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동해 바다를 보러 갔다. 주문진 맛집 철뚝소머리국밥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뒤 소금강으로 향했다. 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을 걸은 뒤 만나는 금강사가 좋았다. 산에서 보기 힘든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어서 더 좋았다. 빼어난 경관 소금강을 떠나 다시 주문진으로 갔다. 바다가 보이는 술집 뱃노리에서 스테이크 안주로 소맥을 쳤다. 바닷가에 갔는데 회는 구경도 안 했다. 바닷가 갔다고 회 먹는 거는 어른들의 모습인 것 같다. 청춘의 뜻에 따라 다녀보니 젊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시간 되면 아들이 함께 가주어야 하는데, 어찌 될까? 혼자 가면 더 빨리 늙을 것 같다. 그래도 동행해 주겠지.
금강사 글 쓰려고 자료 찾다가 금강산에서 있었다는 율곡 이이와 노승의 대화가 잡혔다. 거기서 아래 내용만 담아보았다.
[율곡:“‘소리개가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 이것은 색(色)이오 공(空)이오.” 노승:“색(色)도 아니고 공(空)도 아님은 진여(眞如)의 체(體)요, 이런 시로 어떻게 빗댈 수 있단 말이오.”]
후손들의 풀이들이 어마어마하다. 그걸 보며 느낀다. 사람은 말로 살고 말로 죽는 것 같다. 진여(眞如)의 체(體) 자연은 말 없이 흐르는 데 유독 우리만 말로 날뛰는 것 같다. 그 말이 우리를 살게 하기에 말이다.
오늘도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흘러가는 삶, 그 끝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말로 글로 탐색을 해야겠지. 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김서정의 절집나무이야기] 22. 강원도 강릉시 소금강 금강사 은행나무 < 김서정 작가의 절집나무이야기 < 테마연재 < 기사본문 - 현대불교신문 (hyunbu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