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알프스라고 영주산의 별칭입니다. 아마도 사운드오브뮤직 영화에 나왔던 오스트리아 쪽 알프스산의 전경과 많이 닮아있기는 합니다. 너른 둔덕과 둔덕을 따라 펼쳐진 풀밭, 소를 방목해서 키운다고는 하는데 소는 없었지만 소똥 자욱은 꽤 많았습니다. 영주산은 휴지기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산책로는 상시개방되어 아이들과 산책하기 딱 좋았습니다. 오를수록 사방이 다 보이는 훤한 풍경도 큰 선물입니다.
좀더 돌고싶었지만 입산통제라 하니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와서 주변돌아보기를 해보았습니다. 그저께 모지악 오름찾다가 운전하며 산 속 헤매보기에 맛이 들어 영주산주변 고지대 산길을 따라 달려보았습니다. 가끔 고사리꺾는 사람들의 차량이 보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한적 그 자체, 제주도에는 자연과 인공의 관광지가 워낙 많아 우리가 찾아다니는 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중간중간 풍경좋은 곳에 차를 세워 태균이더러 내려서 모델해 달라고 하니 말도 잘 듣습니다. 멋진 배경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한없이 시간을 보내도 좋은 풍광들입니다.
제가 그 동안 제주도에 수없이 왔지만 이름난 몇군데 들러보기 바빴기에 제주도의 숨겨진 자연들은 가까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한달살이는 제주도라는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지역의 10%쯤 진실된 발견이라고나 할까요?
17년도 더 된 일이지만 과거 업무때문에 자주 갔었던 뉴질랜드가 많이 생각납니다. 물론 뉴질랜드의 자연은 더 깊고 더 원시적이며 다채롭기는 합니다만 뉴질랜드 상징이 고사리인 만큼 유사점이 많습니다. 뉴질랜드에는 Sanctuary라고 해서 자연보호지역을 지정해놓고 원시상태의 숲을 보존하면서도 탐방객에게 공개하기도 합니다.
서구인들의 유명자연지 개발원칙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개발이나 훼손은 최소화하는 게 그들의 원칙이라 수 많은 도시에서의 모습도 자연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긴 합니다. 뉴질랜드는 더 심하죠.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뉴질랜드가 너무 좋아서 태균이도 뉴질랜드에서 6개월 정도 유학(?)을 했었습니다.
이번 제주도오름 탐방을 하면서 자연경관을 해치지않는 편의시설 개발은 결코 나쁘지않다고 많이 생각듭니다. 제주도는 그런 면에서 잘 되어있는 곳들이 꽤 있습니다. 제주도의 자연이 오래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 가득하지만... 거대한 헬스단지 조성공사가 아마도 코로나시국으로 중국자본이 중단되면서 방치되어 흉물단지로 남아있는 것처럼 경제적 이득을 위한 개발과 자연훼손은 이 시대에 불가분의 논리이기도 합니다.
토요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습기머금은 후텁지근 기운이 바다로 가도 될 것 같아 표선해수욕장에 갔습니다. 표선해수욕장 주차장은 바다를 볼 수 없는 장소이고 찻길을 건너 야영지를 지나가 해변이 시작됩니다. 요즘 말귀를 많이 알아듣는 완이는 괜찮은데 원치않는 곳에 차를 세웠다 생각드는 리틀준이는 한바탕 소리를 질러댔죠.
억지로 끌고 찻길을 지나 야영지를 넘어 너른 모래사장에 들어서니 차츰 흥분모드로 전환, 바다물을 보니 두 놈의 환장파티가 시작됩니다. 리틀준이는 정말 물치료가 필요하고 물놀이가 가져다주는 치료효과는 어떤 것보다 뛰어날 듯 합니다. 지면에서는 둔하고 느리며 뒤뚱거림도 심한데 물에서는 더욱 유연하고 빠르고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끝내기 때의 전쟁과 같은 상황! 이미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완이와 달리 끝낼 생각이 전혀 없는 녀석을 억지로 끌고오자니... 주차장까지 그 길이 험지 그 자체입니다. 결국 야영지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요지부동 버티는 녀석을 잠시두고 완이부터 차에 넣고 왔는데, 돌아와보니 벌써 물 속 저만큼 뛰어가고 있습니다. 녀석의 물까지 갈 수 있는 시간계산은 제 예상치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마치 그리스신화 오딧세이에 나오는 바다마녀의 피리소리처럼 그저 혼을 내놓고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그 형상입니다. 족히 40kg은 넘어갈 녀석을 끌고나오는 것은 해변가에 있던 사람들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집에 와서 샤워를 시키고 보니 이마에 찧은 자국도 있는데 혼자 바다까지 가다가 생긴건지 저랑 실갱이하며 끌려나오다 생긴 건지 아리송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울어대는 녀석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 잠시 전이지만 과거기억에서 우는 것이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정말 현재만 있는 녀석이기에 과거의 일을 바탕으로 현재를 슬퍼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죠.
저녁 먹고 9시도 안되어 저 포함 모든 떡신실, 낮시간 대의 활발함이 저녁 때의 건강을 책임지는 듯 합니다. 꼬마 동생들 신나게 노는 그 긴 시간... 멀찌감치에서 내내 지켜보며 끝나기를 기다려 준 태균이, 엄마를 지켜보는 건지 동생들을 지켜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늘 함께 시간을 해주니 기특할 뿐입니다.
첫댓글 리틀 준이의 울음 소리가 얼마나 우렁찰지 사진 보니 감이 잡힙니다. 태균씨 입장에서는 지루한 순간들 인내하는 순간들도 많지만, 동생들과 케어하시는 엄마 모습 보며 느낌이 많아지며 발전할 것 같습니다. 매일의 중노동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