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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최석운의 작품세계 최석운- 이야기하는 그림의 힘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 갤러리 마리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가 '사람이 풍경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는 최석운 작가를 초대해 최석운 개인展: '풍경, 떠다니다'전시를 2024년 3월 8일(금)부터 4월 12일(금)까지 36일간 개최한다.
최석운 작가는 전시소개를 통해 "오랜 기간 주제로 작업해 온 인간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자연이 위대하다거나 아름다워서 그림으로 옮긴 반복이 아니다. 나의 풍경화를 생각한다. 자연이 들어간 풍경 속에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풍경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최석운 개인展: '풍경, 떠다니다' 전시알림 포스터. 갤러리 마리 제공
◈ 시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최석운의 작품세계
최석운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평범한 순간을 관찰하여 스냅사진처럼 즐겨 그려왔는데, 특히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과 동물의 시선을 부각하여 인상적으로 묘사해 왔다.
사진: 1) 최석운, 길에서, 2024, Acrylic on canvas, 162.2×130.3cm.갤러리 마리 제공
과도한 의미 부여나 연출 없이 인물 중심의 절제된 표현 방식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시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었고, 친근하게 와닿는 그림 속 상황과 감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유머와 위트, 해학과 풍자로 요약되는 최석운의 작업에서 ‘일상성’은 중요한 모티브다.
사진: 2) 최석운, 올리브나무 사이로, 2024, Acrylic on canvas, 112×145.5cm. 갤러리 마리 제공
사진: 12) 최석운, 산책, 2021, Acrylic on canvas, 162.2×130.3cm. 갤러리 마리 제공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성적인 표현으로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최석운 작가(b. 1960)는 5주간 진행되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림을 도구 삼아 삶의 낙관론을 펼쳐 보이는 최근의 신작과 함께 그간 미발표된 작품들까지 총 3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최석운은 최근 몇 년간 그가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는 '일상'의 범주를 계속 넓혀왔다. 아트 레지던시로 머물렀던 해남의 작은 섬 임하도를 거쳐 시칠리아와 토스카나 일대를 여행하며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 스스로 ‘낭만적인 고립을 느끼게 하는 유배지’라 말해왔던 임하도로 옮겨 생활하면서 코앞에서 느낀 크고 작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여행길 낯선 풍경과의 조우는 생활 주변에서 작품의 소재를 구하는 최석운에게 새로운 의욕과 자극을 가져왔다.
사진: 3) 최석운, 타오르미나 인상, 2024, Acrylic on paper, 95×77cm. 갤러리 마리 제공
"그 장소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리지 못했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말에서 짐작되듯 오랜 기간 인물을 화면 중심에 두었던 작업 방식은 좀 더 색다른 서사를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풍경'은 작가 최석운의 중심으로 그가 사랑하는 인물 군상과 함께 옮겨져 왔다.
사진: 6) 최석운, 올리브 농장이 있는 해안마을, 2024, Acrylic on canvas, 112×162.2cm. 갤러리 마리 제공
사진: 5) 최석운, 사이프러스 마을을 지나다, 2024, Acrylic on canvas, 91×116.8cm. 갤러리 마리 제공
이번 전시 '풍경, 떠다니다'는 사람과 함께하는 '풍경'을 주제로 한다. 배경이 생략되거나 무의미했던 과거 작업들에 비해 장소성을 드러낸 자연 풍경이 화면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 풍경 속에서 그곳 사람들이 살아온 또 다른 일상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들려준다. 때로 사람이 부재한 이국적인 풍광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풍경 사이에 숨은 그들의 삶과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감각하게 한다.
특유의 재치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삶의 풍경들을 채집해 온 작가는 그가 말한 '나만의 풍경화'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최석운만의 시선이 담긴 최석운다운 그림, 그의 다채로운 여정은 이제 부유하지 않고 사각의 화면 위에 잘 안착한 듯 보인다.
사진: 4) 최석운, 개와 고양이의 집, 2024, Acrylic on canvas, 72.7×60.6cm. 갤러리 마리 제공
<작가노트> '풍경에 대하여'
최석운 작가
그림은 사람이 그려나가는 작업이다. 나는 그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화면에서 인물을 항상 중심에 두었다. 나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나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주시하거나, 눈여겨보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 등에서 소재를 찾았다.
그것을 재미있게 구성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꿈꾸었다. 내가 하는 미술이 숭고하거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한 신념 같은 것이었다.
이번 작업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풍경’을 주제로 한 세 번째 개인전이다. 2019년, 오랫동안 준비한 개인전이 팬데믹을 맞으면서 조용히 막을 내렸고 전남 해남의 작은 섬 임하도에서 1년을 오가며 지냈다. 어쩌면 거기에서 풍경에 대한 생각의 단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지난해 초부터 다시 찾은 해남 임하도에서 반년을 머물며 자연을 느끼며 바라볼 수 있었고, 섬에 머물던 중 우연히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토스카나 일대에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고립된 작은 섬에서의 생활과 타국의 찬란한 풍광 속에서 전에는 못보고 생각하지 않은 것들이 머릿속에 남았다. 자연이란 항상 경이롭고 놀라운 대상이다. 그래서, 그것을 그림으로 옮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당신은 왜 풍경을 그리지 않나요?’ 몇 해 전 지인이 나에게 툭 던진 이 말을 되씹게 된 것은 이즈음이다. 내가 오랜 기간 주제로 작업해 온 인간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느낀다. 이번 전시는 자연이 위대하다거나 아름다워서 그림으로 옮긴 반복이 아니다. 나의 풍경화를 생각한다. 자연이 들어간 풍경 속에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풍경으로 보인다. -최석운-
사진: 7) 최석운, 앞끝섬의 휴식, 2024, Acrylic on canvas, 60.6×72.7cm. 갤러리 마리 제공
● 최석운- 이야기하는 그림의 힘
그의 그림은 한결같이 나름의 이야기를 안고 있다. 그러니까 풍경/인물 그 자체가 아니고 그것을 통해 서사를 발생시키는 것, 모종의 은유적인 이야기를 기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에게 풍경의 경우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거나 이른바 풍경의 아름다움이나 숭고함 등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없어 보인다. 그에게 풍경은 그동안 그려온 인물과 동일한 대상이 된다.
사진: 8) 최석운, 휴일, 2022-2024, Acrylic on canvas, 195×153cm. 갤러리 마리 제공
최석운은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여전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방법론은 쉽고 재미있고 가볍게 활용된다. 그래야 자기 이야기가 소통되기 용이하다고 믿는다. 그는 자기 삶과 기억에 의지해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으로 이야기되어야 할 것으로 만드는 작가다.
사진: 9) 최석운, 가족1, 2022, Acrylic on canvas, 60.6×72.7cm. 갤러리 마리 제공
인간은 인간대로, 자연 속의 나무와 땅과 집들은 또 그것들끼리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삶이고 풍경이다. 경기도 양평이나 전라남도 해남,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사람이 사는 방식이나 자연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그곳의 사람들과 풍경을 그리면서 모종의 이야기/서사를 그려나간다. 그림으로 들려준다.
오늘날 우리는 공동체의 서사를 망실한 시대를 살아간다. 인간의 삶과 자연에 대해 공유하던 이야기를 더는 미술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비록 소박하고 작은 이야기지만 최석운의 그림에는 사람들이 사는 일상의 이모저모가, 소소한 생의 편린이 흩어져 있고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의 자리가 박혀있다. 그것은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로 여전히 지속해온 생의 역사이고 기억이다.
사진: 10) 최석운, 가족2, 2022, Acrylic on canvas, 53×45.5cm. 갤러리 마리 제공
작가는 그 기억이 불현듯 환기되어 출몰하는 어느 순간의 얼굴과 몸짓, 풍경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2023년 최석운 작가의 개인전 서문 중 일부 발췌- 박영택(경기대학교 교수, 미술평론)
한편 부산대학교 미술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최석운 작가는 현재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석운 작가는 1990 년 사인화랑(부산)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1991년 한선갤러리(서울),1993년 금호미술관(서울), 1998년 포스코미술관(서울), 2000년 샘터화랑(서울), 2007년 인사아트센터(서울), 2012년 국립중앙도서관(서울), 2020년 행촌미술관(해남), 2023년 가람화랑(서울)개인전까지 34년 동안 수 십회의 개인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2009년 현대미술로 해석된 리얼리즘, 경남도립미술관(창원), 2012년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 전북도립미술관(광양), 2015년 중심축 경계를 넘어, 성선갤러리(베이징), 2019년 영남문화의 원류를 찾아서-가야, 김해, 대구신세계갤러리(대구), 2021년 태양에서 떠나올 때, 전남도립미술관(광양), 2023년 양평·몽골 현대미술전, 양평군립미술관(양평)등 최석운 작가는 주요 기획전 및 단체전에도 꾸준히 참여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트페는 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아트대구, 아트부산, 아시아호텔톱갤러리아트페어(동경), 베이징, 멜버른, 함부르크, LA아트페어 등 국내외 아트페어에 다수 참가했다.
최석운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경기도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기당미술관, 토탈미술관, 대산문화재단, 행촌문화재단, 거제시, 신안군, 교보문고, 로얄앤컴퍼니, 아주가족, 전등사, 법무법인 태평양 외 다수 기관에서 보관중이거나 전시되어 있다.
사진: 11) 최석운, 생각하는 남자, 2022, Acrylic on canvas, 97×145.5cm. 갤러리 마리 제공
한편 최석운 개인展: '풍경, 떠다니다'전시는 화요일 부터 토요일 오전 11시~19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무료관람 할 수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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