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밭의 추억
1990년대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과 작은 땅을 소유하는 것이 꿈이요 소망이었다. 심지어 “땅을 가진 사람들은 땅땅거리며 산다” 는 말까지 회자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경남의 어느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다. 나 역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창녕의 우포늪이 가까운 곳에 1000여 평의 논을 구입하였다.
창녕지방은 양파, 마늘, 단감 등이 기후와 토질에 적합하여 농민들은 주요 소득 작물로 재배하여 많은 농업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가을이면 창녕지역 대부분의 산에는 주황색의 단감밭이 마치 한 폭의 가을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다.
나 역시 토지를 구입한 첫 해 봄에 다른 농작물에 비해 다소 일손이 적게 들고 재배와 관리가 비교적 쉬운 창녕의 대표적인 농작물인 단감나무를 심었다.
단감은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며 비교적 따뜻한 기후에 잘 자라는 부유라는 품종을 250여주 심었다. 단감나무를 심은 곳은 토질이 그리 비옥하지 못한 관계로 이랑과 포기 사이를 약간 좁게 식재했다.
단감나무를 처음 심은 1~2년은 주로 잡초제거와 병해충 방제작업을 하였으며 생산된 과일이 그리 많지 않아 가을철에는 한가했다.
그러나 병해충 방제작업은 병해충이 번식하는 시기에 맞추어 농약을 구입하여 수동식 1말들이 등짐형 분무기로 농약을 살포했다.
단감나무 식재 1~2년 때는 아직 단감나무가 작고 어려서 여름철에는 잡초가 너무 무성했다. 가끔은 예초기로 풀을 제거할 때도 있었지만 잡초가 지나치게 무성할 때는 예초기로는 너무 힘이 들어 제초제를 살포하여 풀을 잡기도 했다.
재식 3~4년 뒤로는 단감나무도 크게 자라고 과일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 9월 하순부터 11월 초, 중순까지 토, 일요일은 온 가족이 매달려 생산된 과일의 수확과 판매에 정신이 없었다. 물론 그 바람에 단감은 질리도록 많이 먹기도 했다.
수확한 과일의 대부분은 창녕 소재지에 있는 단감 공판장에 의탁판매를 했으며 일부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나 지인들의 주문으로 때로는 대구까지 운반, 전달하기도 했다. 운반은 모두 프라이드 베타 승용차로 했으며, 많이 실을 때는 15㎏들이 박스를 30개나 싣고 운반하기도 했다.
평일날은 나 역시 직장에 근무하는 관계로 농장 관리나 여타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가을철 과일을 수확할 때는 토, 일요일은 전 가족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과나 배를 수확할 때는 손으로만 쉽게 딸 수가 있지만 단감은 꼭지가 단단하여 전정가위나 토마토를 따는 가위를 이용하여 잘 익은 것부터 하나하나 수확하는 관계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수확한 단감을 선별하면서 지나치게 과숙된 것은 판매용으로는 곤란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간식용으로 많이 이용했다. 특히 아내와 아이들은 당도가 매우 높고 과육 또한 부드러운 반홍시 상태의 과숙단감을 아주 좋아했다.
단감 수확철이 되면 낮에는 주로 과일의 수확, 선별, 포장을 하고 포장 작업이 끝나면 공판장이나 주문을 받은 곳으로 운반했다. 어떤 때는 주문받은 물량을 모두 배달하고 나면 밤 10시가 훨씬 넘을 때도 있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단감농사는 농촌 경제에서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단감나무 재배면적이 크게 확대되고 단감생산의 과잉으로 다른 농산물에 밀려 점진적으로 단감의 가격 또한 낮게 형성되었다. 내가 단감밭을 개원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는 더욱 그러한 현상이 뚜렸했다.
농장에서 단감 수확작업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온 가족이 중화요리식당에 들러 자장면을 먹으면서 단감 수확과 선별작업을 하는 도중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웃고 즐거워했던 그 때의 가을이 우리 가족에게는 진정 행복한 날이었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았다.
대구로 직장을 옮긴 4년 후 그 농장은 집에서 편도로 80㎞가 넘는 원거리와 농장관리의 어려운 문제들로 단감농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지금도 가을이 되면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단감농사를 전 가족이 합심하여 힘든 줄 모르고 웃으면서 농사를 지었던 그 때의 즐거웠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내게도 젊음이, 젊은 시절이 다시 온다면 지난날의 일들을 거울삼아 온 가족이 더 즐겁고 행복한 단감농사를 재미있게 또 한 번 더 짖고 싶다.
2014. 9. 26.
첫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직장에 다니시면서 단감농사까지 지으셨으니 정말 부지런히 사셨습니다. 가족들이 많이 거들어 주었기에 가능했나 봅니다.
지금은 생산량이 많기에 가격도 20여년전보다 많이 떨어졌지요.
단감 농사를 지으셨던 경험 재미있게 잘읽었읍니다. 저도 이태전 까지 자두과수원을 경영해 보았읍니다.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고 수확의 기쁨은 농부만이 알수있는 마음이 아닐까요 /
직장생활하며 단감농사 힘드셨겠습니다만 오늘에 와서 추억거리가 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