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시간에 놀라고 꼴찌인거 확인하고 놀라고, 열심히 챙겨주려는 친절한 말레이지아 자봉하시는 분들에게 놀라고..
이왕 늦은거 깔끔하게 싸이클 복장 갖추고 나갔다.
바꿈터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출발선 까지 오래 걸렸다.
바로 살짝 오르막 멍키존이 나온다. 초반이라 그리 언덕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데
바위 굴다리 직전에 담배를 피는 선수 몸매의 서양 할머니가 응원을 한다, 너무나 현실 같지 않은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굴다리 지나가니 원숭이들이 싸이클 타는 선수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동화나라에 온듯한 느낌이다.
신기해하며 조금 더 가니 유턴이다. 바로 현실로 깨어났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어~ 하면서 간신히 돌았다. 완젼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하는 유턴까지는 생각 못했다.
내려오며 응원도 받고 즐겁다. 그런데,,
전날 설명회에서 들었는데 자전거 도로는 지역 주민과 자동차와 나눠 타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통제가 없다는 얘기..
교차로 까지 가는데 길이 좁아 지역 주민 차 뒤에 자전거 3대가 서행을 하며 갔다.
돌아서니 그 때 부터는 도로도 넓고 바다도 보이고 마을도 지나고 제법 큰 도시도 지나고 멋진 공원도 지나고
한적한 마을과 공사중인 도로도 지나고.. 해서 두바퀴를 돈다.
급수는 20키로마다 있고, 화장실, 물과 이온음료, 음식, 이온음료. 물, 화장실 순서로 길게 늘어져있고,
음료는 자전거 물통에 담아서 건네준다.
마을을 지날 때는 동네 아이들이 물병 달라며 응원아닌 관심을 보이며 따라 온다.
왼쪽으로 물통 받기는 내게는 어려웠다, 오른쪽으로만 익숙하니..
습관적으로 오른쪽으로 물통 받다가 넘어졌다느니, 왼쪽으로 받아서 입에 물었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잡아서
마시기도 하고 머리에 붓기도 했다느니, 경기후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갔다.
난 걍 안전하게 잠깐 서서 받고 에어로 물통에 넣고 했다. 문제는 한낮으로 갈수록 자주 보급소에 서야 했다.
스페셜 니즈는 100키로 지점에 있고 무전으로 연락을 취해 바로 받을수 있었다.
두번째는 코스를 익혔으니 더 잘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마음뿐이었다. ㅠㅠ
다시 멍키존으로 가니 원숭이들은 파워젤을 입에 물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 떨어트린 파워젤을 줏어 먹고 있었나보다.
더위 먹은 한국 선수가 의료진 텐트에서 20분간 누워있다 나오기도 하고,
앞이 안보이게 쏟아지는 스코올로 인해 잠깐 섰다 가야 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비 쏟아진 후엔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까 50키에서 지났던 언덕은 150키로에서는 정말 내리고 싶기도 하다. 앞뒤로 잔차 끌고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니..
우리 훈련 나갔다가 돌아올 때 나오는 시멘트 언덕 정도인데 더 길다...
두번째 랩에선 선수들이 띄엄 띄엄 있어서 심심하기도 했지만
우회전 할 땐 어떻게 차선 방향을 잡을지 몰라 속도를 늦춰야 했는데 때마침 나타난 말레이지아 여자 선수 쫓아 갔다.
간간히 맞바람이 있고 은근한 오르막이 있었던 코스는 사람들 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여주 보다 좀 어렵고 제주도 보다는 쉽다. 그런데 변수들이 있다.
1.도로 상태가 여주의 시멘트 바닥보다 좀 더 울퉁 불퉁하다, 펑크난 선수들을 무척 많이 보았다, 심지어 두번 난 선수도..
내 느낌엔 임시포장해 놓은 곳을 달리는 것 같았다.
2.더위 적응이 관건인것 같다, 한여름 대회 처럼 머리에 물을 많이 부었어야 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위로 올라가면 좀 시원해지지만 이곳에선 계속 덥다.
안내 책자에는 햇볕을 막기 위해 긴팔옷을 입으라고도 나와있다.
에어로 헬맷 쓴 선수들은 더워서 그런지 고글을 벗어 버리고 타기도 한다.
3.우리와 다른 교통 시스템도.. 역주행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교통 통제, 나중에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얘기 나눠지만 현지인 차량, 오토바이, 개, 원숭이, 잔차 타는 현지인 어린이등
미춰버리는줄 알았다고 한다. 나처럼 평속이 높지 않은 사람은 괜찮은데 평속 30 이상인 선수들은 좀 그랬을것 같다.
다행히 우리가 양쪽 끝에서 타고 있으면 현지인들은 알아서 가운데로 잘 피해 간다.
현지인들이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고 경기가 있다는 것도 알아서 그런지 우리나라 처럼 경적 울리고 그런건 없다.


두랩 끝에서 시내쪽으로 들어가 공항 옆에 있는 경기의 메인 본부, T2에 도착했다.
우리 에이지 달리기 가방이 달랑 두개 남아있었다, 역시나.. ㅠㅠ
수영할 때 쓸렸던 곳이 햇볕을 받으며 아까 부터 쓰라렸는데 바셀린 듬북 바르고 런 복장을 갖추며
런에선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간도 아니고 꼴찌 근처이니..
평평한 땅에서 하는 달리기야 외국이라고 뭐 다를게 있겠는가 싶었다.
일단, 킨텍스 같은 전시회장에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이곳을 언능 나가자!!
밖으로 나오니 눈 부신 햇살이 얄밉게 기다리고 있었다.
달리기는 두랩 반, 두바퀴 돌고 7키로 가면 있는 랑카위 최고 리조텔 앞 마당이 피니쉬이다.
첫 랩은 덥지만 다른 선수들을 살피며 천천히 달리려고 했는데 마음 뿐,
2키로 마다 있는 보급소에서 바로 걷고, 달리고 걷고를 반복하고 있다.
시계를 보니 목표였던 13시간 안에는 이미 안되고, 이러다간 15시간대가 될것 같았다.
앞에서 불편한 자세로 달리는 선수를 보니 멀리 까지 와서 내가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달리자, 어디가 아파서 못달리면 할수 없지만.. 더위는 아픈게 아니잖아.. 키로당 6분이 넘어가더라도 달리자..
돌아오는 사람들 중에 우리 에이지 선수 없는거 보면 멀리 있지 않고 내 앞 어딘가에 있다는 거니까..
몇 명만 따라 잡아 중간만이라도 해야지..
한랩 16키로중에 포장 도로로는 13키로, 리조텔 정원과 흙길 3키로, 정도다.
한랩 돌고 나오면서 우리 에이지 한명 잡았다 생각했는데 이 선수 막 달려와서 몇 랩째냐고 묻는다.
첫랩이라 했더니 자기는 두번했다고 한다. 솔직히 힘이 빠졌지만 안그런척 하며 더 빨리 달렸다.
이 선수 잡느라 시원한 그곳도 언능 달려나왔건만...
함께 달리다가 그 선수의 페이스메이커가 그렇게 빨리 달릴 필요 없다고 하니 잘하라는 인사를 하고 뒤로 빠졌다.
계속 그 속도로 달리다가 보급소 지나가며 걸었다.
잠깐이라도 그 선수를 흔든건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한시간 반이라는 갭은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호주에서 아주 유명한 선수라고 한다. 우리나라 배미경선수 같은 존재라고..
전의에 상처를 입었지만 바뀔것도 없고, 계속 달렸다.
어느새 깜깜해졌는데 땀은 계속 솓아나고, 샤워대를 지나가는 선수들도 줄어들지 않는다.
넘어지거나 혹은 뭔일이 생길까봐 가로등이 없는 흙길은 살짝 걷기도 했다.
열심히 까진 아니고 꾸준히 달리다 보니 30키로 표지판이 보인다.
이미 깜깜해지고 선수들은 보이지 않고 손목에 찬 야광 밴드의 움직임만 보였다.
공항 옆 길이어서 가로등이 없어 좀 답답하던 중,벼락이 친다,
갑자기 앞에 있던 선수들과 새끼 고양이 까지 보인다. 고양이와도 주로를 나눠야 하다니..
곧 비가 쏟아질거야, 정신 차리고 달리자, 뭐 특별히 먹을 것도 없으니 보급소는 하나씩 건너서 들렸다.
두번째 랩을 돌고 나오니 남은 거리 7키로, 그냥 달렸다. 거리 표지판 만을 생각하며..
몇 번을 오가며 익숙해진 곳인데도, 길거리에선 관광객들이 응원을 보내주는데도, 거리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마침네 42키로 표지판이 보이고 리조텔 근처로 들어갔다.
당당하게 우아하게 열정적으로 골인점을 향해 달렸다.
골인 30미터 거리엔 관중들과 응원객들, 사회자의 외침이 넘쳐난다.
이곳 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온 김은파!! 당신은 아이언맨 입니다!!
와~ 좋다!! 눈물 까진 아니지만 마구 흥분된다. 시작 때 보다 훨씬 더!!
그런데 어디 까지 달려야 하나??
골인 테이프가 없었다.. ㅋㅋ
골인 후엔 바로 메달을 걸어준 한 사람이 붙어서 안내해주며 냉탕 후에 발 냉찜질. 맛사지등을 알려주고 완주티를 건낸다.
맛사지 후에 부페식으로 채려진 푸드코트에서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기다리고..
꾸준히 잘 달렸던 914번 일본 여자 선수를 2랩 후에 따라 잡았는데 그 선수도 만나서 얘기나누었다.
외국 선수들, 한국 선수들 모두다 행복해 하는 얼굴로 먹고 이야기 나눴다.
이 때 까진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은데 숙소로 오는 1키로 거리를 30분 걸려서 돌아온 것 보면 힘들긴 했나보다.









첫댓글 원숭이가 파워젤을 먹는다고요?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가고 싶네요....
대단하십니다!!! 머지 않아서 하와이로 가실 것 같으세요! 명예의 전당에는 자동으로 기록 업데이트했습니다!
찜통 같은 열대정글의 지역에 가서 정말 수고 많으셨네요
낯선지역, 낯선기후, 낯선도로의 좌측통행, 더군다나 낯선사람들과 나홀로 달리기~~~
좋은 경험의 외국대회 킹코스 무사 완주 축하 합니다
국제선수 유니스 국제무대 완주 축하 해요~~~~
하와이에서는 더 잘 달릴것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국내에서도 힘들다면
힘든 킹코스를 외국에서
완주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난
언제
외국에
ㅋㅋㅎㅎ
수고마니했읍니다
내년에도
함께해요
추카 추카 해외에서 입상은 참 어려운건데.......
나도 함 도전 .....할까 생각만
올해는 나가는 대회마다 입상, 그것도 해외 대회 까지
축하 드립니다
축하드려요~~~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고 13시간대!!! 멋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