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거리와 카페들 알아보기

[주시완]

대구 주말여행

#3 김광석 거리와 카페들

그런 장소가 있다. 항상 가고 싶다고 생각은 하는데 유난히 인연이 닿질 않는 곳. 내게는 김광석 거리(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가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이번 대구 여행을 준비하면서, 대구에 갈 때마다 동성로는 꼭 들렀던 것 같은데 멀지도 않은 김광석 거리에는 왜 가 본 기억이 없나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결국 이번 대구 여행에서는 가장 먼저 김광석 거리를 찾았는데, 주변에 식당이나 카페도 많고 거리의 밝고 젊은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 김광석 거리 일대에서 반나절을 거의 다 보내게 됐다.

어떤 장소를 여행할 때, 해당 장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을 가장 먼저 찾아가 보는 편이다. 도시든 그보다 작은 범위의 지역, 혹은 짧은 거리 하나든 공간이란 그곳에 켜켜이 누증된 시간의 결과물이다.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먼저 접하는 것은 조금 더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한 나름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장소로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끝자락, 혹은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치에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가 있다. 수성교와 대봉교의 중간쯤 되는 위치다.

김광석이 어떤 사람인가에 관한 궁금증이 있었다. 사후에 이렇게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향이 맞아서 옛날 노래를 꽤 많이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도, 그 '옛날 노래'라는 게 90년 대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발표된 록 발라드 정도였다. 내게는 그 정도가 '옛날 노래'의 마지노선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등병의 편지나 서른 즈음에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90년 대생인 내 또래 중에서도 노래방에 가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리에서' 등을 부르는 친구가 있다. 어떤 점이 김광석을, 그의 노래를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되게 만드는 걸까. 김광석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그게 내심 궁금했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에서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궁금즘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다. 김광석이 생전에 남긴 노래를, 말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음이 느껴졌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전시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콘텐츠라면 헤드셋으로 김광석이 진행했던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시절이지만, 라디오가 사랑받던 때라면 그만큼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도 더 또렷했겠거니 싶었다.

 

 

전시관 곳곳에 설치된 헤드셋에서는 각기 다른 김광석의 노래가 반복되어 흘러나왔다. 꽤 긴 시간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한 그 음악들을 듣고 있었다. 지금은 날마다 노래를 듣지만, 대부분 다른 일을 하는 시간에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오롯이 청각에만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헤드셋을 통해 전해지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느낄 수 있었다.

 

 

[Info - 김광석 스토리하우스]

add. 대구 중구 동덕로8길 14-3

price. 2,000원 / 성인 1인

web. www.kksstory.house

time. 4월 ~ 10월 - 10:00 ~ 19:00 / 11월 ~ 다음 해 3월 - 10:00 ~ 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신정 당일, 구정 당일, 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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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거리는 이름처럼 온통 김광석으로 가득하다. 거리로 들어서는 입구, 내려간 셔터, 잠깐 쉬어가는 나무 의자, 표지판 모든 곳에 김광석이 있다. 그의 모습이 담긴 벽화, 남겨진 노래와 말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흔히 '카페 거리'라고 부르는 장소들과 같은 모습이지만 김광석이라는 아이콘이 조금은 다른 느낌, 왠지 조금 더 오래되고 포근한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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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식당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방천 시장을 지나 수성교 교차로를 건너면 삼덕초등학교다. 동행이 미리 봐둔 식당이 그곳에서 가까웠다. '삼덕식당'이라는 정직한 이름의 가게인데, '그리운 공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국 전통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에서는 차분한 분위기가 묻어나왔다. 

동행은 생선가마솥밥을, 나는 수비드 갈비 정식을 주문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정갈하게 잘 차려진 한식 한 상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가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담백한 맛이었다. 

[Info. 삼덕식당 그리운 공간]

add.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7길 44-13 삼덕식당, 그리운공간

price. 1인당 1.2~1.5만 원 정도

time. 매일 11:30 - 21:00 Last Order 20시30분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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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커스

삼덕동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일대는 '예쁜 카페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여행지가 될 듯싶다. 내 여행 메이트가 바로 그런 사람인데, 가고 싶은 카페가 너무 많아서 꽤 심사숙고를 해야 했다. 그러다 들어간 곳은 '컨커스'라는 이름의,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카페였다. 

카페는 인테리어는 주로 나무로 되어 있어서 한옥의 느낌을 주었는데 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한옥 분위기에 통유리도 꽤 잘 어울리는 듯했다. 마당에도 커다란 거울이 있는데, 사방이 커다란 유리로 둘러싸여 있으니 왠지 깔끔한 느낌을 줬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달리 음료가 소탈한 종이컵에 담겨나온 것은 약간의 반전이었다. 바닐라 라떼는 적당히 달콤했고 날씨가 꽤 따듯해진 겨울의 끝자락에, 넓은 창으로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짧은 축복이라 할 만했다.

[Info - 컨커스]

add.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6길 23-10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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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댄 커피

온종일 걸으며 여행한다면 커피를 두 잔은 마셔야 했다. 그래서 찾은 두 번째 카페는 역시나 김광석 거리에서 멀지 않은 '모어댄 커피'라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일 먼저 강아지가 반겼다.

모어 댄 커피 내부는 약간 어둡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왠지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공간이었다. 아마 적절하게 배치된 샹들리에와 책과 같은 소품, 와플을 올려둔 유리 테이블에 반사되는 정갈하게 조각난 창문의 형태, 이따금 예고 없이 다가오는 강아지 같은 요소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충분히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푹신한 의자에서 역시나 느긋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셨다. 여행이 얼마큼 남았나. 다음엔 어디를 가볼까. 또 그런 생각을 하면서.

[Info - 모어 댄 커피]

add. 대구 중구 동덕로8길 52 2층

time. 매일 12:00 ~ 21: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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