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어느 술집에서
당산역 허름한 곱창집 한 귀퉁이엔
수북이 쌓인 먼지가 버거운지
찌든 환풍기가 도는 듯 마는 듯하고
오늘도 세상을 안주삼아 매일 봐도 지루하지 않은
친구와 술을 마신다
손님은 그저 예전부터 있었던 제집 고양이처럼
그저 그런 존재
역시 찌든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엔
편안한 이마주름처럼 생긴 곱창이 익어가고
밖엔 바람이 불든 지 말든 지
어느 연예인의 죽음이 아프든 지 말든 지
물같은 소주병이 바닥에 나뒹굴고
술은 말을 삼키고
여태껏 살아온 삶이 송곳마냥 가슴을 찌른다
돌이켜보면 대개는 별로 중요치 않은 그저 그런 것
돌이켜보면 화해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우리가 건배하는 술잔 위로 세상은 젖어들고
찌든 가스레인지 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몇조각의 곱창이 타들어가고
우리 외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출입구엔
주인아줌마의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카페 게시글
시 (가~사)
당산역 어느 술집에서
노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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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6
10.02.25 14:4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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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저 그런것 의미있는 말로 들립니다 ^^
흑백으로 번져드는 소소한 일상의 침묵입니다.^.^ 배독하고 갑니다.
삶의 길이 본래 그런것 아닌가요? ㅎㅎ 이즘 술장사들도 고급화 하지 않으면 잘 안되는 모양입디다.
오늘도 세상을 안주 삼아 쓰디쓴 한 잔 마시게 합니다. 저는 어젯밤 금정역에서 정답이 없을 시론 주고 받으며 좀(?) 마셨습니다. ^^
묘사가 치밀하시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주인아줌마의 무거운 침묵속엔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 있겠죠...붕어의 마음도,,,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