상봉동 갔다가 아직 물건 안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일산으로 달려서 일산에서 샀었습니다. 그 다음주에 가보니 상봉동에도 들어왔더군요~^^
흐흐흐흐흐... 키친 테이블 너무 좋은것 같아요... 그거 사려고 일산 가는동안 구박 많이 당했습니다...
집시들의 습격사건을벌인 진행요원이 저입니다...죄송합니다......두분만 라면두개 부탁듣고 부탁드린게 너무큰 피해를 드렸네요..거듭 죄송합니다...다음기회에은혜단단히 갑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재미삼아서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어차피 다양한 인연과 다양한 경험을 만들려고 캠핑다니는 것인데요, 뭘~ㅋㅋㅋ 사실 저희가 워낙 재료를 딱 맞게 간소하게 준비해 가는 스타일이라서 (쓰레기 제로에 도전) 드릴 것은 없고 사람은 많고....왠지 손님 불러놓고 아무것도 못내놓는...그게 참 민망스러워서리..^^;;
이번주말 설악산에서 뵙겠습니다.
넵~멋진 곳에서 뵙게 되겠네요~^^
설악동에서 뵈요... ㅋㅋㅋㅋㅋ
비맞고 즐거우시느라 고생하셨군요 장작 쓰고 남겨놓으세요 담에 얻어쓰게 아님 집에다 쟁여 놓으면 가지러 갈게요 둥글이님한테 장작좀 챙겨 놓으라고 전해주세요
다행히 저희 집 1층이 주차장이고 2층부터 주택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차곡차곡 주차장 구석에 쌓아 놓고 말리고 있는데요, 둥글이님은 그 나무만 보면 밥 안먹어도 배부르답니다. ㅎㅎㅎㅎ 폐기처리 하기 전에 몇번 더 왔다 갔다 하면서 실어 날라야 하는데...ㅋㅋ
장작이요? ㅋㅋㅋㅋㅋ 아직 수량이 부족한 관계로 많이 가지고 오면 좀 챙겨 놓겠습니다... ㅁㅁㅁㅁ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