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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니』는 마음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정신건강사회운동을 펼치는 여성단체 (사)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에서 펴내는 잡지이다. 어머니, 언니, 아주머니, 할머니, 비구니 등 여성들을 부를 때 대체로 '...니'라고 한다. 『니』에는 우리가 부르는 주변의 '니'들이 모두 들어 있다.
『니』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음과 영혼의 건강을 위한 책으로 2005년에 창간했다. 나와 가족과 이웃의 마음을 여성 자신의 눈으로, 시민의 눈으로, 독자적인 자기만의 눈으로 본다. 외국이론이나 기존 학설에 맹목으로 기대지 않는다. 우리 느낌-생각-판단을 거쳐 적극으로 행동하며 살아가는 책임 있는 삶의 마당을 펼친다. 궁극 목적은 '모두 함께 하는 건강'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자기 이야기를 펼치고 함께 읽을 수 있는 잡지이다.
『니』는 보이는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과 영혼의 건강에 정성을 기울인다. 자신의 됨됨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서서 자기다운 꿈을 펼쳐 나가는 것을 건강하다고 한다. 마음이 건강한 이는 또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협력해서 사는 벗이 되려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며,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 입맛에 맞추어 사는 삶은 안타까울 뿐이다.
『니』는 마음을 살피는 하나의 특집 주제를 따라 원고를 모은다.
목차
특집 글
4 능력주의 - 무얼 바라 사나 | 문 은희
니의 생각
10 행복한 시지프스 | 김 혜미
13 기억 속의 부모님 | 최 다혜
18 이제야 오롯이 믿게 된 능력 | 고 은하
니의 마음
24 어떤 능력 | 한 제선
27 잘하든 못하든 웃으며 함께 | 김 지혜
31 능력? 인류를 살리는 건가, 죽이는 건가? | 한 문순
정신건강 공부방에서
36 평생 살아온 모습대로 그려지는 초상화 | 문 은희
39 호기심 없고 느낌도 없는 음악하기? | 김 지혜
44 영향을 미치는 사람 | 문 은희
재미있는학교
46 끝나지 않은 여름 | 진 효리
49 체육대회의 목적 | 양 해윤
52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 | 하 연우
니가 만든 이야기
54 잉여인간 | 고 선영
57 능력보다 사람 | 태연
…속의 니
60 고전 속의 니 각자 자기답게 사는 숲처럼 | 최 동안
64 영화 속의 니 무능력의 능력, 무쓸모의 쓸모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2023) | 임 세은
70 성경 속의 니 왜 베드로도 아니고 도마도 아니고 마리아였을까? | 한 문순
76 사진 속의 니 산골 소년들의 열혈 풋살 대회 참가기 | 박 희영 엄 유주
노인과 함께하는 니
83 함께 읽기 왜 자꾸 내일이래? 인생은 오늘이야
그림책 <인생은 지금> | 조 윤숙
85 같이 먹기 틀니 한 남편을 위한 요리법 | 박 경옥
정신건강을 읽어요
86 어떤 것을 선택할까? <마인드셋> | 하 혜민
<니> 얘기 내 얘기
90 30호 다시읽기모임 | 편집부
<니>와 함께
23 76호 원고 모집
53 후원회원 모집
103 <니>가 내게 말을 걸었다 | 박 선옥 박 희영
106 이제까지의 <니>
책 속으로
남들도그렇게산다고
행여 손해 볼까,
굳게 믿고
더욱 세게 단단히 결의 차 살려 하고 있지 않나?
그러도 보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신음 소리 듣지 않고,
서로사랑할기회를놓치고말건데
-무얼 바라 사나_문은희 (특집글 8쪽)
흔히 타고난 재능을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려서부터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문화에 익숙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다른 사람보다 앞서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며 사회경제적 우위를 삶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미 주어진, 내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재능을 알아채고 계발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해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능력치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지프스_김 혜미 (니의 생각, 11쪽)
어머니의 사망과 아버지의 투병과정을 보며 내가 알던 세상은 무너졌다.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고 대접을 받고 행복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이제 내게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빈소리로 들린다. 개인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다 해도 시대가 그 능력을 인정하지 않거나 본인이 만족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설사 사회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그 능력으로 인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짧은 시간 타오르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모든 기능을 멈추고 영원한 죽음의 상태로 들어가지 않는가. …..그게 그분들 삶의 전부가 아니란 걸 딸인 나는 잘 안다. 이제 시간을 돌이켜 성공적인 삶이라는 서사에 없는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순간을 적어보려 한다.
-기억 속의 부모님_최 다혜 (니의 생각, 16쪽)
내게 언제부터 능력이 곧 돈 버는 능력이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돈 버는 능력이 곧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임을 인식하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주 잘 안다. 안타깝게도 그이는 엄마다. 나는 언제부터 수많은 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나아가 불안해하며 살았는지 생각해 보니 돈 버는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인정 혹은 칭찬받았으나 뒤따르는 엄마의 해석에 불안했던 과거들이 떠올랐다. 엄마의 해석에서 제법 분리됐다고 하는 요즘도 가끔 모든 능력이 돈 버는 능력으로 치환되지 않는다면 그게 진짜 ‘능력인가?’ 하는 아주 어이없는 생각이 잠시라도 들 때면 엄마의 영향력이 내게 얼마나 무시무시했는가 생각해 본다. 역시 어린 시절의 나의 일상에 그 그림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제야 오롯이 믿게 된 능력_고 은하 (니의 생각, 18쪽)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시인 워즈워드는 말했지만 나는 그저 시인의 미사여구로 생각했다.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들은 미숙한 존재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권위에 기죽고 학벌에 쫄리고 돈을 저울질하면서 살았다. 나에게는 정답이 하나밖에 없어서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러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입력한 것만 출력하는 기계처럼 마음이 굳어서 딱딱했다. 알트루사를 오게 된 후 알게 된 그런 나의 모습에 놀랐다. 그리고 이런 나하고 가족으로 친구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오랜 시간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차츰차츰 알게 되었다.
-어떤 능력_한 제선 (니의 마음, 25쪽)
우리가 ‘뛰어나다, 모자라다’고 하는 인식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잘하든 못하든 웃으며 함께_김 지혜 (니의 마음, 27쪽)
‘종의 기원’은 존재하지 않을 뻔했다.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획기적인 통찰은 세상에 빛을 볼 수 없었을 뻔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아버지의 핀잔에 다윈이 자신이 좋아하는 수집과 관찰을 포기했더라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안정되고 명망 있는 직업을 갖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는 아들을 한심해한다고 주눅들기만 했더라면, 그래서 자기 길을 포기했더라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
_능력? 인류를 살리는 건가, 죽이는 건가?_한 문순 (니의 마음, 31쪽)
아침 신문에 실린 기사 <네덜란드의 치매 마을 ‘호그벡’>을 읽었습니다. 거기에 가 본 우리네 정치인들이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 합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우리의 ‘치매 안심 마을’ 이랍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사실상 간판 내걸기에 가깝다”라며 그곳에 비해 아직 요원한 모양입니다. ‘일’이 온통 ‘마음’의 영역을 뒤엎어 놓아 우리는 돈 되는 ‘일’, 먹거리 만드는 ‘일’에만 평생을 걸고 살면서 늙은이가 됩니다. 마음이 나 영혼이 없이 몸으로만 사는 듯해서 서글픕니다.
-평생 살아온 모습대로 그려지는 초상화_문 은희 (정신건강공부방에서, 38쪽)
누군가 나에게 욕이나 비난을 하면 나의 머릿속은 온종일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내가 정말 그래 보이 나? 내가 그 정도로 부족한가?’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고 사람들을 잘 만 나려 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도 나를 안 좋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안해진다. 나를 알아주고 사랑해 주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지는 몰랐다. 내가 바라며 사는 걸 알 지도 못하고, 내 자신이 뭘 그리 갈망하는지조차 나는 모른다. 나의 내면 이 진정 원하는 게 있을까? 돈? 행복? 아니면 희망? 난 여전히 헷갈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여름_진 효리 (재미있는학교, 48쪽)
부조리함을 느끼고 직접 말로 설명할 수 있었던 건 중학교 체육 대회 때였다. 반 대항전 형식으로 반의 모두가 최소 한 번씩은 경기에 참여해 야 했다. 처음에는 배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목마다 자원을 받아볼까? 일단 잘하는 친구들을 먼저 넣어볼까?” 하며 반 분위기를 주 도하던 몇몇 친구들이 “대회에서 이기려면 누구는 어느 종목에 넣어야 한다”, “이 종목은 버리자(사실상 친구를 버리자는 말과 동일하게 느껴 졌다)”라며 이야기했던 것을 여전히 기억한다.
-체육 대회의 목적_양 혜윤 (재미있는학교, 49쪽)
미국의 대선 후보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를 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를 인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말을 더듬었다. 그는 그 불편을 이겨내고 미국 대통령이 됐다. 잘 생각해 보자. 과연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될까?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_하 연우 (재미있는학교, 52쪽)
수자는 오랜 시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못한 무능력자였다. 왜냐하면 아들을 낳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바라고 원했는지 수자는 새벽기도를 다니며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성경에 나오는 한나처럼 기도했다.
-잉여인간_고 선영 (니가 만든 이야기, 54쪽)
스펙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 지금 핸드폰으로 들여다본 창과 마찬가지로 말이었다. 여자의 손에서 생겨난 창은 끝없이 길었다. 여자가 아닌 화자는 그의 고민을 가벼운 문체로 전시했다. 열심히 사는 커리어우먼으로 가족을 돌볼 시간이 없다는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들의 마음 은 눌린 ‘좋아요’와 긍정적인 댓글이 넘쳐났고 결국 베스트 글로 올라가 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자는 그중 하나는 아니었다. 그는 뒤로 돌아가 그 글을 보기 전에 작성 중인 글을 보았다. 아까 봤던 글과 같이 물음표 로 끝난 글. 하지만 말은 두서없고 내용은 볼품없었다. 활동의 공백으로 인해 방향을 잃은 사람의 한탄이 적혔다. 불평불만만 표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꾸짖는 전형적인 일화였다. 그런 글이 그의 삶이었다. 여자의 엄지손가락은 게시 버튼 위로 머물다 이내 뒤로 돌아갔다.
-능력보다 사람_태연 (니가 만든 이야기, 57쪽)
여우나 늑대 혹은 매나 독수리도 할 수 있는 일에 자 신의 한 번뿐인 생을 거는 모습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능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행복한가 아닌가, 혹은 바른 일인가 아닌가에 대한 성찰은 없다. 이것이 나와 내 이웃 혹은 역사와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일인가에 대한 숙고는 더더욱 없다.
-각자 자기답게 사는 숲처럼_최 동안 (고전 속의 니, 63쪽)
소소하지만 행복을 주는 히라야마의 행동은 일본어로 ‘코모레비(木漏れ日)’라는 단어로 대표될 수 있다.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 로 비치는 햇살’을 뜻하는 아름다운 단어다. 이에 비슷한 의미를 가진 순수한 우리말로는 ‘볕뉘’가 있다. 볕뉘는 ‘작은 틈을 통해 잠시 비치는 햇볕’, ‘그늘진 곳에 드리워지는 작은 햇살의 기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라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히라야마가 볕뉘, 즉 코모레비를 관찰하는 습관은 행동을 잠시 멈추고 자연의 작은 움직임에 주목하며 자연과 깊이 연결되려는 관상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무능력의 능력, 무쓸모의 쓸모 『퍼펙트 데이즈’』_임 세은 (영화 속의 니, 64쪽)
예수가 이유를 말씀하신 바 없어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여자 막달라 마리아는 첫 임무를 수행했다. 제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의 증언을 당장 믿지 않았지만 그 여자 막달라 마리아는 그래도 임무를 수행했다. 그 여자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이해하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그 여자의 증언을 믿지 못한 건 막달라 마리아의 무능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 해와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왜 베드로도 아니고 도마도 아니고 마리아였을까?_한 문순 (성경 속의 니, 74쪽)
그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자기 몫을 할 뿐. 한 편의 성장 영화 같았던 산골 소년들의 좌충우돌 풋살 참가 기는 또 어떤 이야기를 신나게 써 나갈까? 우리 사회의 경쟁과 능력주의는 돌이킬 수 없이 가속되고 있지만, 그 바퀴를 비껴 살고자 하는 우리는 아이들 옆에서 자기만의 행복한 삶의 방법을 찾아가며 살 수 있도록 돕는 어른이고 싶다.
-산골 소년들의 열혈 풋살 대회 참가기_ 박 희영 엄 유주 (사진 속의 니, 82쪽)
이 그림책은 은퇴를 한 노부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드디어 은 퇴야! 이제 우리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일만 하느라 모든 걸 미뤄왔던 남편과 어떤 모험도 하지 않으려는 아내. “이제 여행도 갈 수 있어! 어디로 떠날까? 지금? 봄에 가자” 어긋나기만 하는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자꾸 행복을 미루는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자꾸 내일이래? 인생은 오늘이야 『인생은 지금』_조 윤숙 (노인과 함께하는 니, 83쪽)
남편은 39년생이다. 틀니를 한다. 이가 거의 없다. 임플란트를 하라고 권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 그래서 음식 씹는 일이 쉽지 않다. 식사시간 도 길다. 남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 혼자 오래도록 먹는다.
-틀니 한 남편을 위한 요리법_ 박 경옥 (노인과 함께하는 니, 85쪽)
안타깝게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인정받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실패를 사랑할 여유가 없다. 완성된 능력으로 평가받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능력주의 사회가 택한 방식이다. 한 개인의 진정한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은 비효율로 여긴다.
-어떤 선택을 할까? 『마인드 셋』_하 혜민 (정신건강을 읽어요,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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