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맛 ⑧ 감칠맛 내는 MSG
조미료는 억울해
“조미료를 좀 넣어야 맛있어.”
과거의 어머니들은 이런 말씀을 많이 했다. 실제로 밋밋한 국에 조미료를 조금만 넣으면 맛이 확 달라졌다. 하얀색 가루같은 그 조미료는 대부분 MSG(L-글루타민산나트륨)였다.
한편 식당에서 “내 음식엔 조미료를 넣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손님을 볼 때도 있다. 그 때 말하는 조미료도 주로 MSG를 뜻했다. MSG를 넣지 않는 식당을 착한 식당이라며 추켜세우는 방송이 인기를 끌기도 했고, ‘MSG를 넣지 않는다’는 이른바 무첨가 식품도 여전히 마트에 나와 있다. 반대로 MSG를 쓴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요리사도 있다. 한쪽에서는 조금만 넣어도 맛을 돋구고, 한쪽에서는 몸에 해롭다며 피하는 하얀 가루, 도대체 MSG가 뭐기에 이러는 걸까.
MSG 많이 먹으면 ADHD 걸릴까?
MSG는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도쿄대 물리화학과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는 1907년 다시마나 고기 국물에서 나는 구수한 맛에 ‘우마미’라는 말을 붙이고, 이 맛의 정체가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글루탐산 자체는 맛이 없었지만 나트륨이 달라붙어 염의 형태가 되면 물에 잘 녹는데 이것이 바로 MSG다. 우마미는 나중에 5번째 맛으로 공식 인정을 받고, 우리말로는 감칠맛이 됐다. MSG는 처음부터 자연 상태에 있던 물질에서 찾은 것이지 아예 없던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게 아니었다.
MSG의 유해성 논란은 1968년 미국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람이 의학 학술지에 “중국 음식을 먹고 목 뒤와 등, 팔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여기에서 ‘중국식당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왔고, MSG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쥐에게 과다한 MSG를 주사하자 뇌 조직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 실험도 있었다. 주위에서도 MSG의 부작용을 몸으로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에 MSG가 해로운 것처럼 부각됐다. 우리나라에서 MSG 조미료의 대명사는 1960년대 대상에서 만든 ‘미원’이다. 미원을 꺾기 위해 제일제당은 1970년대 중반 다시다를 내놓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경쟁사 럭키가 새로운 조미료를 내놓으면서 ‘MSG 무첨가’를 홍보했고, 여기서 MSG가 몸에 해롭다는 생각이 퍼진 것이다.
하지만 MSG가 해롭다고 하는 실험들은 나중에 모두 ‘문제가 많았던 실험’으로 밝혀졌다. 조미료로 쓰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주사한 것이다. 더구나 정맥으로 직접 주사해 효과를 지나치게 높인 것도 문제였다. 식품 전문가들은 MSG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실험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MSG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MSG가 들어 있다는 걸 감춘 음식을 먹게 하면 증상이 많이 사라진다. 즉 MSG 논란은 음식이 아니라 심리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MSG가 뇌를 공격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MSG의 중심물질인 글루탐산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쓰이는데, 그런 MSG를 직접 먹으면 뇌가 흥분할 거 아니냐는 생각에서 이런 주장은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러나 뇌는 강력한 보호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식품으로 먹은 글루탐산이 직접 뇌로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첨가물의 일종인 MSG의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일상생활에서 먹는 양으로는 우리 몸에 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MSG에 중독되지는 말아야
단맛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찾기 위해서 생겨난 맛이다. 짠맛은 신경 활동에 꼭 필요한 소금을 찾는 맛이다. MSG가 내는 감칠맛은 바로 단백질을 찾는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10~40%가 글루탐산이다. 감칠맛을 내는 다른 아미노산도 있지만 글루탐산이 가장 강한 감칠맛을 낸다. 글루탐산은 고기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치즈에도 많고, 토마토에도 많다. 심지어 모유에도 MSG가 들어 있다.
MSG를 쓰면 안 된다고 비판하는 측에서는 조미료에 들어 있는 MSG는 자연에 존재하는 글루탐산과는 다른, 인공적으로 만든 물질이라고 주장한다. 인공 MSG는 해롭고 천연 MSG(글루탐산)는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학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MSG가 물에 들어가면 글루탐산 음이온이 되므로 글루탐산과 MSG는 사실상 같은 물질이라고 반박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MSG는 결코 해롭지 않다. 한국워킹맘연구소가 2016년 9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부들의 MSG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50%로 나타나 3년 전의 64%보다 무려 14%P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10번 요리할 때 1번 이상은 MSG를 사용한다는 주부도 10명 중 7명을 넘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롭지 않다고 해도 MSG를 남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식품첨가물은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게 좋다. 더구나 MSG를 많이 쓰면 재료의 고유한 맛보다 조미료가 주는 감칠맛에 길들여지게 된다. 좋은 식재료의 진짜 맛을 잊게 될 수 있는 것이다. MSG의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일지 모른다.
출처_ 사이언스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