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고추잠자리 (졸업 작품) 유정민
“ 우와, 신난다! 방학이다.” 철민이는 교문을 향해 달려 나가며 외쳤다. 한 달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며 놀 수 있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방학 동안에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막상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집으로 가는 길가에는 잠자리가 이리 뱅뱅 저리 뱅뱅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날아다닌다. 하여간 방학을 하였으니, 가방을 방에 던져놓고는 읍내에 있는 엄마 가게로 달려갔다. 생활통지표를 꼭 쥐고 가서는 자랑하듯 내밀었다. 손님이 오늘도 서너 분 계셨다. 엄마 가게는 늘 손님들이 있는 편이다. 엄마는 이야기 도중 슬쩍 생활통지표를 보시더니 웃음을 띠시며 손님들 앞에서 아들 자랑을 하신다. “우리 아들 공부 잘했어요.” 주위에 계시던 손님들까지 축하해주셔서 철민이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어제도 그제도 잠자리를 잡으려 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메뚜기 개미 거미 등은 그래도 쉽게 잡을 수 있으나 잠자리는 다르다. 하여간 잠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잠자리채를 만들어야겠다. 철물점에서 사 온 철사에 양파망을 꿰어 둥글게 원으로 만들고 대나무에 구멍을 뚫으려니 안 되어 옆집으로 갔다.
‘동우 형! 저 좀 도와주세요!’
‘응, 철민이 왔구나? 무엇을 도와줄까?’ 옆집 형은 방에서 나오면서 묻는다.
‘잠자리채를 만들어주세요!’
‘응, 거의 다 준비해 왔네, 자 보자, 음 철사가 들어갈 구멍을 만들고 빠지지 않도록 하면 되겠다.’
옆에서 형이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보았다.
‘나도 어렸을 때 이웃집 형이 만들어주셨지.’
‘형, 고마워요!’
이웃집 형에게 부탁해 잠자리채에 구멍을 뚫고 같이 만드니 예쁘게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잠자리채만 있으면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잠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나르고 잘 피해 다녀서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잡으러 다녀도 맨날 헛방 질만을 하니 팔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날이 흐려지더니 밤에는 많은 비가 왔다. 마지막 장마가 온 것이다. 잠자리채를 만들어놓고 잠자리를 잡으러 갈 수 없으니 더 조바심이 났지만, 그냥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비가 하루 종일 또 하루 더, 연이틀 동안이나 왔다. 또 잠자리도 잡지를 않아서 팔도 아프지 않았다. 오늘은 꼭 잠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도 잠자리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피해 다니는 잠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옆을 보니 다른 아이들을 꽤 많이 잡았다. 플라스틱 상자에는 여러 종류의 잠자리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철민이는 잡는 것을 멈추고 서서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잡는가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나와 잡는 방법이 다른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아, 나와 잡는 방법이 다르구나!’
나는 잠자리채를 위로 들고 쫓아다녔으나 다른 아이는 채를 자기 키만큼 높이에서 들고 다니다가 잠자리가 지나가면 갑자기 위로 올려서 잡는 것이다. 잠자리가 앞과 옆은 잘 보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잠자리채는 잘 볼 수 없어서 잡힌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잡아보니 나도 여러 마리 잡을 수 있었다. 잡은 잠자리를 살펴보니 정말 여러 가지이다. 크기도 색깔도 정말 다르고 예쁘다. 이제는 잡는 재미도 많이 생겼다.
앞을 보지도 않고 잠자리만 보고 쫓아가다가 어제 그제 내린 비로 땅이 파여서 철민이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짧은 바지를 입은 탓에 무릎에 상처가 나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손을 빨리 바지에 문지르고 얼른 휴지를 꺼내 상처를 덮었다. 아프기보다는 다쳤다는 사실을 엄마가 아시면 걱정하실까 봐 더 마음이 쓰였다. 잠시 덮었던 손을 떼니 피는 멎었다. 피가 났지만, 꾹 누르고 있으면 피가 멎는다고 엄마가 전에 이야기해 주신 것이 생각났다. 잠자리를 잡으려다가 무릎에 상처까지 나고 꼭 잡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나기 시작했고 잠자리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생겼다.
‘무엇을 먹고 살기에 저렇게 날다가 빨리 피할 수 있을까?’
‘어디에서 잠을 자기에 지치지도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는가?’
‘잠자리는 날개는 어떻게 생겼기에 가볍게 잘 나는가?’
‘아니, 잠자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 거지?’
‘잠자리는 어디에서 겨울을 지내고 매년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 등등 많은 게 궁금해졌다.
(노래 가사) 고추잠자리 (…)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 싶지 | (…)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잠자리 (…) |
심심하면 엄마는 ‘고추잠자리’가 들어가는 노래를 잘 부르시는데 엄마에게 잠자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기고 무엇을 먹으며 어디에서 자는지를 물어보아도 엄마는 아는 것이 없으시다.
다음 날 저녁
“철민아, 엄마가 잠자리에 대해서 가르쳐줄 곳을 알았다. 너 한번 가볼래?”
“어딘데요? 멀어요?”
“아니, 가까워. 양평 곤충박물관이란 곳이야. 그곳에서는 체험학습을 하면서 가르쳐주신대.”
“네, 물론, 가볼래요.”
며칠 후 박물관에 다녀온 철민이는 잠자리 박사가 된 듯 잠자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워가지고 왔다. 잠자리는 크게 보통 잠자리와 실잠자리로 나누고 대부분 1년 단위로 봄에 물속에 있다가 알에서 깨어나 애기벌레로 살며 자라서 어른벌레가 되고 물 밖으로 나와 날아다니다가 추워지기 전에 물에 알을 낳고 죽는다. 먹이는 다른 벌레를 잡아먹는 이로운 곤충이다. 잠은 풀숲에서나 나뭇잎에서 잔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곤충 중에서 잠자리는 사람들에게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고 살아 우리에게 이로운 곤충이다. 벌은 식물의 꽃에서 꿀 같은 먹이를 찾으러 다니면서 꽃가루를 수정시켜 열매를 맺게 하는 중요한 일을 한단다. 바람에 의해서 수정을 하는 식물도 있지만 곤충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면서 꽃가루를 수정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또 잠자리는 곤충이라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엄마, 잠자리는 눈이 몇 개 있는지 아세요?
“모르는데, 몇 개야?”
“큰 잠자리는 2만 8천 개, 실잠자리는 1만 개의 낱눈이 모여서 겹눈이 되는 것이래요.”
“그리고 낱눈 하나하나에 시신경이 연결되어 있어 앞, 옆, 뒤까지 볼 수 있대요.”
“또 겹눈 사이에는 홑눈이 3개 있는데 빛의 밝기를 느끼고, 멀고 가까운지를 안다고 해요.”
날개는 그물 모양으로 한쪽에 두 개씩 양쪽에 모두 4개로 되어 있다. 다리도 모두 세 쌍 여섯 개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100가지 정도의 잠자리 종류가 있다는 것도 배웠다. “아니 그냥 날아다니는 잠자리 종류가 그렇게 많은가요?” 하는 의아심이 들어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은 친절히 가르쳐 주시면서 다른 이야기도 해 주신다.
점점 산이나 들 같은 벌판이 모두 사람에게만 이롭게 이용되는 바람에 곤충들이 살 곳이 점점 줄어들어 자꾸만 곤충의 수가 줄어들고 잠자리 수도 줄어든단다. 또 거기에다가 내가 잡은 잠자리는 한 마리도 살아서 날려 보낸 적이 없다.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잠자리를 잡아서 놀다가 죽으면 그냥 갖다 버린다. 아니 어떤 때에는 잠자리의 꼬리 부분을 떼어내고 시집보낸다고 장애를 만들어 날려 보내기도 한다. 내가 넘어져 아팠던 것보다도 더 많은 고통을 주는 것이 잠자리를 잡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자리채를 그만 갖다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파란 하늘을 나는 고추잠자리, 왕잠자리, 실잠자리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저 잠자리는 무슨 생각을 하며 나르고 또 나에게 무슨 그림을 그려주며 나는 것일까? 철민이는 별생각 없이 바라보지만 잠자리는 목적 없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 먹이를 찾아다니든 친구를 만나 재미있게 놀고 있든 하여간 열심히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철민이도 이다음에 잠자리비행기(헬리콥터)를 운전하는 군인 아저씨가 되어 잠자리처럼 하늘을 날고 싶었다.
‘잠자리야! 오래오래 잘 살아라! 내년에 또 만나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가면서 철민이는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많은 잠자리가 태어나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러면 더 많은 것을 다시 우리 사람들에게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잠자리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다. 그러면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또 생각해 봐야겠다.
잠자리 알아보기 문제 (정답에 동그라미 그리기)
1. 잠자리는 무엇에 속하는 동물일까? ① 뱀 종류 ② 곤충 ③ 새
2. 잠자리는 사람에게 어떤 종류일까요? ① 해롭다 ② 이롭다 ③ 상관없다
3. 잠자리는 어디에다 알을 낳는가? ① 물속 ② 땅속 ③ 나뭇잎
4. 우리나라에 있는 잠자리 종류는? ① 10가지 ② 50가지 ③ 100가지
5. 철민이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① 의사 ② 선생님 ③ 환경보호 운동가
정답 1. ② 곤충 2. ② 이롭다 3. ① 물속 4. ③ 100가지 5. ③ 환경보호 운동가
첫댓글 정민형 글솜씨는 익히 아는바이지만 동화까지 쓰는줄 처음 알았네요. 동화를 쓰자면 동심속으로 들어가야 하니 자연히 착한 마음이 되어야 할듯합니다. 이 나이에 잠시 어릴적 곤충채집하던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니 동화의 힘이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